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소바에 대한 첫 경험
평소엔 늦잠을 자도 여행가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눈이 일찍 떠진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함께 아침 일찍 만나 첫 차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은 한글날이었다. 연차나 휴가를 쓰면 꽤 길게 쉴 수 있는 나름의 황금연휴였지만, 그래서 그런지 연휴가 시작되는 날 출발하는 티켓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음날 오전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 편으로 예약을 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공항은 생각보다 꽤 붐볐다.
자동발권기에서 티켓을 끊고 짐을 부치고 드디어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러 갔다. ‘출발 20분 전에만 게이트에 가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해서 여유롭게 면세점 구경을 하고 게이트로 갔는데, 아뿔싸! 오키나와행 비행기는 게이트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탈 수 있는 작은 비행기였다. 순간 당황했지만, 다행히 우리보다 더 늦은 사람들이 있어서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여유로운 마음으로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창밖을 감상했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따로 설치된 계단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것도, 문이 한 개라 비즈니스 석을 지나 자리에 앉은 것도 모두 처음 해 보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오키나와에 도착한 후에는 비행기 창문을 통해 짐을 내리는 모습까지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공항에는 그 나라, 도시 특유의 냄새가 난다. 오키나와 역시 그랬다. 살짝 후덥지근하고, 약간 짭짤했다.
오키나와 국제선 터미널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친구와 나는 일단 우리가 타야할 고속버스의 시간과 위치부터 파악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마하이나 웰니스 리조트였는데, 오키나와 북부에 있어서 차로 두 시간이나 이동해야 했다. 오키나와 북부에는 츄라우미 수족관이 있었고 또, 우리가 예약한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가 특가 세일 중이라 매우 저렴했기 때문에 선택한 여행 코스였다.
우리가 오키나와에 도착한 이후 마하이나 웰니스 리조트까지 가는 가장 빠른 고속버스는 2시 40분에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 여러 가지 루트를 생각하고 갔으나, 우린 그냥 편하게 고속버스를 타고 한 번에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간이 꽤나 남아 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나하 국제 터미널은 너무 작아서 먹을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국내 터미널 안에 있는 식당가를 찾아 가기로 했다. 어차피 고속버스를 타야 하는 곳도 국내 터미널 앞이라 딱이다 싶었다.
'오키나와에 왔으니, 오키나와 소바를 먹어 봐야지!'
여러 식당이 있었지만, 우린 비교적 한적해 보이고 깔끔해 보이던 소바 가게로 들어갔다.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고, 우리는 메뉴판을 보고 기분 좋게 오키나와 소바와 소키 소바를 하나씩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한 입 베어 문 순간, 우린 서로의 눈빛을 교환해야만 했다. 이 음식을 계속 먹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항에서 먹은 소바는 정말이지 맛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면은 정말 ‘맛’ 그 자체가 없었다. 생밀가루를 고체로 먹는 기분... 국물은 또 너무 느끼했다.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셨지만, 우린 음식을 거의 다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후딱 나오려는데 우리가 남긴 음식을 보고 직원분들이 ‘이 맛있는 걸 왜 이렇게 많이 남겼지?’라는 표정으로 놀라고 당황한 듯 우릴 쳐다봤다. 그래서 우리는 왠지 모를 죄책감에 더욱 서둘러 가게를 빠져 나왔다.
오키나와 소바(沖縄そば)
오키나와 정통 음식 중 하나. 메밀이 아닌 밀가루로 만든 면과 면 위에 얹혀 있는 삼겹살이 특징. 돈코츠와 가츠오로 국물을 우려낸다.
소키소바(そーキそば)
오키나와 소바에 삼겹살 대신 돼지 갈비를 얹은 소바. 일본인 친구가 오키나와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했던 음식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