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ONLY ONE

남자를 살살 녹이는 말

by 문석현
자존심.jpg
한국이 싫어서.jpg

사랑이란 말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걸…… 백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사랑해..’ 노래에도 나온다.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말이긴 하지만 남자들에게 이보다 더 기분 좋은 말. 듣고 또 들어도 좋은 말이 있다. “당신 은진정 훌륭한 ‘리더’입니다.” Only One이라는 말과도 바로 연결되고 통한다. 당신은 리더이자 1등입니다. 이것도 상대의 마음을 여는, 특히 목석같은 남자의 마음을 녹이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당신은 나의 온리 원입니다. ’이 말 역시 아주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예전 주로 하던 상품 중에서 밥솥이 있었다. 이 밥솥이 상대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최신상에 비해서 기능은 약간 빠지긴 했다. 하지만 밥을 맛있게 짓는 필요 기능은 다 들어있고, 몇몇 기능이 빠지는 대신 가격이 떨어져서 제법 판매가 잘 되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방송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편한 상품이다. 가만히 있어도 잘 나가니까. 이렇게 맡아서 잘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무슨 이유인지 다른 남자 후배가 나 대신 그 상품 방송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이 후배가 보통 후배가 아니었다. 얼굴 이웬만 한 영화배우나 아이돌 뺨치게 잘생긴 데다 키도 나보다 훤칠한.. 최강 비주얼을 자랑하는 후배였다. 나도 사람인지라 잘생긴 후배가 제가 맡은 상품을 하는 게 영 신경 쓰였는데 그 친구가 방송을 하던 날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후배가 다른 여자 쇼호스트랑 방송을 하는데 어느 시청자가 방송을 보던 중 톡으로 이런 글을 남겼다. 요새는 TV홈쇼핑 채널마다 톡을 보내면 화면에 그대로 뜬다. 그 내용이 바로 “저 여자 쇼호스트 옆에 연예인은 누군가요?” 이 말 한마디로 회사 내에 소문이 쫙 퍼지고 바로 화젯거리가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상품 방송은 그 후배가 독차지하게 됐다. 아주 쉬운 말로 내 자리를 후배한테 빼앗긴 거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때 사실 나는 내상을 엄청 크게 입었다. 여태껏 쇼호스트 하면서 그런 경우를 겪어 보지를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건데 당시의 나한테는 아주 큰 쇼크였다.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자존심 하나는 지키고 살자.’가 가장 큰 인생 모토인데, 복구하기 힘든 대미지를 입었다.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그 밥솥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 더 생각나는. 그리고 갈수록 더 인정 못 받는 느낌에다가 이러다가 다른 상품에도 내가 밀리지 않을까? 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잠자리에 들어서 그 생각만 나면 잠이 확 깰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혼자 끙끙 앓고 있는데 어느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기가 또 나왔다. “문석현 님이 OOO님한테 외모로 밀렸잖아.” “아줌마들이 완전히 갔더라고.” “나도 OOO님만 보면 마음이 설렌다?” 이런 얘기들이 내 귀를 관통하고 내 가슴도 관통했다. 표정 관리하면서 꾸욱 참고 있는데 자리에 있던 어느 피디가 사람들 있는데서 이런 말을 했다.

“아유 그래도 그 친구가 어떻게 문석현 님을 따라가. 아줌마들 귀 열게 만드는 멘트는 문석현 님 밖에 없어. 걔는 한 참 더 배워야 돼. 얼굴만 갖고 쇼호스트 할 수 있나.”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확 녹았다. 나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굳어지는 걸 감지한 피디가 위로의 말로 한마디 했는데 그 뻔 한 말에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환희의 찬가까지 들리는 듯했다.

이렇게 남자의 마음을 열고 녹이는 말의 중심엔 바로 ‘온리 원’이 있었다. 직접 경험해 본 당사자로서 자신 있게 주장하는데 ‘당신은 최고입니다.’가 99점이라면 ‘당신은 유일한 사람입니다.’는 99점보다도 훨씬 위에 있다고 본다. 특히 남자에게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당신이 유일한 남자’ 이 말이면 전 세계 어떤 남자도 설득할 수 있다. 남자는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다. 그래서 사소한 내기에도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지는 건 자존심에 상처니까. 그래서 남자가 여성에게 뭔가 자존심 이상했다는 뜻으로 얘기할 때는 무조건 ‘아니다. 당신이 Only One이다.’를 계속 강조해야 한다. 만약 여자에게서 가볍거나 사소한 것으로 치부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자의 공격적인 본능은 더 폭발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기분이 나쁜 이유를 여성에게 말하는 것은 ‘내가 지금 무언가 굉장히 언짢다. 나 혼자 삭힐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당신은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니까 당신에게만 살짝 공개한다. 나를 달래줘라. 그리고 나를 늘 그랬던 것처럼 우월하고 유일한 수컷으로, 항상 최고인 너만의 우두머리로 인정해 달라.’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겨버리면 남자는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

장강명의‘한국이 싫어서’에는 남자들이 외지 생활을 잘 견디지 못하는 이유를 아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시 그 ‘자존심’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남자든 그 자존심을 누군가 알아주거나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 남자는 바로 무너진다.

‘내가 나름대로 생각해 본 답은 이래. 음기고 양기고 간에 한국 남자애들이 외지 생활을 잘 버티지 못하는 거야. 기본적으로 타국 생활이라는 게 외롭고 쓸쓸하거든. 나만 해도 별 것도 아닌 일에 갑자기 감정이 복받치고 그래서 눈물을 뚝뚝 흘릴 뻔한 적이 여러 번이야. 그럴 땐 그 더러운 아현동 뒷골목이 못 견디게 보고 싶어 져.

한국 남자들이 워낙 자존심이 세잖아. 그 자존심 때문에 더 쉽게 무너진다? 영어를 가르치는 백인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어린애 다루듯 해. 외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 한국 사람들도 한국에 있는 동남아 사람들을 어린애 취급하잖아. 그런데 상대가 일부러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쉬운 말을 써 주면 그게 배려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능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여러 나라 출신 중에서도 유독 한국 남자애들이 그런 무력감을 견디지 못하더라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남성들은 ‘서열’에 아주 예민하다. 무엇이든 남들보다 높은 ‘서열’을 차지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서열’과 ‘자존심’은 남자에게는 거의 같은 뜻의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머니 가늘 말씀했던 게 기억난다. ‘세상 남자는 두 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강아지고 나머지 하나는 얘다. 모든 남자는 이 둘 중 하나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남자는 두 마디만 해주면 알아서 움직인다. ‘당신이 진정 유일한 리더예요.’ ‘당신이 유일무이한 사람이에요.’ 여성은 그 말 한마디로 남자의 능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고, 또 한층 수월하고 편안하게 남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나도 남자지 만남 자를 사소한 일에 얽매이거나 목숨 걸게 하면 정말 피곤해진다. 대신 사소한 일도 ‘잘한다, 너만 제일 잘한다’ 하면서도 와 주게 만들어라. 생각보다 아주 쉽게 움직이고, 생각보다 남자는 무엇이든 더 신나서 하게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아요'가 쏟아지는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