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10년 후 밥벌이>
저는 동네 책방에 가면 독립 출판 에세이를 찾아 읽습니다. 거기에는 저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기성 출판사는 미처 주목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읽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나의 10년 후 밥벌이>는 연남동에 7년째 자리 잡고 있는 헬로인디북스 책방 주인 이보람 님이 자신의 주변 40대 친구들 9명을 인터뷰한 에세이입니다. 20대인 저는 미디어를 통해 성공한 40대를 본 적은 있지만, 진짜 내 근처에 있는 평범한 40대의 삶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40대, 50대에 어떤 형태로 살고 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더라고요. 40대의 일과 생활, 고민을 들어보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뒤표지에 쓰여 있는 소개 글은 이렇습니다. "오늘은 그럭저럭 버텨냈는데 10년 후 뭐해 먹고살지를 생각하면 너무 막막해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싶어진다. (...) 또래 친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문과를 갈지, 이과를 갈지 선택하는 10대 때부터 시작된, 그리고 아마 평생 지속할 고민일 겁니다. 3년 차 직장인인 저도 미래의 밥벌이에 대한 걱정은 출근 때마다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능력은 둘째치고, 같은 일을 15년, 20년 반복하다 보면 내가 너무 지겨워하지 않을까?'
이보람 님은 주변의 친구들에게 무엇으로 밥을 벌어먹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10년 후엔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물어봅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떼어놓을 수 없는 두 개의 키워드, '일'과 '가족'을 중심으로요. "계획 안에 자식들이 중심이 되"는 부모의 삶도 있고(128p), 아이 없이 서로의 동반자가 되어주면서 "10년 후 삶은 가격표 안 보고 과일 사는 삶"을 바라는 부부도 있고(201p), "고양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작은 집 한 채"만을 소망하는 책방 주인의 삶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꼭 필요하지 않은 잉여의 일처럼 느껴져서 그만두고 귀촌을 했고요, 또 다른 누군가는 뼛속까지 기획자로서 16년째 일하면서도 플랜B를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터뷰이의 성향과 직업이 다양해서 내가 대입해 볼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제 주변엔 저와 비슷한 직장인 친구들만 있다 보니 제 스스로의 미래를 저도 모르게 'n년차 직장인'으로 제한하고 있었는데, 삶을 살아가는 궤적은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비록 책에 나온 인물들이 모두 현재에 만족하지 않거나, 불안해할지라도 9명의 삶이 모두 고유합니다. 각자 자신만의 항해도를 그리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의 행복 지수와는 상관없이 제 기분이 무척 좋아졌어요. 저의 40대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인물만큼 성공적이진 못할지라도, 이처럼 독특하고 아름다운 삶 속에서 분투할 테니까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자신의 40대가 상상되지 않는다면, 혹은 상상은 가지만 조금 다르면 좋겠다면, <나의 10년 후 밥벌이>를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