마케팅 바이블이라 일컫는 <포지셔닝>을 읽고
오전 9시) 날이 춥다. 따뜻한 라떼가 담긴 초록색 로고가 그려진 컵이 떠올라 커피를 사러 간다. 스타벅스 승.
오전 11시 반) 업무가 많아 점심을 간단하게 때우기로 한다. 뭘 배달시키지? 양 많고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맘스터치 버거를 시키기로 한다. 어떻게 배달시키지? 배달하면 처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배달의 민족 어플을 다운받아 배달시킨다. 맘스터치, 배달의 민족 승.
오후 4시) 페이스북 피드를 보다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할인 프로모션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사이트에 들어가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고, 마음에 드는 백팩을 주문한다. 로우로우 승.
저녁 6시) 일이 끝난 뒤 친구와 종로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본 백종원의 새로운 양식 식당에 가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롤링 파스타 승.
밤 10시) 집으로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새로 나온 재미있는 미드를 보다가 자기로 한다. 넷플릭스 승.
우리는 매일 많은 음식, 상품, 서비스를 소비한다. 그리고 매일 다른 브랜드, 제품, 서비스를 고른다. 그만큼 우리의 머릿속은 수많은 브랜드가 서로를 상대로 끊임없이 전쟁 중이다.
<포지셔닝>의 저자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는 그렇기 때문에 ‘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상엔 너무 많은 상품과 광고가 사람들을 푸쉬하기 때문에, 대상을 세분화해서 목표를 선별하고 그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프로덕트가 잘 팔리지 않을 때 프로덕트 자체에 변화를 주려 한다. 물론 이 접근 방법도 유효하다. 사람들에게 필요없는 서비스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저자들은 그보다 포지셔닝을 달리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포지셔닝은 고객이 상품이나 브랜드를 대하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상품이 아니라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변화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프로덕트가 본질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잠재 고객에게도 그러할까? 잠재 고객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만큼 서비스를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고객은 자신에게 보이는 만큼만 알게 된다. 그래서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가 다른 유사한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그 브랜드를 사용했을 때 고객을 어떤 사람으로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지가 중요하다.
<포지셔닝>은 마케팅 바이블로 회자될만큼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포지셔닝>은 20년도 더 전에 출간된 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들이 말하는 마케팅 전략이 지금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마) 디지털 마케팅이 시작되기 전이니 TV와 지면 광고에 대한 사례가 다수이다. 뿐만 아니라 예시로 드는 기업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거나, 진짜 사라진 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20년 전에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과연 이게 포지셔닝을 잘해서 or 잘못해서 나타난 결과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지셔닝>의 저자들은 너무나 많은 전략을 쏟아내기 때문에 배울 점은 많다. 재밌는 건, '이렇게 하라'는 전략보다는 '이렇게만은 절대 하지 마라'는 전략이 더 와닿았다는 것이다. 책이 출간되고 20년이 지났음에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Dos 보다는 Don'ts 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을 다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생각해볼 만 하다. 최소한 그들이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만 피한다면, 최악의 브랜드가 되는 것만큼은 확실히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아래 세 가지는 내가 가장 공감했던 Dont's 전략이다.
책에서 예시로 든 광고는 ‘미국은 이제 세븐업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라는 카피였다(물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이건 실제 인기를 반영한 카피가 아니라, 세븐업이 잠재고객에게 바라는 것을 적은 것뿐이다. 기업이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광고해봤자 고객이 귀 기울일리 만무하다.
1위가 되고 싶어도 1위라고 광고하지 마라. 아니, 1위 기업이라고 해도 1위라고 광고하지 마라. 진짜 1위라면, 무엇하러 그 광고에 돈을 쓰겠나? 이런 광고는 오히려 고객이 의구심을 가지게 할 뿐이다. 단, 저자들은 어느 브랜드가 리더 브랜드인지 모르는 분야에서는 리더십을 전달하는 광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분야를 찾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는 1위 광고가 오히려 중요할 수도 있다.
저자들은 ‘광고는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하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날린다. 구체적인 예시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끔 소비자를 가르치려 드는 광고를 본다. 효과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런 광고만큼 의미 없는 게 또 없다. 소비자는 필기할 준비를 하고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니까.
마인드에 있는 것을 바꾸려 하는 것은
깊이 뿌리 박힌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in <포지셔닝>
라인 확장은 어느정도 성장한 브랜드의 경영진이 가장 목을 매는 방향이다(우리 회사도...). 하지만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는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라인 확장을 하지 마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사례인 폭스바겐을 이야기하자면,
폭스바겐은 처음에 크게 열린 빈틈을 찾아(=소형차 포지션) 빠르고 강력하게 안착한다.(“Think small”)
하지만 욕망과 환상으로 가득 찬 나머지, 다른 라인(=더 크고 비싼 차)으로 확장한다.
기존의 팬(=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폭스바겐으로 말하던 사람들)도 잃고, 이전 1개의 모델의 판매고보다 새로이 확장한 5가지 모델을 합한 판매고가 더 낮은 결과를 초래한다.
브랜드에 딱 알맞았던 포지션을 버리고 더 대중적인 포지션으로 진출하려는 순간, 마치 시소처럼 원래 포지션에서는 멀어지게 된다. 절대 모든 것을 다 잡을 순 없다.
강한 포지션은
기업의 주요한 업적을 바탕으로 구축되는 것이지
폭넓은 제품 라인을 토대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in <포지셔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