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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10. 2021

네가 알던 영화가 아냐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1>

사실 그저 그런 미국식 호러 무비인 줄 알았어요. 귀신 들린 집에 사는 가족이 소리를 내면 귀신이 나타나는 그런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팟캐스트 어플의 에피소드 목록에 최근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리뷰가 주루룩 올라오더군요. 저는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신호를 그 작품을 리뷰하는 팟캐스트 에피소드로 알아채거든요. 어라, 제 예상과 달리 이 영화를 호평하네요. <김혜리의 필름클럽>, <시스터후드>, <놓치면 후회할 영화>를 듣고 알았죠. 이 시리즈는 공포 영화가 아니고, 꼭 보아야 한다는 것을요. (저는 최근 개봉한 2편이 아닌 2018년에 개봉한 1편을 리뷰합니다)


영화는 ‘89일째’부터 시작합니다. 언제 이후로 89일이 지났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뒤죽박죽된 슈퍼마켓에 한 가족이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구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부부. 조금이라도 큰 소리가 날까봐 덩달아 저도 숨을 죽입니다. 이 가족은 무사히 슈퍼마켓을 나와 도심과 교외를 잇는 다리를 건넙니다. 조용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아직 조심성을 기르지 못한 막내는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장난감에 건전지를 넣어 버립니다. 장난감에서 흘러나오는 명랑한 음악. 아빠가 아이를 구하러 돌진하는 순간, 어디에선가 괴물이 튀어나와 아이를 낚아채 갑니다.


막내를 잃고 약 400일이 지났습니다. 이 가족은 조용한 삶에 적응해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로 수화로 대화하고, 식사는 그릇이나 수저 없이 맨손으로, 식자재는 아빠가 직접 수렵한 생선과 야채들. 집 주변에는 CCTV를 달아두어 괴물이 접근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있죠. 하지만 사람이 사는데 소리를 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엄마는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한 상태라, 아이가 태어나면 모두가 위험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 가족은 괴물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엄마(에밀리 블런트)와 청각 장애를 가진 딸 애벗(밀리센트 시몬스)

저에게 '좋은 영화'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음향과 음악입니다. 사운드가 별로라면 5점 만점을 줄 수가 없죠.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침묵해야 살아남는다'는 스토리 특성상 음향에 힘을 실었는데요. 특히 음계보다 4분음(온음의 1/4)만 내려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사운드트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극 중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청각 장애를 가진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의 도움을 받아 그가 실제로 듣는 사운드를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벗의 관점에서 영화가 흐를 때는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게 아니라, 깊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웅웅 거리죠. 그 노력을 인정 받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각각 음악상, 음향편집상도 받았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스토리도 쫄깃하고, 기교도 훌륭한 영화입니다. 사실 설정에 허술한 빈틈이 여기저기 있긴 해요. 하지만 그 설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워낙 흥미로워서 저는 다 용서가 되더라고요. 그동안 별 볼 일 없는 호러 영화인줄 알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 미안할 정도로 말입니다. 웰메이드 영화를 찾고 있다면, 그리고 웬만한 스릴러 영화는 잘 본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추천합니다. 아직 극장에 걸려 있는 2편도 도전해 보세요!


• 괴물이 나타난 디데이부터 영화가 시작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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