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속신앙
얼마 전 영화 <파묘>가 흥행을 일으키며 한국의 오컬트(Occult) 영화가 또다시 파란을 일으켰다. 그 예전에 한국의 오컬트 영화라고 하면 ‘눈뜨고 못 볼 수준'이라는 평을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에서도 ‘잘’ 팔리는 영화들이 됐다. 잘 만들고 재미있는 영화가 됐다는 얘기이다. 필자도 <파묘>를 재미있게 봤다. 감독의 역사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딸과 함께 봤는데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그날 저녁부터 인 것 같다. 딸이 무서웠다고, 아무래도 귀신은 무섭다고 이야기했다. 옆자리 성인들도 무섭다 하던데 아직 어린아이에게 무리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무속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귀신이 무서워 밤잠을 설치거나 화장실을 혼자 못 가는 분들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참고해 보길 바란다.
무속 신앙은 굿을 하는 행위로 발전했는데 <파묘>에서도 김고은 씨가 대살굿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장면은 사실 무섭게 보이게 한다. 그런데 실상을 알면 그렇지가 않다.
무속 신앙의 신의 계급은 쉽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은 사람들을 지켜주고 집을 지켜주는 일을 하고 객귀나 잡귀 같은 귀신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을 한다.
1. 천신(天神) : 제석, 일월성신, 칠성, 천궁호구, 천궁말명, 천궁서낭 등.
2. 산신(山神) : 본향상신, 본향조상, 도당호구, 도당신장, 도당서낭, 사해용신 등.
3. 전내신(殿內神) : 관우, 유비, 장비, 제갈량, 오호대장, 오방신장 등.
4. 장군신(將軍神) : 최영, 임장군, 신장군, 여장군, 조상대감, 몸주대감 등.
5. 가택신(家宅神) : 성주, 안당제석, 안당호구, 성주군웅 등.
6. 잡귀잡신(雜鬼雜神) : 걸립, 터주, 서낭, 말명, 객귀, 잡귀 등.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무당 (문화원형백과 한국의 굿,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이때 무당이 하는 굿은 형태나 규모, 목적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 굿들을 알기 쉽게 세 가지로 구분하자면 첫 번째, 목표가 현실의 재난을 예방하거나 복을 불러들이기 위한 재수굿이다. 이는 가정이나 마을 단위로 하게 되는 굿인데 별신굿이나 제주도의 영등굿이 유 명하다. 이때 잡귀나 객귀의 기를 누르기 위해 상위의 신을 부르기도 한다.
두 번째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정화하는 굿이다. 일명 넋굿이라고 한다. 보통 집안 단위로 행해지고 시왕굿, 망묵굿, 씻김굿, 시왕맞이 등이 있다.
세 번째는 강신무(무당)가 되기 위해 내림굿을 하는 굿으로 신굿이다. 이는 무당들 자신을 위한 굿이다.
같은 굿이라도 지역별로 명칭이나 방식이 달라지며, 역사적으로 굿과 무속 의례가 혼합되어 발전해 왔고, 현대에는 일부 의례가 축소되거나 변형되기 때문에 굿의 이름은 다양하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굿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외국 퇴마의식처럼 귀신을 결박하여 퇴치하는 의식이 아니라 영혼을 춤과 음악으로 달래 위로해 주는 행위 예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대부분 마을단위로 이루어지는 축제와 같은 행사였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도 무당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했었다.
사실 한국의 무속 신앙은 아주 오래전 우리의 시작과 함께 시작됐다. 고조선의 천부인이 그것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신물(神物)로 환인 천제가 환웅에게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데 사용하도록 준 세 가지 물건이다. 고대에서는 지배 계층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보통 검, 방울, 거울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무속신앙에서 시작된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도 마찬가지였다. 경주지역에서 출토된 모든 금관에는 우주수목 장식이 주요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데 시베리아인들은 지금도 이 장식의 모델인 흰 자작나무를 영험한 힘을 가진 신비로운 나무라고 믿고 있는데, 이 나무를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샤먼(무당)뿐이라 믿었다. 이런 믿음이 신라 금관에 남겨진 것이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친숙한 이야기는 처용가일 것이다.
처용가는 통일신라시대의 향가로도 등장하고, 삼국유사에 고려 가요로도 등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르지만 그 의미는 같은데 향가와 고려가요의 ‘처용’은 사악한 귀신을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하는 주술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처용의 설화는 이렇다.
역신이 처용의 처를 범하였으나 처용이 노하지 않고
‘처용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감복하여
‘처용의 얼굴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래서 고려시대 이후 새해나 질병이 돌 때면 처용의 얼굴을 그려 문에 붙이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기게 됐다. 이는 민간전승과 무속신앙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고려가요의 ‘열병신이야 횟거리로다’하면 역신이 멀리 도망가는 무속 신앙을 믿어 왔고 그 이야기를 친숙하게 들으며 자랐다.
이렇게 민중사이에서 위로가 되던 무속신앙이 조선시대 유교사상으로 탄압을 받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문화 말살 정책으로 무속신앙을 폐지시켰으며 무당들은 체포했다. 그렇게 한국의 굿은 대중과 멀어지고 무섭거나 두려운 것, 창피한 것이 되고 말았다.
어느 민족 역시 그렇겠지만 한국의 역사 또한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당의 도움을 받아 원혼을 위로하고 주변의 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인간을 위로하기 위한 제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속신앙을 너무 무시할 필요도, 또 너무 맹신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수천 년을 함께 해왔으니 말이다.
다만 진정으로 무섭고 위험한 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귀신이 아니라, 그런 귀신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안달이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오컬트(Occult)
신비학, 신비주의로 해석되며, 숨겨진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 서양의 전통 사회에서 주술이나 유령 등 영적 현상에 대해 탐구한다.
*역신 疫神
질병을 전파하는 신
*열병신이야 횟거리로다
열병신-병을 옮기는 귀신
횟거리-횟감, 회를 만드는데 쓰는 고기나 생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