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향인 강원도를 가게 되면 가끔 네비가 춘천을 지나는 길을 안내할 때가 있다. 그렇게 춘천 소양강을 지나는 차 안에서 강가 물길을 바라보면 같은 강줄기 하나 속에서도 흐르는 사이사이 물길에 따라 색이 다르다. 가끔 보는 모습이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매번 지나가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기에, 해가 떠오를 때와 질 때, 흐린 날과 맑은 날, 물길의 색은 한 줄기 같은 빛을 뛸 때도 매번 다르다. 어떤 날은 투명하고 평온한 초록빛, 또 어떤 날은 어둡고 불안정한 회색빛. 바람이 잔잔한 날엔 고요한 물결이 비단처럼 반짝이고, 바람이 거센 날엔 물이 흐린 갈색으로 휘몰아친다. 그렇게 물길은 고정되지 않는다. 매 순간 변화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며 흘러간다.
사람의 마음도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고정된 존재라고 믿지만, 사실 우리의 감정은 물길처럼 끊임없이 바뀐다. 시간이 흐르면서 삶의 더 많은 물줄기가 갈라졌다 합쳐진다. 상처와 경험, 기대와 실망이 더해져 더욱 복잡한 물길이 된다.
특히 힘든 날에는 내 안의 물길이 탁해진다. 슬픔과 분노가 흙탕물을 일으키고,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람이 물결을 거세게 휘젓는다. 왜 나는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왜 맑게 흐르지 못할까?
그러나 자연 속 물길은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다. 비가 와서 흐려지면 흐려지는 대로, 햇살이 비쳐 맑아지면 맑아지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흘러간다. 물길이 달라진다고 해서 그것이 더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물길처럼 그저 변화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담담히 지나길 바란다. 오늘 내 마음이 탁하다면, 그것은 지나갈 물결일 뿐. 내일은 다시 맑아질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색깔을 띨 수도 있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는다. 흐르는 물만이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물길을 흘려보내기로 한다. 내가 어떤 색을 띠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흘러가기로 한다.
물길의 색이 다르듯, 나의 그리고 우리의 삶도, 감정도, 매 순간 달라진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여야겠다. 그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가장 큰 지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