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 때 창의적이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서비스, 사회공헌활동, 혹은 공공 정책을 홍보해야 할 때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국방부에서 진행 중인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전사자의 DNA와 국민의 DNA를 비교하여 전사자의 가족을 찾아주는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DNA 시료 채취에 참여하지 않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전사자 유해가 90% 이상입니다. 국민들의 DNA 시료 채취 참여가 이 사업의 핵심 과제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캠페인도 눈에 보이지 않는 DNA를 눈에 보이게 하여 DNA 시료 채취 참여를 유도한 사업입니다.
보이지 않는 DNA를 보이게 하다
2014년 자폐증을 연구하는 뉴욕의 연구 재단인 오티즘 스픽스에서 자폐인과 가족들의 DNA를 수집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의 목적은 자폐인의 DNA 1만 개를 수집한 후, 게놈지도를 완성하여 전 세계 의료진들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오티즘 스픽스 재단은 자폐인과 그 가족들이 DNA 시료 채취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DNA를 실제로 보이게 한다면 어떤 모습과 어떤 색깔일까?” 사람들에게 자폐증 DNA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캠페인은 시작되었습니다
DNA, 작품이 되다
먼저, 일부 자폐인의 DNA를 나노 현미경으로 촬영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DNA는 어떤 예술 작품보다 경이로운 패턴과 아름다운 색감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캠페인 기획자들은 DNA의 신비로운 모습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오티즘 스픽스 재단은 시각화된 DNA 사진을 다양한 콘텐츠로 발굴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사진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또한, 12명의 자폐인의 이야기를 담아낸 앨범 (책자)으로 출판하여 자폐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게 됩니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g6SGJ_2lyQ)
DNA, 음악이 되다
작품 전시보다 더욱 획기적인 발상은 DNA 음악입니다. 모든 DNA는 A-C-G-T와 T-G-C-A라는 두 가닥의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고 ACGT라는 알파벳으로 표기합니다. 오티즘 스픽스 재단은 염기서열의 알파벳 표기법을 음악의 ‘음계 ABC 표기법’에 연결해보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됩니다. 음계의 도레미파솔라시도는 CDEFGABC이므로 염기서열의 알파벳을 음계에 대입하여 자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화음까지 작곡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됩니다.
*음악 소개 링크
Autism Speaks - MSSNG- DNA Music | Clios
이 캠페인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ABC, FOX,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에서 집중 보도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SNS로 소식을 공유하게 됩니다. 물론 이 캠페인은 칸느와 클리오 광고제 등 글로벌 광고 어워드를 석권하며 2015 최고의 캠페인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고 믿는 생각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오래된 편견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 많습니다. 이를 눈에 보이게 하거나 들을 수 있게 기획하는 것이 PR 아이디어입니다. 자폐인의 DNA를 시각화하여 개인들의 작품을 만들고, 청각화하여 한 사람의 고유한 음악을 만든 것은 놀라운 창의력입니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단 사업을 방송으로 보면서 ‘보이지 않는 DNA를 보이게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고 믿는 생각과 이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게 하는 믿음이 창의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