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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 A MI Sep 09. 2022

기록이 시가 되는 스케치북

나의 말

보통 1년에 4권 정도의 스케치북을 사용해왔던 것 같다.

올해 첫 노트는 두툼했고, '반년은 거뜬하겠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6개월을 채운 뒤에 맨 뒷페이지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노트는 35번째 노트이다. 이 녀석도 두툼한 것이 남은 반년을 거뜬히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노트는 작년에 받은 노트였는데, '스케치북'이 아닌 '다이어리' 형식은 잘 쓰지 않기에 구석에서 쉬게 하다 이제야 꺼내 들었다. 2021이라는 숫자는 자연스럽게 스티커로 가렸다.

맨 뒷페이지에 그 마음을 적어두었다. 

' 작년에 받은 노트를 지금에야

 그때 못 봤던 것들을 이제야

 기록해두면 언젠가 '

기록이 시가 되는 노트

'기록이 시가 되는 노트'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 

내 하루의 한 순간만큼은 꼭 기록하자, 이왕이면 여유롭게. 해서 하루의 한 순간을 담는 장면은 꼭 커피와 함께한다. 장면에 향도 함께 할 수 있다면 늘 커피 향이 날 것이다. 

하루의 한 순간을 담는 장면의 대부분은 꼭 커피와 함께한다. 

별거 없는 하루의 일 '부분'이라도 멈춰 서서 담아두다 보면 그 하루의 그 시간만큼은 '기록'이 되어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유로 하루하루를 담게 된지도 꼬박 7년이 되었다. 

추억이 불가항력적인 것인지 혹은 선택적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 가정한다면 나는 직접 하루의 한 순간만큼은 붙잡고 늘어져 보겠다. 그래서 별거 없던 너의 하루도 이것 보라고, 쌓이고 쌓여서 그림으로 남게 되었다고. 너는 하루하루를 이렇게 남겨둔 하루하루를 살아왔다고. 그러니까 의미 없는 하루는 없었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기라 해도 좋고, 습관이라 해도 좋다. 

드로잉 연습이라 해도 좋고 취미라 해도 좋다. 그저 '그리는 날'들의 연속이다.

하루를 그림으로 그렸던 날들을 그리워하고 때때로 내일을 기약해보는 날들이 연속되겠지.

부디 그림이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시가 되는 노트로 남기를.  

하루하루가 시처럼 남기를.

'나는 나의 역사입니다.'라는 말을 강하게 믿는 내가, 기록으로 자신 있게 하루하루를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22년 6월의 어느 날,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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