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라서 힘든 걸까?

MBTI의 함정

by 장성희
<채용공고>
저희 회사는 MBTI를 보고 뽑아요.
E성향이신 분 많은 지원 부탁 바랍니다.
단, ENTJ나 ESFJ분들은 지원 불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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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은 16가지 유형의 MBTI에 열광했었다. 친구사이를 넘어서 이제는 기업에서 대놓고 MBTI의 유형을 원하거나 검사 결과지를 조건으로 요구하는 곳도 생기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멕시코 언론에서는 ‘한국의 MBTI 맹신경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MBTI의 평가

다수의 과학 저널을 통해 MBTI를 이용한 수천 건의 연구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지만 객관성이나 질문의 신뢰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MBTI는 유사 과학의 하나로 치부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한국에서는 친구 또는 파트너를 사귀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으며 회사 입사 희망자에게 MBTI를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의 직무차별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MBTI에 들썩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MBTI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먼저 알아보자.


MBTI의 시작

카를 융(Carl Jung)이 초기 분석심리학에 대한 책을 집필하는데, 이 책이 ⎡심리학적 유형⎦이다. 융은 자신만의 경험으로 사람을 크게 인식자판단자로 나누고 전자를 다시 감각직관을 선호하는 두 부류로 나누었다. 또 후자는 사고감정을 선호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총 4개의 유형을 만들었고 이 4개의 유형은 다시 내향성인지 외향성인지로 나뉘면서 총 8개로 성격을 세분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체계적인 실험이나 데이터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신뢰할 만한 연구였다기 보다는 초기 심리학에서 훌륭한 하나의 아이디어였다.


이후 1944년 융의 분석심리학을 바탕으로 캐서린 브릭스(Katherine Briggs)와 그의 딸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에 의해 MBTI-자기 보고형 성격 유형검사로 발전했고 이는 16가지의 유형으로 성격을 나누어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현재까지도 몇 가지의 논란거리가 존재한다.

첫 번째, MBTI를 개발한 캐서린 브릭스와 아자벨 마이어스는 심리학자가 아니었다.

캐서린은 소설가였고 딸인 아자벨 역시 미스터리 소설가였다. 심리학은 전공한 적이 없으므로 심리학자라고 부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딸 이자벨 마이어스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MBTI와 인종차별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싶은 생각이 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MBTI 이전에 유행했던 혈액형별 성격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열등한 혈액형, B형

혈액형별 성격설은 1910년 인종차별 주의자였던 독일의 내과 의사 폰 듄게른(Emil von Dungern)이 동물의 혈액형에 대한 임상조사를 통해 ‘대부분의 포유류는 B형이며, 침팬지와 사람에서만 A형이 발견된다’라고 주장한 것이 우생학의 시초이다. 그 후, 그의 제자 힐슈펠트(Ludwick Hirschfeld)는 듄게른의 이론을 발전시켜 <북유럽이 A형 인종의 발상지이며 인도가 B형 인종의 발상지> 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B형을 열등한 혈액형으로 몰아가기 위해 전염병도 B형에게 많고 범죄자도 B형이 더 많다는 연구가 잇따르게 된다. 이후 1970년 일본 작가 노미 마사히코(能見 正比古)는 이를 바탕으로 ⎡혈액형 인간학⎦이라는 책을 썼고 그것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혈액형 성격설’의 원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열등한 B형은 아직까지도 바람둥이이거나 이기적이거나 충동적이라는 등의 주장들이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인들은 아시아인들 치고는 B형이 적고 A형이 많이 독일인의 혈액형 성격 연구를 가져와 차용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 별거 아닌 우스갯소리로 여기던 혈액형 이야기마저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이것은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개인의 기대가 그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경향을 말하는데 우리가 갖는 편견이나 규정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MBTI도 사람을 유형화시켜 차별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다시 딸 이사벨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문제가 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그녀의 ⎡나의 죽음을⎦이라는 소설에서 극 중 인물이 자신의 선조 중 흑인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오염당한 핏줄을 남기기 싫다(백인을 더럽히기 싫다)'며 연이어 자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인종이나 민족에 관계없이 모두 평등하다고 주장한 여성을 두고 “미성숙하고 성격유형적으로 덜 발달했다.”라고 조롱하기도 했고 “까맣고 열등한 인종은 사람의 정신에서 제압당하고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가리키는 전형적인 상징이다.”라고 했다.

인종적 편견이 상당했던 그녀가 만든 인간의 유형을 분류하는 검사라는 것이 관연 안전한 검사인지 의문을 품을 만한 대목이다.


세 번째, 테스트할 때마다 결과가 대부분 다르게 나온다.

융은 그의 책에서 ‘순수한 외향성이나 내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정신병원에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MBTI검사는 모호한 질문을 던져 놓고 <예>, 아니면 <아니요>라고만 답을 하게 해 놨다.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지금의 기분 등에 따라 답변이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제 ENTP였던 사람이 오늘은 INTJ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회사 면접 등에서 필수로 제출되어야 하는 서류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제고되어야 하는 것이다.

⎡MBTI검사의 한계⎦라는 글을 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의 조직심리학자 아담 그랜트(Adam Grant)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MBTI검사로 측정된 성격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행복해할지, 당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잘할지, 당신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행복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MBTI의 영업

그렇다면 왜 MBTI는 왜 이렇게 유명해진 것일까?

1975년 CPP사에 검사가 인수되면서 인지도가 대폭 상승했다. 검사는 인수되면서 살짝 수정되면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미국 내에 대기업들, 대학교, 정부기관에서 검사를 받게끔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CPP사는 MBTI만으로 연간 200억 원정도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특히 SNS 밈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MBTI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사실상 무료 광고 효과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는 MBTI가 빠른 시간 안에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처럼 여겨지며 채용, 마케팅, 조직관리에도 활용된다. MBTI 기반 워크숍과 팀빌딩, 리더십 진단, 심지어 고객관리까지 영역을 넓히며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된 것이다. 이처럼 MBTI는 검증된 심리검사라기보다는 “브랜드화된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MBTI는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라기보다, "산업화된 경험의 일부”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I라서 저 사람들이랑 어울리기 힘들어.” “나도 ENFP처럼 되고 싶어.” “저 사람은 ENTJ라서 삶이 빡셀 거야.”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MBTI 관련 대화다. MBTI는 성격을 이해하는 재미있는 도구지만, 때로는 사람을 틀에 가두고 단정하는 편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업들이 MBTI 유형을 채용이나 인사관리의 조건으로 삼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MBTI가 어느새 ‘현대판 혈액형 성격설’처럼 소비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제는 MBTI를 단순한 놀이가 아닌,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 글에서는 MBTI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사람을 유형화하지 않는 새로운 성격검사 HEXACO를 함께 알아보자.


헥사코 HEXACO는 ‘어쩌다 어른’에서 김영일 교수님이 MBTI보다 더 정확한 검사라고 소개를 했다. 단점이라면 MBTI보다 재미가 없고 결론도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5개의 성격 성향이 있는데 정서성, 개방성,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이다. 여기에 정직겸손성이 추가되어 총 6개의 성격 요인을 심리 검사한다. 하지만 더 정확한 성격테스트라고 하니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헥사코테스트는 http://hexaco.org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는데 영어로 되어 있으니 번역기를 사용하던지 크롬을 이용해 자동 번역을 하면 쉽게 테스트할 수 있다. 회원가입은 없으며 테스트 결과는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한다. 물론 결과가 MBTI처럼 직관적이지 않고 설문지가 길어 힘들 수 있지만 정확한 자신의 성향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해 볼만하다. 그리고 자신을 어떤 범주에 가두지 않고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면 힘들고 재미없어도 한 번쯤은 해 볼만하다.


*카를 융

프로이트와 함께 활동했던 심리학자로, 분석심리학을 발전시켜 MBTI의 기초가 되는 성격유형 이론을 세웠다.

그의 내향·외향, 인식·판단 개념은 현대 심리학과 성격유형 이해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


*우생학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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