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본능이 넘치는 남자의 소통 방법

사냥과 남자

by 문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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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성들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좋은 의미이든 반대가 됐든 모르긴 해도 열에 최소한 다섯 이상은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단순하다.’ 단순무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이란 낱말은 반드시 평가에 큰 자리를 차지하지 싶다. 특히 결혼한 여성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단순하다’는 답변을 할 확률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왜 남자는 여자의 평가처럼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말의 속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돼 버렸을까? 여성에게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은 ‘과정’과 ‘공감’이다. 그래서 매 순간이 중요하고,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의 폭이 넓고 깊다. 반면, 남성에게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은 ‘결과’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오직 결과만을 보고, 결과만 중요하니 언뜻 보면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결과를 얻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경쟁, 투쟁 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직 결과만 생각하는 남성을 여성이 단순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남성의 그런 면 만 보고 평가하는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단순한 것이 아닐까.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의 태도는 원시시대부터 만들어졌다. 그때 남자들의 가장 큰 숙제는? 당연히 사냥이다. 하루 평균 20km를 뛰거나 걸으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남자의 머리 속에는 오직 하나. 사냥밖에 없다. 사냥에 성공하고, 또 모든 식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큰 동물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식구들은 굶어 죽는다. 내가 동굴에 들어갈 때, 식구들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잡아왔는지에 시선이 간다. 이런 생활을 수십만 년 동안 계속 반복한다면? 당연히 남자에 뇌에는 오직 ‘사냥’,‘전리품’, ‘결과’ 밖에 남는 게 없다. 그런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사냥을 아주 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사냥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능력 차이로 인해 서열이 정해진다. 사냥을 잘 하는, 전리품이 크고 많은, 즉 서열이 높은 남자는 언제나 환영을 받는다. 당연히 여성 들도 본능적으로 사냥을 잘 하는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상대적으로 서열이 높은 남성은 아이를 잘 낳을 것 같은 매력적인 여성을 선택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방법은 똑같다. 그러니 남자는 오직 결과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존재다. 남자가 결과에 목숨 거는 건 당연한 이치다. 수십 년 동안 다져온 생활의 결과이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지금도 남성의 능력은 곧 그 남자의 서열이니까.

대화하는 방법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다. 남성은 대화 방식 자체도 결과 위주이고, 짧고 간결하며, 두괄식이다. 무슨 용건을 얘기하든 결과부터 얘기하고 부연 설명을 해야 상대 남성은 귀를 기울인다.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아그런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결과부터 얘기해봐. 어떻게 됐어?” 이런 식의 코멘트를 남성으로부터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여성들은 오해하지 마시길. 남자는 언급했던 것처럼 그럴 수밖에 없다. 결과 가제일 중요하니까. 말이 짧고 분명한 것도 그렇다. 원시 시대로 돌아가서 남자들이 힘을 합쳐 커다란 순록을 사냥한다고 치면, 우선 조용히 움직여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에서 순록을 포위해야 한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리더의 신호에 따라 모든 사냥꾼들이 역할 분담을 통해 선제 타격, 본 공격, 마무리까지 숨 돌릴 새 없이 일사 분란하게 끝내야 한다. 이런 순간에서 남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움직여!”, “공격!”,“찔러!”, “죽여!” 등의 짧고 간결한 말 이외에 다른 말을 할 만한 여유 자체가 없다. 이런 사냥의 습성은 현대에 들어서 쇼핑의 스타일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나도 그렇지만, 뭔가 필요해서 백화점에 가면, 주차시간까지 해서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극히 없다. 필요한 게 있으면 위치를 파악하고 바로 가서 구매하면 백화점에 온 임무를 완수하는 거다. 남성에게는 사냥이나 쇼핑이나 다를 게 없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마음 이편 하다. 어느 책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남성이 쇼핑 카트를 끌고 여성의 뒤를 쫓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는 스트레스와 맞먹는다고 한다. 나도 직업이 쇼호스트이긴 하지만 쇼핑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고 하는 남성을 보면, 유심이 지켜보게 된다. ‘유전적으로 그럴 수가 없는데……’

이렇게 ‘결과’를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남성이기 때문에, 남성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 역시 그 남성의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남성은 자신의 능력으로 어떤 결과를 남들에게 보여주는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도 모르게 상당히 의식한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이 있다. 이 제목 하나로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공개됐다. 바로 남자가, 그의 능력으로 구입하거나 만들어 낸 전리품(원시 시대로 얘기하면 사냥의 결과물) 이바로 남자의 물건이다. 남자의 물건이야 말로 그를 바로 대변하는 상징이 된다.

천명관의 장편 소설 ‘이것 이 남자의 세상이다.’에서는 남자에게 ‘사냥 본능’이, 그리고 그 사냥 본능으로 인해 수확한 전리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원봉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에 사람들이 돈을 걸고 열광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 연예인 불법 도박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는 자신이 더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동안 참한 마누라도 얻었고 연수동에 제법 유명한 고깃집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기분이 우울했다. 한마디로 사는 재미가 사라진 것이다. 그즈음 그가 관심을 돌린 건 좋은 차와 멋진 슈트였다. 값 비싼 이태리 제 양복으로 잘 차려 입고 나서면 잠시 기분이 근사해지곤 했다. 그래도 가끔은 경마장에서 마권 다발을 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시절이 그리웠다. 남자의 인생이란 대개 그런 거였다.’

아직 도사냥을 주 업으로 하는 지구인 남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남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세상은 아직도 내가 가져야 할 사냥감 투성이다. 그 수많은 사냥감 중에서도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획득했을 때 비로소 남성은 만족한다. 남자의 인생이란 대개 그런 것이다. 앞 서소설에서도 남자의 사냥 본능이 낱말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마누라를 얻고.’, ‘고깃집을 갖고 있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남자의 사냥 습성이나 사냥 본능을 커뮤니케이션에 접목할 순서다. 아주 간단하다. 어떤 남성이든 수렵이나 사냥과 관련 있는 낱말로 그를 칭찬하면 그는 내 사람이 된다.

“정말 힘이 세시군요.”, “사람이 어떻게 겁이 없어요? 너무 용감한 거 아니에요?”, “눈매가 정말 매섭고 빠르시다. 언제 그런 걸 다 파악하셨어요?”, “순간 판단은 000님이 아마도 제가 본 남자 중에 최고예요.”

현대의 남자들은 사냥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말은 언제나 훌륭하다. 또 하나, 그의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그의 물건을 칭찬하라. 역시 그 남자는 나만 보게 된다.

“그 정장 정말 멋있는데요? 딱 봐도 원단이 다르네요.”, “그런 비싼 차까지 모시면서 집은 또 그 땅값 비싼 곳에…… 능력 자시네요.”

뻔한 말인데도 상대 남성의 마음은 내 쪽으로 움직인다. 다시 말해, 남성을 움직이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다.

수십만 년, 혹은 수백만 년 동안 온몸 구석구석 깊숙하게 박혀 있는 DNA를 자극하는데 누가 돌부처처럼 무반응으로 버틸 수 있을까? 식물이 항상 해를 향해 온 몸을 기울이는 것처럼, 남자는 언제나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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