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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희 Jun 09. 2024

교사를 구타한 초등3학년

아동방임과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에 대해

요 며칠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있다. 바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선생님 구타 사건이다.

그 작은 주먹으로 때리면 얼마나 아프겠나 싶다가도 오죽하면 선생님들이 작정을 하고 촬영을 다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이 나오면 이렇다 할 해결책 없이 끝난다는 게 큰 문제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현장에서 가장 가깝게 일하고 있는 어느 초등학교의 특수학급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최대한 문맥상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편집하지 않으려 한다.

무너지는 교실을 표현한 AI이미지

1. 기사 속의 학생은 촉법소년의 범주에도 들지 못합니다. 또 이렇다 할 범법 행위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떤 처분을 할 수 있을까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


-학교에서는 학생 대상이 아니라 교사에게 이런 행동을 한 학생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서 행동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는 있습니다. 이 또한 학교 단위에서 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아서 2023년 이슈가 되었던 문제 이후로 각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기는 했습니다. 따라서 단위 학교에서는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제일 큰 처분은 강제 전학이 다입니다. 그에 따라 학생에게 맞는 심리치료, 부모교육 처분이 내려지기도 합니다만 부모가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기사에 나온 학생은 이미 학교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강제 전학 처분이 이미 내려져서 이 학교 저 학교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2. 처분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부모가 거부하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미 강제 전학을 여러 차례 가게 되면서 부모에게도 학생의 심리치료나 상담, 부모교육이 권고되었다고 부모가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근무하던 곳에서 비슷한 사례를 본 적 있는데 부모가 이러한 상담과 교육을 거부하는 경우 학교나 교육지원청에서는 강제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3. 위와 같은 학생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분리가 우선일까요? 


-기사의 학생의 상황으로 봐서는 분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부모가 거부해도 아이가 안정적으로 돌봄과 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해 학생에게 피해를 본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일단 분리를 한 이후에 다음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강제 전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꾸준한 모니터링과 교육이 필요한데 정작 가장 중요한 부모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고 오히려 선생님을 폭행했다는 기사로 미루어 볼 때 부모와도 분리해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4. 기사의 학생과 마찬가지로 어머니 또한 막무가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모의 성향이 아이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보십니까?


-모든 학생들이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90% 이상은 문제 부모로부터 온다고 봅니다. 학생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학부모님의 태도와 대처하는 방법을 보면 그렇습니다. 특히 학생의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양육태도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5. 부모의 영향이 크다면 부모와 아이의 분리가 시급한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한가요?


-아이를 폭행해서 다치게 하는 것만이 아동학대가 아니고 제대로 양육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아동학대의 범주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폭력의 흔적이 없는 이상 우리나라에서 방임은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합니다. 

부모가 학대나 방임으로 신고되었다고 해도 장기간 아이가 분리되어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나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아동학대라고 신고한다고 해도 단기간 분리 조치는 가능하지만 장기간 분리해서 아이들이 돌봄을 제대로 받는 시스템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6. 기사 속 학생은 이미 사회로부터 ‘범죄자의 싹’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것은 담임교사나 학교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교사들도 제대로 된 상황을 인지하고 지도하려고 했을 때 부모로부터 도리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거나 학교로 찾아와 험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교사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제도적으로 학부모가 자식의 교육과 상담을 거부하지 않고 강제적으로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7.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도 우리가 알맞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는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또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며칠 떠들썩하며 악플이 달리는 것으로 끝나는 듯합니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과 보호자들과 우리는 함께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이나 보호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학교에서도 이런 상태인데 그냥 사회에 내던져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는 그런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번 씹고 버리는 껌처럼 소비하기보다는 학생과 보호자에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호자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이 된다면 적어도 보호자가 제대로 양육할 수 있을 때까지 분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의 이런 기사들을 접하게 되면 학교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사회화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교육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열심히 돕는 선생님들과 보호자들, 관계자들이 이런 일들을 고민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일을 한 개인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사회현상으로 보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일들이 있으면 가정과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교권이라는 것은 땅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더욱 참담한 현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선생님들은 아이의 방임 상태를 주장하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방임의 정의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아동방임이란 의식주를 소홀히 하는 물리적 방임, 의무교육을 하지 않거나 필요한 특수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교육적 방임, 필요한 의료적 처치, 개입을 하지 않거나 예방접종, 장애 아동 대상 치료 등을 거부하는 의료적 방임과 유기 등이 있다. 상당히 소극적인 유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유니세프(UNICEF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Children 's Emergency Fund)는 ‘방임은 아동의 건강이나 신체적, 정신적, 영적, 도덕적 혹은 사회적 발달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은 행위이며, 아동을 위해로부터 가능한 한 많이 보호하고 감독하는 것에 실패함을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방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본다면 올바르게 살게 하지 못하는 것도 방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알 것이다. 방임 또한 학대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극적 형태의 방임을 정의하고 있고 또 보호자의 권한 또한 소극적이다. 영유아나 초등학생의 경우 아동의 가정 내 폭행이나 방임의 경우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가 담당 교사임에도 그 권한이 크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이 교우를 폭행하거나 교사를 폭행하고 위협할 때도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역으로 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서라도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없는 입장이 돼 버린 것이다. 

따라서 기사 속의 교사도 엄중하게 학교를 무단 이탈하려는 학생을 교육하고 싶었지만 역으로 아동학대라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 뻔 하기에 영상을 찍는 것으로 대신했는지 모르겠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에 대한 조항이 있다.

1) 교사가 자기 방어를 목적으로, 신체적 상해나 재상상 피해를 위협하는 소란을 진압하거나 학생이 소지한 위험한 물건을 입수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필요한 정도의 무력은 아동학대(불법 체벌이나 상해)에 포함되지 않는다.

2) 가정 외 보호에서의 학대나 방임 사안에서 아동 복지를 책임지는 사람을 아동을 돌보도록 허가받은 시설의 허가권자나 관리자 및 직원, 공사립학교나 기관 등의 관리자나 직원이다. 아동복지를 책임지는 사람이지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닌 것이다.

3) 학교전담경찰관이나 법집행관이 직무수행을 하면서 발생한 피해나 무력은 아동학대에 포함되지 않는다.


선생님이 다른 학생에게 맞는 모습을 봐야 했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교육관이라 전하고 싶었다. 물론 선생님이 맞아서도 안 되겠지만 그걸 다른 학생들이 보고 불안감을 느껴서도 안 되기에 어느 정도의 교권은 있어야 하는 게 맞다. 


또 한 가지를 지적하자면 우리는 젊고 유망한 선생님들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참 마음이 아프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착 마련한 대응책은 이렇다 할만한 것이 없다. 선생님 전화번호를 오픈하지 않는 것 정도랄까?

형사든, 의사든 하다 못해 육아 스트레스에 지친 주부에게도 심리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나라에서 왜 그렇게 큰 일을 겪고도 선생님들의 심신을 신경 써 주지는 않는지 개탄스럽다. 

인터뷰 중에 알게 됐지만 선생님 얼굴에 침을 뱉고 욕을 하는 일은 그리 큰일도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참고 아이와 가족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가정에서 거부해 버리면 끝이고 교사는 모멸감을 느낀 채로 사건은 그대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런 교사들에게도 심리상담과 같은 치유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주먹구구식 탁상행정보다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 내가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다. 그 학생의 부모도 억울하다면 그런 만큼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교사는 교사대로의 사명을 다 한만큼의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이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한 아이도 올바르게 키워내지도 못하면서 출산 장려정책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 점차 나아지리라고 본다.



<참고문헌>

보건복지부 2017년 아동분야 사업안내 (1), 아동학대 유형 및 구체적 행위


UNICEF. (2012). Child Maltreatment: Prevalence, Incidence and Consequences in the East Asia and Pacific Region: A Systematic Review of Research. p. 5. 


CANRA, Child Abuse and Neglect Reporting Act

https://leginfo.legislature.ca.gov/faces/codes_displayText.xhtml?lawCode=PEN&division=&title=1.&part=4.&chapter=2.&articl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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