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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Sep 08. 2020

아르헨티나의 도시 속 측벽을 들여다보며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의 풍경만큼 설레는 건 없을 거에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원제: 측벽 Sidewalls)은 아르헨티나의 대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혼자 살고 있는 마리아나 그리고 마틴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는 도시 속 수많은 건축물, 그중에서도 사람이 사는 집이 등장합니다. 마리아나와 마틴은 채광을 포기한 원룸에 살고 있습니다. 여행자의 눈엔 아담하게 보일 공간이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이에겐 그저 작디작은 11평짜리 내 집일 뿐이죠. 답답함을 못 이겨 건물 측벽 쪽 창문을 몰래 내어 보니, 비좁은 공간에 한 줄기 빛이 내립니다.


집에 창문을 내었는데, 건물 측벽이 광고판으로 사용 중이라 묘하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발견하고 피식 웃는 마리아나와 마틴.


한글 제목만 읽으면 아름답고 역동적인 도시에서 여자와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오히려 도시인의 고독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마리아나와 마틴은 도시에 살면서 공포증이 생겼고, 마음속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유효기간 하루 이틀짜리 관계를 반복합니다. 그런데 이 둘, 복잡한 도시에서 자꾸만 마주칩니다. 거리, 동네 수영장, 가게에서 서로를 모르는 익명의 상태로. 러닝타임은 흘러만 가는데 과연 이 둘은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생활 반경이 한껏 좁아진 요즘, 내 방이 이렇게나 작았던가 싶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사는 마리아나와 마틴도 똑같은 마음일테죠. 그럼에도 미지의 도시에 대한 설렘 덕분에 영화 속 풍경은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이번 여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작은 집으로 떠나 보세요.




틈틈이 뉴스레터 18호에는 '여름 휴가를 대신해 줄 콘텐츠'를 추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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