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는 건 무엇인가 싶다.
'새' 것 위에 '새' 것을 '덧'붙이는 것, 상처를 모르는 '척' 하며 사는 것.
그렇게 해서 무엇이든 잘 견디며 '버티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싶다.
'무슨 의미가 있지' 싶을 때가 있다.
'손'을 놓을 때다.
계속 잡고 있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 손을 결국 놓아버리고 만다면 잃어버리게 되는 건 뭐고, 남게 되는 건 뭘까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말이다.
사람과의 만남도, 일도, 물건과도, 깨달음도 모두 '때'가 있다고 했다. 바로 옆에 두고도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고, 멀어지고 나서 깨닫는 건 늦었다는 것뿐이며, 영원히 품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인연이라는 게 잡고 있을 때는 영영 모르다가도 놓기 직전에야 깨닫게 된다.
그 앞에 뻗어있는 텅 빈 손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걸 얼마나 꽉 잡고 있었는지, 느슨하게 잡고 있었는지를 그때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먼저 놓은 것, 놓으려 결심하는 것, 스르륵 빠져나가 놓아 진 것, 놓치고 만 것, 반대쪽에서 뿌리쳐진 것 들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은 어느 쪽이 되었든 잠깐은 괴롭다. 대부분의 경우 생각과 다르게 잡고 있었던 적이 더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내가 가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처받은 것보다 상처 준 것들이 더 많았을 거야 라는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위로했다. 네가 누군가를 상처 주려고 한 행동이 아닌 것에 다치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네가 그렇게 받아들인걸 수도 있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지만 늘 다음번을 그리며 희망인지 욕심인지를 부려본다. 그러다가 '반복' 앞에서 다시 무릎을 꿇는 거다. 어떤 것이 반복되면 그건 정말 '내 탓' 맞는 거지. 나는 한없이 미끄러진다.
마음이라는 것은 이렇게 약한가, 나는 숱한 경험을 겪으면서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나. 무뎌지지도 않았고 강해지지도 않았던가. 사람들은 다 이런가 아니면 나만 이렇게 머물러 있나.
내 상처와 버릇은 낫지 않았구나. 바뀌지 않았구나. 그간 쌓아왔던 다짐들은 모래성과도 같았구나. 무너지는구나 너무 얕은 파도에 너무 쉽게. 사람은 변덕스러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이를 먹어도 어떤 것들은 너무 한결같아서 매번 놀라면서도 매번 새삼스럽다.
매년 숱한 '안녕'들을 맞이한다.
'나는 계속 그대로 있었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똑같은 실수는 반복되었고, 어떤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어떤 마음은 드러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가 닿았다. 자책하다가 반성하다가, 나와 다른 무난한 사람들을 막연히 부러워하기를 반복한다.
문득 친구와 대화하면서 내가 느낀 '평가'와 '대우'에 대해 얘기했더니, '넌 원래 그랬는데?'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 툭 튀어나온 대답이 칭찬의 말이 아니었음에도 크게 웃고 말았다. 아 맞다 이런 친구도 내 곁에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당시 스스로를 다소 비참하게 만들었던 '원래'라는 단어가 다르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너는 계속 그대로 (너대로) 있었던 게 맞아'라는 맞장구로 들렸다. 네가 상황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듯 그것 또한 상대도 다를 바 없을 거야.
'그래서 넌 어떻게 했는데?' '어떡하긴 그냥 그렇게 넘어갔지'라고 했더니 그때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건 너라서 가능한 일이야, 나라면 그렇게 못했어.' 이 말 역시도 칭찬의 말이 아니었음에도 또 웃고 말았다.
어떤 일에 앞서 그것들을 '나다움'이라는 말로 포장하거나 정당화시킬 마음은 없었는데 문득, 아 그래, 그냥 나답게 다시 뻔뻔하게 지내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 어떻게보면 그게 맞지. 벌어진 어떤 일이 생각한다고 달라지진 않을 것이고, 설령 더 '적절한 대처'로 '상황'이 조금은 달라진다 하더라도 그 일이 내게 남긴 마음의 자국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그렇다는 건 복잡하게 생각해 봤자 소용없다 것.
삶이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
예전에 누군가 '(현상에는) 가볍게, (아닌 것엔) 모질게, (맞는 것엔) 독하게' 살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중 '가볍게 살자'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았었다. 너무 모든 게 무겁기만 한 나이였을 때였기에.
'너 원래 그랬어'라는 말 한마디가 나를 다시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나로 있음'에 대해 맞고 틀렸다는 게 아니라, 네가 유별나게 굴거나 이전에 비해 크게 태도가 바뀌지 않았으며, 때문에 그 일로 인해 유독 상심할 필요가 없다'는 위로이자 고여있던 강물의 둑을 허물어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물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서 생각하는 대로 물 흐르듯 답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때때로 이렇게 막히게 될 때가 종종 있겠지만, 그렇다고 막힐 때마다 고여있을 수는 없다. 흘러가야 한다. 계속 걸어가야 한다.
칭찬도 위로도 아니었지만, '가볍게, 단순하게, 물 흐르듯이 살고 싶다.'는 마음의 문을 두드려준 그 말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