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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현 Jul 08. 2017

마음을 당기는 방법

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더욱  강한 호감 편향(Likebias)

‘숨기거나 변명으로 휘감을수록 사람은 약해진다. 사실에 대해 자신의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 품위 있는 대화의 기본이다.’ 전아리의 장편 소설 ‘어쩌다 이런 가족’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실에 대해 자신의 진심을 대해 이야기하는 것의 장점은 품위 있는 대화뿐 만이 아니다. 내가 솔직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는 거기에 감동해서 무한 신뢰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부탁하기 어려운 제안이라 할지라도 상대는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나의 솔직함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는 더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풀게 된다.

 ‘어쩌다 이런 가족’은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가족끼리,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소리와 소음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이 소설에서 웬만한 커뮤니케이션 교과서보다도 더 정확하고자 세한 ‘자기 개시 법’의 예가 나온다. ‘자기 개시 법’이란 우선 나부터 먼저 조금씩 솔직하게 비밀이나 말하기 어려운 사실을 말해주면 상대는 거기에 감동받아서 나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솔직하게 다가온다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계속해서 ‘어쩌다 이런 가족’ 에나 오는 ‘자기 개시 법’의 예시를 소개하면 이렇다. 

 ‘상대방과 신뢰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일단 경계심을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옥이 먼저 솔직하게 본인의 얘기를 꺼낸 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 또한 털어놓도록 해야만 한다.’

 “내겐 언니가 한 명 있어요. 지금은 크로아티아로 이민을 갔고, 집안에서는 거의 없는 자식인 셈 치고 살고 있답니다. 언니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도 금지되어 있어요.”

“엄마.”

혜윤이가 안타까운 얼굴로 그녀를 부른다. 미옥은 괜찮다는 표시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를 짓는다.

“언니는 나와 달랐죠. 늘 자기 의견을 부모님께 표명했고, 아니다 싶을 땐 대들기도 했고, 진로 또한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죠. 집안에서 원하는 배우자를 거부하고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했어요. 우리 가족, 그러니까 혜윤이네 외갓집은 매우 엄격하고 인정사정없는 곳이랍니다. 언니가 그런 선택을 한 후 가족은 언니를 버렸어요. 언니도 각오하고 있었다는 듯이 떠났고요. 말은 안 했지만 언니가 자기의 뜻을 밝히고 선택했을 때마다 뒤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나는 고스란히 봐왔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는 하지만, 자식을 버릴 수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마치 언니라는 사람이 우리 집안에 없었던 것처럼 그 자리가 깨끗이 치워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봐왔죠.”

“많이…… 힘드셨겠습니다.”(고진욱)

결혼을 앞둔 혜윤이 느닷없이 결혼을 취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데려온 고진욱을 앞에 놓고 혜윤이 어머니인 미옥이 갑자기 가족의 비 밀사를 털어놓는다. 이쯤 되면 고진욱도 뭔가 하나를 고백해야 한다. 상대로부터 생각하지도 않은 비밀을 들었으니 당황스러운 건 기본이고 빚진 느낌이 든다. 아니면 상대가 원하는 의견을 고분고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고진욱은 가족도 아닌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미옥에게 무한한 신뢰를 표시한다.

“정말……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무리하지는 말아요.”

‘미옥은 알맞게 따뜻해진 차를 소리 없이 마신다.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른 뒤 고진욱이 메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입을 떼었다.’

 “저는 두 살 때 고아원에 맡겨져 자랐습니다. 원장님 부부께서 부모님 못지않게 잘해주시는 곳에 운 좋게 들어가게 되었고요. 그래도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며 대학도 나오고 취직도 하게 되었어요.”

‘고진욱은 중간에 쑥스러운 듯 입술을 물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제가 갖지 못했던, 따뜻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게 제 꿈이었고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이런 어마어마한 집안의 딸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좀 의아했습니다. 더 도도하거나 거만할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나 수수하고 솔직하다니. 정말 예뻤고 또 그 예쁘게 웃는 모습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나온다. 기다렸던 말이, 나온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혜란 씨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또, 저는 그와 별개로 저와 결혼하겠다고 나선 혜윤이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 거라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그 말 믿어볼게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내가 고맙다고 말할 만한 모습을 보여줘요.”

‘미옥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 부분은 예비 사위 고진욱이 마음에 들지 않은 혜윤의 엄마 미옥이 사고로 위장해서 고진욱을 죽이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실행하기 직전의 장면이다. 그래서 고진욱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옥은 얕은 연기를 했는데 고진욱은 이미 크게 감동하고 있다. 

  외모가 훌륭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뭐 하나 딱히 내세울 것 없는데도 자동차 세일즈 왕으로 크게 성공한 조 지라드라는 사람은 성공의 비결로 딱 하나를 꼽았다. 그의 성공 비결은 ‘고객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1] 그는 매달 고객에게 작은 카드를 보냈는데 거기엔 단 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잘생기거나, 아니면 같은 고향이 나 같은 학교 출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방법이 바로 내가 먼저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람의 심리가 묘해서 나 앞에서 나의 행동을 따라 하는 사람만 봐도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아기 가아 빠와 엄마를 흉내 냈을 때 엄마 아빠는 감동해서 까무러치는 게 바로 그 이유다.  흉내를 내도 이 정도인데 상대가 먼저 호감을 보여주면 나도 그 사람이 좋아진다. 그냥 ‘좋아한다’고들이 대지 않고 나의 비밀을 살짝 털어놓는 것도 훌륭한 ‘호감 표현’ 방식의 하나다. 물론 상대는 감동하게 된다. 이것을 호감 편향(Like bias)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은 항상 사랑받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존재여서 일단 누군가에게 호감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비 이성적으로 그 누군가에게 비 이성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SNS에 올린 내 사진과 글에 ‘좋아요’를 항상 표현해주는 그 사람을 떠올려 보라. 분명히 남들보다는 정이 더 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내가 호감 편향(Like Bias)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 

[1]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마트한 생각들. 롤프 도벨리 지음. 두행숙 옮김. 걷는 나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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