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으로 인생이 바뀐 여자

대변이식술

by 장성희

똥으로 인생이 바뀐 여자?

놀랍게도 남편의 대변으로 인생이 바뀐 여자가 있다. 2020년 국제저널 Bipolar Disorder에 보고된 이 여성은 양극성 장애로 '12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했고, 10번 입원을 했으며, 체중이 크게 증가하는 등 심한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정신과 의사 러셀 힌톤(Russell Hinton)은 그녀에게 그녀의 남편의 대변이식(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 했고, 그 후 5년 동안 양극성 장애 증상이 사라지고 33kg을 감량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변이식술이란 무엇일까?

대변이식술은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획득한 장내 미생물을 여러 질병이나 환경에 의해 장내 미생물이 손상된 환자에게 전이하는 기술이다. 궁극의 목표는 기증자의 다양하고 건강한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환자의 장으로 재구성하는 것인데 이때 인간이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살을 빼고 싶은 누군가도, 정신과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혹할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대변이식술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자.


<사례 1>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SK)에서는 백혈병이나 암 환자 14명의 대변을 항생제 복용 전에 받아서 냉동 보관했다.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끝난 뒤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았다. 항생제 치료 후 급격히 다양성이 떨어진 미생물 생태계를 대변이식술로 복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현재까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으면서 항생제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례 2>

또 다른 예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벤 멀리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연구원 연구팀은 치명적인 위막(가짜 막) 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병원균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ides difficile)'에 감염된 중년 남성 환자에게 최근 대변이식 치료를 실시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던 환자는 3일 만에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감염되면 설사, 복통, 메스꺼움 등이 발생하는데 심할 경우 천공이 생기거나 패혈증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이 감염될 경우 10%는 한 달 안에 사망하는 치명률이 높은 질병으로 항생제에 강한 내성까지 갖고 있어 확실한 치료제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대변이식술이 성공하면서 항생제 내성문제로 적절한 치료법이 없던 와중에 대변이식술이 효과적인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C. difficile 감염 치료 목적으로 대변이식술을 승인했으며, 현재까지 중대한 부작용 보고는 드물다.


tempImageyuXqtY.heic 장내 미생물 이식 연구를 표현한 그래픽 이미지ⓒ Lim et al., Intestinal transgene delivery with native E. coli chassis all


마이크로바이옴

앞서 밝혔듯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미생물을 총망라해 부르는 말이다. 보통 성인기준 38조 개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국내에 처음 소개 될 때 유익균과 유해균을 나눠 설명하는 과정에서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는지 ‘뚱보균’이라는 말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학자들에 의하면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체내에 마이크로바이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것이 무너지면 대사증후군, 비만, 고혈당 등에 연관이 있음이 알려졌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과 뇌

웰즐리 대학(Wellesley)의 반야 클레팍-세라이(Vanja Klepac-Ceraj) 생명과학 교수 연구팀이 381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과 인지 발달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특정 장내 미생물과 인지 기능이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와 함께 생후 18개월이 되면서부터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장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단쇄 지방산 대사가 인지기능 평가 점수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알리스티페스 속(Alistipes spp.) 미생물과 블라우티아 웩슬레라레(Blautia wexlerae) 같은 미생물들이 다양해지고 유박테리움 엘리겐스(Eubacterium eligens)와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Faecalibacterium prausnitzii) 같은 단쇄 지방산 분비 종들이 많을수록 인지기능 점수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장과 뇌 사이에 신호 전달 경로가 존재한다는 장뇌축(gut brain axis)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장내 박테리아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들이 혈액을 달고 돌아다니다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우울증 등 신경 발달 장애와 관련하여 민감한 연구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연구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장내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2023년 11월 국제 학술지 <Gut Microbes(장내 미생물)>에 실린 차 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정상용 교수팀의 논문 ‘쥐의 초기 뇌발달과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복합적인 관계’가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군집이 개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은 젖을 떼고 4주가 지난 무균 쥐에 미생물을 이식하고 뇌에 생긴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미생물이 이식된 쥐의 전전두엽 피질에서는 백질(myelin) 구조 및 백질 유전자 발현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뇌대사나 성장인자 조절 경로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또한, 장내 유래 트립토판 대사산물 및 세로토닌 유도체가 중추신경계에서 미세아교세포의 활성 상태와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는 증거도 확인되었다.

동물실험을 통한 이러한 결과는 장내 미생물과 뇌 발달 간의 상관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실험적 증거로 작용했다.


이로서 항생제를 먹여 미생물을 모조리 죽인 쥐들이 쳇바퀴를 돌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필자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나의 운동 욕구의 부재를 미생물생태계의 파괴 때문이라고 짐작해 본다.



역사 속의 대변이식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대변은 아주 오래전부터 약으로 쓰여왔다.

4세기 중국 동진 시대 갈홍(葛洪)은 식중독이 심하고 설사를 하던 환자에게 인간의 분변액을 먹게 해 낫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6세기 명나라 의사 이시진은 발효된 분변액, 신선한 분변액, 마른 변, 아기 분변 등을 각기 증상에 따라 사용했다고 한다.


대변으로 치료한 기록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그것도 조선왕조 실록에 말이다. 1554년, 중종의 재위 시기 열병이 심해졌는데 내의원 제조 등이 의원 박세거・홍침을 들여보내 상의 증후를 진찰하게 하니 아침에는 맥도(脈度)가 어제보다 더 급박하고 열이 더 났으며, 말소리가 갑삽한 듯하고 호흡이 급박했다. 즉시 첨심원(淸心元)과 소시호탕(小柴胡湯) 및 야인건수(野人乾水)를 들였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야인건수가 바로 사람의 대변으로 만든 약이다.



醫員朴世擧(의원박세거) : 의원 박세거·

洪沈(홍침) : 홍침·

柳之蕃入診而出言(유지번입진이출언) : 유지번이 들어가 진찰하고 나와서 말하기를,

朝則左手脈(조즉좌수맥) : "아침에는 왼손 맥이

與昨夕同(여작석동) : 어제 저녁과 같았고,

右手脈(우수맥) : 오른손 맥은

稍減(초감) : 조금 완화되었습니다.

心熱口渴(심열구갈) : 심열과 갈증은

如前不止(여전부지) : 전처럼 그치지 않았습니다.

去夜加入小柴胡湯(거야가입소시호탕) : 지난 밤 소시호탕에

和淸心元再進(화청심원재진) : 청심원을 타서 두 차례 올리고

野人乾水(야인건수) : 야인건수

亦再進(역재진) : 역시 두 번 올렸습니다."하였다.

실록.중종39年,甲辰년,명,가정<嘉靖>23年



대변이식술이 시행되기 위한 조건

당시의 야인건수는 바로 들판에 싸 놓은 사람의 마른 똥을 불에 볶아서 물에 우린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건강한 대변이식술이 시행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다.


우선 건강한 대변 기증자다. 기증자는 2~3개월마다 동일한 임상평가와 혈청, 대변 검사를 받는다. 또 감염병 병력이나 위험요인, 장내 세균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약물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철저하게 관리될 대변은행이 필요하다. 혈액은행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대변은행은 여러 나라에서 운영 중이기도 하다. 앞으로 미생물에 대한 연구와 치료가 활발해지면 더욱 신선하고 깨끗하게 대변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2019년 미국에서 한 명의 대변을 이식받은 두 명의 환자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둘 다 같은 대장균 감염이었지만 한 명은 사망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사망 사건 후, FDA는 강화된 안전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특히 기증자의 대변에 대한 약제 내성 유기체 선별검사가 필수적인 것으로 강화되었다..

대변이식술이 더 연구되고 발전된다면 환자들도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되겠지만 모든 목적지를 가는 길은 험난한 여정이 포함돼 있기 마련인 것 같다.


이제 대변이식술은 더 이상 기피하거나 미지의 영역이 아니다. 인간의 몸속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인간은 몸 안의 또 다른 우주를 탐험을 시작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모험들이 기대된다.






*백질(myelin)

신경세포의 축을 감싸는 지방질 막으로, 전기 절연체 역할을 해 신경 신호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게 한다.

뇌 발달과 인지 기능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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