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네가 알던 영화가 아냐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1>

by MOON

사실 그저 그런 미국식 호러 무비인 줄 알았어요. 귀신 들린 집에 사는 가족이 소리를 내면 귀신이 나타나는 그런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팟캐스트 어플의 에피소드 목록에 최근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리뷰가 주루룩 올라오더군요. 저는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신호를 그 작품을 리뷰하는 팟캐스트 에피소드로 알아채거든요. 어라, 제 예상과 달리 이 영화를 호평하네요. <김혜리의 필름클럽>, <시스터후드>, <놓치면 후회할 영화>를 듣고 알았죠. 이 시리즈는 공포 영화가 아니고, 꼭 보아야 한다는 것을요. (저는 최근 개봉한 2편이 아닌 2018년에 개봉한 1편을 리뷰합니다)


21666_1625663613.png

영화는 ‘89일째’부터 시작합니다. 언제 이후로 89일이 지났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뒤죽박죽된 슈퍼마켓에 한 가족이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구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부부. 조금이라도 큰 소리가 날까봐 덩달아 저도 숨을 죽입니다. 이 가족은 무사히 슈퍼마켓을 나와 도심과 교외를 잇는 다리를 건넙니다. 조용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아직 조심성을 기르지 못한 막내는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장난감에 건전지를 넣어 버립니다. 장난감에서 흘러나오는 명랑한 음악. 아빠가 아이를 구하러 돌진하는 순간, 어디에선가 괴물이 튀어나와 아이를 낚아채 갑니다.


21666_1625663619.png

막내를 잃고 약 400일이 지났습니다. 이 가족은 조용한 삶에 적응해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로 수화로 대화하고, 식사는 그릇이나 수저 없이 맨손으로, 식자재는 아빠가 직접 수렵한 생선과 야채들. 집 주변에는 CCTV를 달아두어 괴물이 접근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있죠. 하지만 사람이 사는데 소리를 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엄마는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한 상태라, 아이가 태어나면 모두가 위험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 가족은 괴물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21666_1625663624.jpeg 엄마(에밀리 블런트)와 청각 장애를 가진 딸 애벗(밀리센트 시몬스)

저에게 '좋은 영화'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음향과 음악입니다. 사운드가 별로라면 5점 만점을 줄 수가 없죠.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침묵해야 살아남는다'는 스토리 특성상 음향에 힘을 실었는데요. 특히 음계보다 4분음(온음의 1/4)만 내려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사운드트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극 중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청각 장애를 가진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의 도움을 받아 그가 실제로 듣는 사운드를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벗의 관점에서 영화가 흐를 때는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게 아니라, 깊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웅웅 거리죠. 그 노력을 인정 받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각각 음악상, 음향편집상도 받았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스토리도 쫄깃하고, 기교도 훌륭한 영화입니다. 사실 설정에 허술한 빈틈이 여기저기 있긴 해요. 하지만 그 설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워낙 흥미로워서 저는 다 용서가 되더라고요. 그동안 별 볼 일 없는 호러 영화인줄 알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 미안할 정도로 말입니다. 웰메이드 영화를 찾고 있다면, 그리고 웬만한 스릴러 영화는 잘 본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추천합니다. 아직 극장에 걸려 있는 2편도 도전해 보세요!


괴물이 나타난 디데이부터 영화가 시작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예고편 보기




이 글이 실린 틈틈이 뉴스레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틈틈이 보고 듣고 읽은 것 중 좋은 것만 모아 나눠 드릴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은 왜 이리 어려운 선택의 연속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