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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행사 AE Jun 16. 2020

생각의 이분화

‘황소를 막아 선 겁 없는 소녀상’

뉴욕 월스트리트에 세워진 ‘황소상’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은 대표적인 관광 명소입니다.


관광객들은 황소의 역동적인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긴 줄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황소는 경기 호황, 투자 증대를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황소와 사진을 찍고 ‘부자의 기운’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증권가의 상징하는 황소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7년 봄, 130cm의 소녀가 3m가 넘는 황소의 돌진을 정면으로 막아선 것이죠. 황소 동상 앞에 홀연히 나타난 소녀상.


전 세계인들이 이목을 집중했습니다.


미디어들은 그녀가 황소뿐만 아니라 우리의 오래된 인식을 멈춰 세운 것이라고 말하며 경쟁 취재했습니다.


동상 하나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었던 PR 캠페인이 이번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황소를 무력하게 만든 ‘소녀의 기상’


소녀 동상은 2017년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라는 보스턴의 투자회사의 펀드 상품 론칭을 위한 홍보 전략으로 탄생했습니다.


SSGA 사는 “사내 여성의 의견을 기업 경영에 제대로 반영하는 회사가 수익률도 좋다”라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게만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홍보는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고객에게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SSGA사는 색다른 홍보 전략을 찾게 됩니다.


‘생각의 이분화’입니다


세상은 매우 복잡하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주 복잡한 이야기도 밤낮, 남녀, 물불, 흑백으로 심플하게 이분화하면 쉽게 이해됩니다.


SSGA의 펀드 상품을 생각의 이분화의 틀에 넣고 ‘남 VS 녀’로 홍보전략을 이분화했습니다.

주식, 펀드, 채권 상품을 다루는 금융시장은 뉴욕 월가의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남성 지배적이라는 인식이 강한 곳입니다.


남성 중심의 금융시장에서 여성 관련 펀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윗 VS 골리앗’처럼 ‘남 VS여’구도로 단순화하면 쉽고 흥미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SSGA는 깨닫게 됩니다

이런 홍보의 방향을 결정한 SSGA는 월가에서 남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상징물을 찾던 중 흥미로운 상황을 목격합니다.


황소상 앞에 모인 관광객들이 부자의 기운을 받는다는 속설 때문에 황소의 고환을 만지며 사진을 찍고 있던 것이죠


SSGA 사는 대표적인 남성 상징물을 황소 동상으로 선택하고, 다윗과 골리앗처럼 황소에 도전하는 상징물을 소녀 동상으로 결정했습니다.

황소는 남성 중심의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그런 황소 앞에 왜소한 소녀가 2017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등장하게 된 것이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남성을 상징하는 황소에 당당하게 선 ‘겁 없는 소녀’는 남성 중심의 불평등에 맞서는 여성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으며 월가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소녀상은 뉴욕시의 허가에 따라 한 달만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소녀상을 보전하라는 3만 건 이상의 지지 서명이 모여 뉴욕 증권 거래소 앞으로 자리를 옮겨 영구 설치되었습니다.

또한, 2017 칸 광고제 Glass PR 등 글로벌 광고제에서 18개의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지역과 문화, 언어를 초월해 여성의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PR은 시선의 방향을 바꿔주는 커뮤니케이션 활동

복잡한 생각을 이분화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이해합니다. 이분화된 생각에 주제를 넣으면 오래된 고정관념이 깨지게 됩니다.


‘여성 관련 펀드’라는 재미없는 상품을 ‘남녀’라는 주제로 생각을 이분화시키고, 성 평등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아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이죠.

이번 사례는 아이들이 즐기는 레노 놀이와 비슷합니다. 황소 인형 앞에 호랑이 인형을 세워 두는 것과 황소 앞에 목동 인형을 세워 놓는 것은 전혀 다른 관계를 의미합니다.


무엇을 세우냐에 따라 생각의 구도가 바뀌는 것입니다

황소 앞에 소녀가 나타나게 되자 황소는 평범한 동물이 되거나, 개선해야 할 남성 지배 사회라는 고정관념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생각을 단순화하고 시선을 이동시킬 수 있을 때 PR이 성공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사례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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