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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Feb 07. 2020

행복한 직장인이 되려면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글은 틈틈이 뉴스레터 기고한 글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어디에 소속되어 일하는 게 자연스럽다. 일이 소설 전개에 중요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소설 5편 모두 직업이 있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특히 기억나는 것은, 같이 일한 적 있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iOS 개발자가 보낸 장문의 카톡이다. 케빈이 본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고,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제이스, 행복한 개발자가 될게요'라고 썼더라. 지금 생각해도 눈물 난다.” - 씨네21 인터뷰 중 


일의 기쁨과 슬픔의 장류진 작가는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고, 겪어봤음 직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작가로 등단하ns기 전 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판교 리얼리즘'이라고 불릴 만큼 일터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잘 풀어내고 직장인으로서 고민할만한 화두를 자꾸 던져주거든요. 이번에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장류진 작가의 씨네21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마지막 장면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코드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케빈처럼, 저도 아직 일과 나를 분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재작년 여름,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직장인으로서의 나 = 개인으로서의 나인 상태였습니다.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어요. 빨리 일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었던 탓에 개인적인 시간보다는 일을 더 중요시했습니다. 물론 맞는 말인데, 그렇게 일 년만 지내다 보니 길고 멀리 가기 힘들어지더라고요. 성과에 따라 기분이 왔다 갔다 했고, 일에 몰입하면 할수록 디테일은 뾰족해져도 멀리서 큰 그림을 보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일의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아졌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처음 읽었을 때 즈음 팟캐스트 듣똑라에서 주최한 토크 콘서트에 다녀왔는데요, 그때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님과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두 분은 모두 일과 나를 잘 분리하는 사람이었어요. 워라밸을 지키면서 '나'를 일로부터 물리적으로 떨어트리는 시간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를 나눈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어려운 일이나 결정을 할 때나 '사적인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할 때, 최대한 '사적인 나'를 걷어내고 오직 그 일에만 몰입합니다. 그 누구도 하기 싫은 일, 예를 들어 회사의 방향과 맞지 않는 사람을 내보내자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윤자영 대표는 개인적인 감정은 버리고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수정 교수님이 교도소에서 흉악 범죄자와 대화를 하고 나오면, 함께 갔던 제자들과 시뻘건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해소한 다음에 집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자아를 잘 나누고 선택과 집중을 한 덕분에 두 분의 일과 삶이 모두 단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아직 <일의 기쁨과 슬픔> 속 개발자 ‘케빈’처럼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를 완전히 분리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제 안에 있는 두 개의 자아를 공평하게 존중해야 직장인으로서 십 년, 이십 년 이상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걱정되지 않습니다.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What 일의 기쁨과 슬픔
When 직장인으로서 위로받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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