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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재 Oct 18. 2020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독립 출판물

언리밋12에서 만난 보석 같은 작품들 소개해요!

<은지의 하루만화>는 일러스트레이터 류은지의 소중한 일상을 담은 단편만화 모음집입니다.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 고스트북스에서 펴냈어요. 한 페이지에 만화가 세 칸씩 들어 있고 총 15편이 수록되어 있어요. 짤막한 글과 정감 있는 그림이 잘 어우러집니다.  


친구를 찾아 나선 나무 '포포'(55p)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 무척 귀엽고요, 말랑말랑한 그림에 잔잔하고도 진지한 이야기가 스며들어요. 작가의 상상 속에 살고 있다는 개 ‘로니’ 이야기가 깜찍했고 (저도 상상 반려견을 그려 보고 싶어졌어요) 사람들 몰래 산책하는 나무 캐릭터 ‘포포’도 재미있었어요. 귀엽기만 한가요, 감동도 있습니다! 고양이 별로 떠난 반려묘 ‘시로’와 함께한 달콤한 시간과 돌아가신 아빠가 가족을 보러 외출하는 에피소드가 뭉클했어요. 소소한 일상을 그리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법한 대인 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서 좋았고요.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보이는 면지에 고양이를 찍은 필름 사진을 넣은 점, 여름에서 시작해 겨울로 끝맺는 흐름도 매력적이었어요. 고스트북스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 가능하니 찬찬히 감상하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모니와 친구들의 행복한 피자 타임!(10p)

귀여워서 심장 아픈, 장정민 작가의 <MONNIE(모니)>를 소개해요.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나와 정말 맛나게 음식을 먹는 이야기로, 세상 행복한 표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작가님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글을 인용하면 "뻿어 먹고 같이 먹고 나눠 먹는 모니와 친구들의 세 가지 이야기를 담은 만화"입니다. 이야기는 모니가 TV 광고를 보고 피자를 시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요. 반가운 배달이 도착하자, 모니는 피자 냄새부터 킁킁 맡고 본격적으로 먹습니다. 계란말이와 도시락도 야무지게 먹고, 또 정말 행복하게 나누어 먹어요. 이야기를 읽는 내내 입꼬리가 실룩거렸답니다. 글은 하나도 없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고, 나름대로 상상을 덧붙여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더 재미있어요. 저는 '너무 배고파서 나도 모르게 배달 음식을 순식간에 해치웠을 때, 다른 별에 있는 누군가가 같이 먹어 준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이야기의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이 책의 첫인상은 '만듦새가 정말 정성스럽다'였어요. 다 읽고 난 후에는 '아름다운 아트북! 소장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진, 콜라주, 드로잉, 판화 등 다채로운 이미지를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영민의 신작 <ARCTIC CIRCLE(북극권)>입니다. 아주 추운 겨울날에 작가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극권의 도시로 떠나 마주한 풍경이 담겨 있어요. 눈으로 뒤덮인 풍경, 오묘한 빛깔로 넘실대는 오로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ARCTIC CIRCLE>은 텍스트보다는 멋진 이미지로 이야기하고, 여행지에서의 단상은 뒤에 몰아서 배치한 독특한 구성이 돋보여요. 간간이 푸른색 번호가 붙어 있는 사진이 있는데 이는 뒤편에 실린 글의 1번부터 57번까지 번호와 맞닿아 있어요. 글을 읽고 다시 앞으로 페이지를 넘겨 해당하는 이미지를 찾게 되는데요, 사진을 찍었을 때 작가의 마음을 곰곰 생각해 보며 이미지를 더욱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특별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작가는 <당신의 포르투갈은 어떤가요>(북노마드 2018)라는 여행 책을 내기도 했는데 10월 말까지 연남동 여행책방 사이에에서 '영민 작가 일러스트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가 볼 거예요! 여러분도 함께해요.


부산 광안리 바다에서 인어를 만난다면?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활동하는 산호의 단편만화 <비와 유영>을 소개합니다. 폭력적인 가정과 불확실한 진로로 허우적대던 '유영'이 부산 사투리를 쓰는 인어 '비'를 만나는 이야기로, 현실과 환상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흑백 만화예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한 그림과 문학적인 텍스트가 빛납니다.


유영은 자동차 액셀 밟듯 재봉틀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곰 인형을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자신을 옭아매는 가족에게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요. 다소 가라앉은 마음으로 향한 광안리 밤바다, 그는 위험에 처한 인어 '비'를 구해 주게 되어요. 비와 유영은 서로의 말동무가 됩니다. 조개껍데기, 곰 인형, 수다, 침묵을 메우는 파도 소리가 오가는 해안가에서 충만한 연대의 시간을 보내요.


<비와 유영>은 전북 군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만화 출판사 삐약삐약 출판사의 비수도권 탐방 프로젝트 '지역의 사생활 99'의 부산 편입니다. (대구, 고성, 담양 등 비수도권 도시를 소재로 한 8권의 만화가 함께 출간되었어요.) 작가와의 인터뷰가 부록으로 들어 있어 지역적 특성은 물론 작가와 작품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알 수 있어요.




틈틈이 뉴스레터 21호는 매력적인 독립 출판물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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