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얼라이드>
뭔가에 푹 몰입하고 싶은 일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찜해둔 영화 리스트를 훑다가 <얼라이드>의 고혹적인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는데, 마리옹 꼬띠아르와 브래드 피트라면 분명 저를 영화 속으로 빠지게 만들 거라는 확신이 생겨 영화를 재생했어요.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1942년, 영국군 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은 독일 대사 암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향합니다. 맥스는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동료이자 그의 아내 역할을 맡은 프랑스인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와 접선합니다. 둘은 주변인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일상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려 사랑에 빠집니다. 독일 대사 암살 임무에 무사히 성공한 뒤, 맥스는 현장을 탈출하는 차 안에서 마리안에게 청혼합니다.
맥스와 마리안은 영국으로 돌아와 갓난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와중 맥스는 첩보부로부터 마리안이 독일 스파이인 것 같으니 가짜 정보를 흘려 시험해 보고, 맞으면 그가 직접 마리안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당연히 맥스는 믿지 않았죠. 자신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려고 상부가 테스트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정황과 증거가 뒷받침하고 있고, 카사블랑카 임무를 수행할 때 마리안이 너무나 완벽한 부부 연기를 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맥스는 마리안이 스파이가 아니라는 증명하기 위해 마리안을 알고 지낸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폭탄이 터지는 와중에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풍경, 집에서 파티를 하다가 공습을 당해 급하게 대피하는 일상,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쉽게 믿지 못하는 현실. <얼라이드>는 전쟁으로 희생되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스토리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스파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화에 깊이 빠져든 건 두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지요. 결국 마리안에게 직접 진짜 정체를 물어보는 상황에서 브래드 피트의 연기 그리고 둘의 운명이 정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마리옹 꼬띠아르의 표정 덕분에 가슴이 아릿했고, 여운이 무척 길었습니다.
개봉 당시, 평론의 반응은 기대보다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계속 붙잡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행복과 사랑, 불안과 절망이라는 감정의 끝없는 깊이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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