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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희 Jun 16. 2024

우울증, 패션을 입다

패션 우울증, 패션 자해에 대해

보건복지부에서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고 병원 치료가 쉽도록 하기 위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때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람들은 우울증이 정말 감기처럼 너도, 나도 누구나 쉽게 걸렸다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런 표현은 일본의 제약회사들에서부터 시작됐는데, 항우울제를 판매하려는 시도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단순히 약물만으로 치료가 되는 간단한 질병이 아니다.

우울증은 의욕저하와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심한 무기력감이나 식욕 저하, 불면증, 혹은 과도한 수면, 신체적 통증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사실 우울증이라는 것은 생물학, 신경학, 유전학 등 내적인 요인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사회, 경제 등 모든 것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10대, 20대들은 너무도 쉽게 MBTI를 검색해 자신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과 같이 우울증도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게 위험한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에 ‘우울증 테스트’라고 검색하면 다양하게 국가 기관 및 산하 기관의 자가 테스트 사이트가 나온다. 대략 20개 정도의 질문에 답하면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가는 본인 스스로도 알 것이라 판단된다. 자신마저 속이고자 한다면 그럴 수 있는 테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패션 우울증’이다. 우울증도 패션의 한 종류처럼 입고 벗을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트렌디하거나 캐주얼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이면은 아주 위험하다. 이것은 10대, 20대의 청소년들이 정신적 문제를 회피하고 그에 대한 결핍을 관심으로 보상받으려고 하는 현상에서 나온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우울을 동경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때문에 똑똑한 지금의 청소년들이 더욱 우울감에 빠르게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예전부터 쉽게 ‘멜랑꼬리’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는 ‘멜랑콜리 melancholy’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또 다양한 문학에서조차 우울감과 죽음을 향하는 예술 작품들을 찬양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 내면의 고뇌를 은유와 상징으로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쉬운 예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렇다. 베르테르의 슬픔의 정서와 죽음은 독자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그를 따라 죽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베르테르 효과’라고 이름 지었다. 그래서 지금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자살을 하게 되면 그를 따라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두고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또 우리가 사랑하는 화가 고흐가 우울증이었고, 천재 미켈란 젤로 역시 우울증이었다. 환각을 일으킬 듯 생생한 공포를 선사하는 에드가 앨런 포우도 우울증이었다. 이런 천재들 때문이었을까, 어느샌가 우울증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렇듯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전염이 빠르다.


특히나 청소년기는 뇌가 급격하게 발달하는 두 번째 시기이기 때문에 정신의학적 관심이 필요하며 초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외롭거나 결핍이 있을 수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이를 알맞게 표현하지 못하고 우울증 환자에게 보내지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그렇게(우울증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 우울증이라며 지인에게 자신이 먹는 약을 사진을 찍어 보내는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약의 대부분은 영양제, 혹은 비타민 캔디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심하게는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손목에 칼자국을 내는 등의 행위를 한다. 이것 또한 ‘패션 자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자해의 흔적을 SNS에 올리는 일은 이들에게 놀이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우울증과 자해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과 자신에게 쉬운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아주 위험하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패션 우울증이라는 것을 트렌드로 보는 시각이다. 가짜 우울증 환자라는 시각, 관심 종자라는 눈총이 일차적으로 함께 매도되는 우울증 환자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고, 패션 우울증은 자신의 결핍이나 아픔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당사자들에게 두 번째 문제가 있다.

우선, 우울증 환자들은 그 어떤 조언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상태를 의미하며 그래서 약물 처방과 비약물 처방이 함께 이뤄진다. 그리고 그들의 무기력함은 그들 내면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패션 우울증이라는 걸 봤을 때 꼴사나울 수밖에 없다. 살갗이 벗겨져 나갈 듯한 고뇌를 반복하는 그들에게 패션 우울증과 비교를 하게 되면 당연히 절망감이 더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너무도 쉽게 모든 슬픔에 우울증을 운운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슬픔과 우울은 구분이 되어야 한다.)

반면 패션 우울증 당사자의 경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패션 우울증도 자신의 결핍에서 시작된 ‘병’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그러는 경우가 드물다. 이를 알지 못하거나 무시하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당사자는 이를 놀이로 생각하고 언제나처럼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꼭 그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우울증을 모방하는 행위를 하다가 실제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우울증은 단순히 감기처럼 자연히 낫는 병이 아니다. 우울증은 호르몬이나 자신의 심리 상태, 환경 등 다방면에서 비롯될 수 있듯이 치료도 단순한 것이 아니다.

온갖 매체를 통해 자신을 패션 우울증 환자로 취급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진찰을 받아보길 진지하게 조언하고 싶다. 왜냐하면 성인으로 들어서는 마지막 길목에서 자신을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며 어쩌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진통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픔을 트렌드로 여기기에는 고통이 너무나 크다.

SNS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많은 사람과 관계를 형성할 수는 있게 됐지만 이와 반비례하게 밀접하고 끈끈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학부모의 항의가 두렵고 아이들의 컨트롤이 어려워 체험학습을 포기하는 초등학교들이 늘어나고 있고, 집단 따돌림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이 그룹 지어 모이거나 단체 카톡방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계속 논의되어야 할 것이고 학교와 친구를 대신해 채워 줄 수 있는 것은 우선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이 됐던 '패션 우울증'이 됐던 내가 힘들거나 주변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스스로 어설픈 판단을 내리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당사자가 청소년이라면 부모님 등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힘든 세상, 혼자 견뎌내는 것 같아도 세상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국 노리치 시티의 정신건강 공익 광고를 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만큼 큰 공감을 샀다.

노리치 시티 정신건강 공익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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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최우석. "현상학과 우울증 : 현상학적 정신의학 연구를 위한 서론적 이해." 현상학과 현대철학, vol. 98, 2023, 37-69.


신정은. "주요우울장애를 지닌 청소년의 우울증 심각도와 전두엽의 혈역학적 변화와의 관계 :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기법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2022.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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