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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현 Jun 30. 2017

눈앞의 이익엔 무조건 집착하다.

사람은 확실한 이익엔 확실하게 집착한다

 연봉 계약을 하는데 회사에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현재의 월급은 150만 원이지만, 내년 1년 월급은 회사의 성장과 상관없이 200백만 원으로 정한다. (a)

 두 번째는 회사가 1년 후에 50% 성장하면 지금의 두 배인 300만 원의 월급을 주고, 50% 성장을 못하면, 월급은 120만 원으로 깎인다. 단회사가 50% 성장할 수 있는 확률은 50%이다. (b)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당신의 선택은 a, b 중 무엇인가? 모르긴 해도 대부분 a 쪽에 시선이 간다. 그런데 잠깐만 계산해 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 (a)의 기대 이익은 200만 원이다. 그리고 (b)의 기대 이익은 350*1/2 + 120*1/2 = 235만 원이다. 잠깐만 계산을 해도 (b)가 유리한데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a)를 선택하는 것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경영 실패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데, 1억 원 손실을 보는 방법이 있고, 2억 원 손실을 보는 방법이 있다. 1억 손실을 선택하면 그대로 1억만을 잃게 되어 확률은 100%이다. 2억 손실의 방법을 선택하면 2억을 잃게 되는 확률은 약 60% 정도 된다. 잘만 하면 2억 이하의 손해를 볼 확률도 40%나 된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겠는가?

이번에는 앞과는 반대로 60%의 확률에 눈이 간다. 그렇다면 이것도 합리적으로 계산을 하면 된다. 1억 원 100%의 기대손실은 그대로 1억 원이다. 그러면 두 번째는 2억*0.6 = 1억 2천이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1억 손실을 선택해야 옳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쉽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니얼 커너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오는 내용을 각색해서 소개한 것인데,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은 이익을 생각하게 되면 우선 확실한 것에 집착을 하게 된다. 내 주머니에 확실히 얼마가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 반대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확실한 것은 피하고 혹시라도 모르니 확률이나 가능성에 집착하게 된다. 주식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일산 손실이 나면 두고 본다. 누구나 당장의 손실을 꺼리기 때문에 불확실한 손실에 의지하게 된다. 사정이 이러니 사람들은 스스로 해선 안 되는 판단,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혜인의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주인공 이라희는 영화 기자를 꿈꾸는 새내기 직장인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어학연수까지 수억 원의 교육비를 투자한 후,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드디어 연예 스포츠 신문사 ‘스포츠 엔터’에 입사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회사 첫 출근 날, 주인공과 동기들은 정식 기자로 입사한 것이 아니라, 인턴 기자로 입사한 것을 알게 된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사원이다. 

‘경영 지원 팀 팀장이 방 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계약서를 나눠줬다. 인턴 기간 1년, 월급은 50만 원? 50만 원? 가방 한 개도 못 사는 돈이다. 체육부 인턴은 두 눈을 비비며 계약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표정만 봐 선 당장 저 팀장과 한판 붙을 기세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1년 후엔 어떻게 됩니까?” “그건 그때 생각해보지. 왜? 맘에 안 드나? 그만둘 거면 빨리 말해. 대기자가 넘쳐나거든. 여기 안 보여? ‘나 좀 뽑아주세요. 자리가 비는 즉시 전화 주세요!’ 으허허허.” 팀장이 서류 뭉치를 쥐고 흔들며 여자 목소리를 흉내 냈다. 저걸 지금 웃으라고 하고 자빠진 건가. 내가 회사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을 없지만, 이 신문사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은 충분히 직감할 수 있다. 빨리 발 빼는 게 좋겠다.’

 똑똑하고 현명한 주인공 이라희는 출근 첫날부터 회사의 이상한 분위기에 실망하고 있던 순간, 생각하지 못한 장면을 목격한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장근석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장근석이 돌아서서 편집국을 빠져나간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입도 다물지 못한다. 뭐, 조금은 다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에 대한 회사의 대우에 대해서 몇 가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유명 연예인의 출현에 주인공의 감정 상태가 급 반전을 이뤘다. 그 이후 이라희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행하고, 간부로부터 성희롱까지 당한다. 급기야는 본인의 기사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바꾸는 선배의 횡포를 온몸으로 뒤집어쓰는 수모를 당한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꿋꿋하게 참다가 드디어 월급날이 왔고, 통장을 확인하니 정확하게 50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다.

‘나는 지난 한 달간, 이 회사 말고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았을 만큼 내 모든 것을 바치다시피 했다. 이제야 현실이라는 단어가 내 뒷목을 묵직하게 누른다.’

‘막 다른 골목이다. 다른 회사에 지원하기엔 이미 늦었다. 적어도 내년 봄 신입사원 모집기간까지는 백수 노릇밖에 할 게 없다. 아직 철이 안 들었는진 몰라도, 작도 평범한 회사는 영 당기지가 않았다.’ 

 이유가 뭐가 됐든 주인공은 이 회사를 나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당장의 50만 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회사의 선배들은 50만 원짜리 유급 사회경험을 빌미로 해서 머리카락부터 발톱까지 남김없이 다 부려먹을 게 뻔하다. 그러나 이라희는 그 낙담 속에서도 이 희망 없는 회사를 다닐만한 확실한 이익을 나름대로 발견한다. 남이 객관적으로 보기엔 고달픈 현실을 적당히, 스스로 눈속임하는 합리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절대 놓칠 수 없고, 확실히 챙길 수 있는 이익이라고 판단한다.

‘어쩌면 기자 일의 다이내믹함에 조금 반했는지도 모른다…… 영화 쪽에서 수많은 인맥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내 앞날에 도움이 될 사람들이다…… 영화담당기자가 차선책이다. 조금 돌아간다 해도 난 아직 젊으니까, 괜찮을 거다. 까짓 거, 열심히 해서 나중에 많이 벌면 된다. 정식 기자가 되면 지금 몇 십만 원씩 빌려둔 게 큰 빚도 아닐 것이다…… 언젠가 영화 담당 기자가 되면, 그래서 내 이름으로 칼럼도 쓰고, 책 도내고, 방송도 출연하면, 오늘날의 고생은 하나의 무용담 에지 나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중요한 것은 지금 이라희는 본인이 만들어낸 이익에 집착을 하고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 낸 이익이 아주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나가게 됐을 때 당장 사라질 확실한 손실. 50만 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당장 나가야 할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금 방송을 준비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인데, 금이 당장은 이익이 되진 않아도 묵혀놓으면 일단은 언젠간 몸값 이상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이익이 아닌가? 그래서 지체 없이 코멘트를 준비했다. 

“뭉칫돈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그 돈이 저절로 불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이라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시간이 갈수록 반짝반짝 빛이 나고 활활 타오르는 자산관리입니다. 목돈 없이도 시작할 수 있으니 고민할 이유가 있을까요?”

“스마트폰 이용자 3명 중 1명은 통신비로 월 8만 원 이상을 쓴다고 합니다.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는 스마트 폰 습관만 줄여도 이게 금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사소한 습관이 위대한 이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 도기분 좋게 이끌어 가거나 훈훈하게 마무리하려면 눈 앞의 확실한 이익을 보여주면 된다. 확실한 이익이라고 믿게 해도 된다. 그 이익이라는 한 마디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아무리 냉철한 사람이라도 이익이 떠올려지는 순간부터 살짝 나사가 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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