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함 속에 감춰진 고유함에 대하여
유럽풍 그림이 장식된 콘솔 위
작은 촛불이 식당 내부를 주홍빛으로
부드럽게 물들몄다.
홀 안에는 흰 블라우스에
옛 유럽 하녀들이 입었을 법한 레이스 앞치마를 두른
점원들이 마치 르누아르 그림 속 여인처럼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점원은 다소곳이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주문을 받았다.
우리는 탄두리 치킨과 콜라, 그리고 맥주를 주문했다.
잠시 후, 또 다른 점원이 샐러드가 담긴 커다란 볼을
테이블 중앙에 내려놓았다.
점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식당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다 똑같아 보여.”
“뭐가?”
“여기 점원들 말이야.
똑같은 화장에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꼭 비스크 인형 같아.”
“비스크 인형?”
“석고 틀에 점토를 부어 구워낸 도자기 인형 말이야.”
정말 그랬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색 립스틱을 바른
하얀 얼굴의 사람들이 큰 홀을 분주히 오갔다.
잠시 후, 그중 한 명이
맥주와 팝콘을 들고 다가왔다.
그는 팝콘을 집어 먹으며 무심히 말했다.
“자세히 보면 완전히 같진 않아. 조금씩 다르지.”
“그럼 비스크 인형은 아니네.”
“비스크 인형도 그래.
처음 몰드에서 나올 땐 모두 똑같지만,
색을 입히면 비로소 서로 다른 생명을 얻지.”
그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겉모습이 같은 거지. 본질은 같잖아.
저 사람들은 본래 다르지만, 겉이 똑같아 보이는 거고.”
그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결국 중요한 건 복제의 시점이네."
‘복제의 시점….’
비스크 인형처럼 보이는 점원 한 명이
막 요리한 탄두리 치킨과 맥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영국식 도자기가 인쇄된 냅킨을 홀더에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가끔은 이렇게 틀에서 찍어낸 듯한 시간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일정 부분 '복제된' 존재로 살아간다.
사회는 우리를 비슷하게 빚는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같은 틀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수많은 색과 온도로 빚어진 고유한 감정의 결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결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기도 한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누구도 똑같지 않다.
같은 유니폼, 같은 화장, 비슷한 표정과 말투...
사이로 미묘하게 달라지는 표정들이 겹친다.
그 작은 차이가 우리를 유일하게 만든다.
2009.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