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맛

by 대행사 AE

퇴근길에 노트북 들고 카페에 왔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1월이지만 카페는 따뜻하다.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가 중앙에 있고 내부는 아직도 성탄 장식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정확히 캐럴은 아니지만, 북유럽풍의 아카펠라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곳의 비현실적 공간이 나를 현실적인 고민에서 보호해 주는 듯하다.


노트북 대신 책을 폈다.


커피 한 잔 마실 때까지만 책을 읽고 싶다.


커피와 책에서 빠져나오면 현실적 고민인 노트북으로 돌아가야 하고, 다시 크리스마스와 같은 비현실적 세계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


매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에 있지만 결국 발걸음은 현실로 향한다. 회사 vs 카페, 찬바람 vs 온기, 노트북 vs 책, 회의실 vs 크리스마스트리.


여행에서 돌아오는 기차와 비행기 안에서 ‘곧 서울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현실은 외부에서 만들어진 환경이고 비현실은 내가 만드는 상상이다.


비현실의 달콤함은 현실의 쓴맛 중에 순간 느끼는 찰나의 맛이다.


지금도 카페 문이 열리고 찬바람이 현실의 맛을 알게 해 준다.


#현실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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