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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 A MI Mar 23. 2022

좀처럼 그 기분에서 벗어나질 못해

아메바 그림 일기

어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늘 울건 아니었는데, 오전 내내 눈물을 흘렸다.

나는 문득, 이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애쓴다', 내 자신.

지난 메모를 들춰보며, '애쓴다.' 그리고 '애썼다.' 

'애쓴다'는 것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으로

애정이 있으나 대가가 있는 목적성을 동반함으로 그것을 얻지 못했을때 받을 상처까지도 덮으려 애쓰는 것을 감수 한다는 뜻.

'애썼다'는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바라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뜻으로 비록 과거형이지만 종결 할 순 없다는 뜻.


애쓰고 애썼기에, 좀처럼 그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쭈욱 그 기분을 이어왔다는 뜻.


너는 지금 애쓰고 있니, 아님 애써왔니.

최선을 다하지않았다면 애썼다는 말은 하지말자.


아메바 그림체로 나쁜말 귀엽게 그리기

과거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과 그림이다. 

말장난을 좋아하고 1차원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나에겐 아메바 그림이 종종 마음을 대변한다. 


어떤 기분이든, 이를 입밖으로 낸다 한들 그 기분에서 벗어나긴 커녕, 사실을 인지하고 인정하며 그 기분에 더 파고들어버리기에 하나도 좋을게 없는 나쁜 언어들인데 그림으로나마 귀여운척 해보면 깊게 빠져들던 기분에서 벗어나 얕아지는 느낌이 든다. 


'힘'을 들고 있으니 무거운거니까 내려놓자

'지'를 쳤기 때문에 지치는거니까 치지말자.

'처'가 졌기 때문에 처지는거니까 처(지)를 이겨내자.

'지'가 귀여운줄 알고 있으니 지는 귀엽다(겹다)고 말해주지말자.

'P'가 '곤'이라고 말하니 피곤한거니까 가라고(gone)하지말자.

'슬'은 퍼낼 수 없으니 슬은 퍼내지 말자. 흘러가는대로 두자. 그는 그럴수 밖에 없으니까.


이런걸 그리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어버리고

그러면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던 그 기분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일상을 지루하다 말하면 정말로 루즈해지는 법

일상(지)을 귀엽다(겹다)고 말하면 귀여워지나.


어제 겪었던 감정을 오늘까지 가지고 오고,

그럼 그렇게 오늘 끝낼 것을, 그동안의 모든 과거를 끄집어 내어 

지내온 삶을 모두 부정하는 바보 어른이.


일상에서 무엇을 배우십니까
무엇이 몸에 배게 하고 계십니까
삶의 중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느날 수첩에 이렇게 적어놓은 구절이 있다.

어디에서 좋은 글귀를 써놓은건지, 아니면 스스로 쓴건지는 알수없는데

어쩐지 오늘같은 날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 무엇도 대답하지 못하는 철부지 어른아이.


나는 참 바보같아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엉엉 울었다. 

슬의 성질은 물이다. 슬은 때때로 홍수처럼 불어서 넘친다. 그렇다고 해도

슬은 퍼낼 수 없으니 슬퍼는 하지말자. 그냥 흘려보내자.


예전에 그렸던 이 아메바 그림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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