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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Jan 06. 2016

플랜 B 없이 퇴사를 결심하다

#문돌이 #퇴사결심 #100일

 브런치 매거진의 제목을 변경했다. 서점에 방문한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문돌이 대기업퇴사 그리고 100일' 이란 제목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밋밋한 제목을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 그럴 듯한 제목이 나왔다.


문송의 시대a 플랜B 없이 대기업 퇴사
- 부제: 대기업 퇴사를 둘러싼 100일 간의 이야기 -


 '문송의 시대, 플랜B 없이 대기업 퇴사하다' 가 처음 정한 제목이었는데 일부 수정이 있었다. 브런치의 매거진에서 특수문자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쉼표를 제외했고, 글자수 제한이 있어 '하다' 라는 동사를 제거했다. 


'문송의 시대' 라는 단어 뒤에 한 번 끊어주는 표시를 해야하기에 a를 추가했다. a의 발음을 넣어 문송의 시대에~ 라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도 있고,  무언가 손가락으로 얼굴을 긁으며 껄끄러움을 표시하는 '(- -)a' 이모티콘의 a를 가져와 '문송의 시대'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듯한데 더 좋은 제목이 떠오른다면, 연재를 마치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수정할 계획이다. 



퇴사를 결심했다. 플랜 B도 없다. 지난 석 달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에게 물었고 결정을 내렸다.


“넌 지금 즐겁니?”

“아니”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최종 결정은 스스로 하는 거니까. 청년들의 취업난이 절정인 시기에 꼭 그만둬야 하는 이유가 무언지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영업 한 번 뛰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뭐 그리 힘드냐는 말도 들었다. 한술 더 떠서 컴퓨터만 붙잡고 있으니 피부 하얀 것 좀 보라는데, 원래 피부가 그런 걸 어찌하겠나. 체질상 살이 잘 타지도 않거니와 신기하게 가을, 겨울을 보내고 나면 그나마 조금 탔던 피부도 원상복구다.


 영락없이 고생 한 번 안 해봤을 것 같은 도련님 이미지였나 보다.  


 기가 막히다. 하루하루 끼니 걱정까지는 안 했지만, 대학 시절 장학금 타보겠다고 버둥거리고 코피가 날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 등록금이 얼마나 비쌌던지 졸업할 때는 넓지도 않은 양쪽 어깨가 1,700만 원 빚 주머니에 짓눌렸다. 대학 졸업까지 4,000만 원 이상 든다는데 이 정도면 꽤 선방했다.


 “어디 좋은데 이직하나? 갈 데도 없는데 왜 나가”


 꼭 갈 곳이 있어야 퇴사를 결심하는 건 아니다. 작금의 현실을 무릅쓰고라도 그만둘 정도의 각오가 있기에 그만두는 거다. 지금도 당신의 동료 누군가는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 아침에 느끼는 그 절망과 같은 기분을 매일 느끼고 있다. 과도한 업무, 인간관계, 승진, 연봉 등 각기 사유는 다르겠지만 최소 수백 번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다. 친한동료에게 퇴사를 알리는 것도 얼마나 마음에 걸렸을지 생각해보라. 나가는 이유가 너무 궁금하더라도 일단은 그동안 힘들었을 사람을 격려해주자.


 “많이 힘들었지. 그 동안 고생 많았어”


 회사 내 몇 명에게 이야기하고 나면 변화가 느껴진다. 사무실 공기가 이전과 사뭇 다르다. 그동안 느끼지 못한 수상한 시선들이 눈에 띈다. 눈치가 없어도 대강 상황이 어떤지 예측이 가능하다. 분에 넘치는 커피 타임 시작이다. 플랜 B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시기이다. 어떤 답변을 준비해도 이야기의 방향은 도돌이표, 무한 루프다.


“플랜B 없이무작정 나오면 지옥을 경험할 거야”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놈의 ‘플랜 B’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난 뒤 잊히지도 않는다. 광활한 우주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장면보다도 인류의 미래까지 걸려 있던 플랜 B를 어찌 잊겠는가. 영화배우 앤 해서웨이의 대사라서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대책도 없이 길바닥으로 나오고 싶겠나. 어떻게든 준비를 해서 나오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리 없다. 그런 여유가 있는 곳이 많다면 퇴사를 결심하는 사람도 훨씬 적을 거다. 어둑한 새벽에 일어나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때우고 지옥철을 타고 출근해서 밤에 집에 돌아오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여유가 있을까. 아침을먹을 여유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새벽에는 아침보다 10분의 잠이 훨씬 달콤하다.


 “주말에 시간을 쪼개서 지원서를 쓰면 되잖아?”


 주말이면 녹초가 되어 이불과 동화된 지 오래다. 내가 이불인지, 이불이 나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월화수목금금금 시즌에는 이불과 붙어있는 시간조차 사치다. 사모하는 이불을 잠시 밀어 두고 지원서를 썼다. 절박한 마음이 통했는지 서류를 통과하고 그 어렵다는 인∙적성도 합격했다.이제 남은 건 면접뿐인데, 인∙적성 시험과 달리 면접은 평일에 본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도 별로 없고 2~3번씩 치른다.


 1년 만근으로 연차가 15개나 생겼는데 왜 쓰지를 못하나. 누가 봐도 취업 시즌, 특별한 일도 없는데 연차를 쓴다 하면 어느 상사가 눈치를 채지 못할까. 부모님이 편찮으시고 제사가 있고 갑자기 몸이좋지 않은 뻔한 사유들은 이미 선배들이 사용했다. 20년 이상 직장에 몸담은 회사 전문가들에게 어설픈 사유는 어림도 없다. 채용 시즌이면 각 팀별로 신입 사원을 뽑는 선발 과정에 차출되는데 이때 휴가를 올리는 직원에게는 어디 면접 보러 가느냐는 한 마디가 꼭 따라붙는다.


 플랜 B를 준비할 시간 따윈 없고 회사는 지옥으로 변했다. 고민해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마냥 꾹 참자니 당장 5년 뒤의 미래도 그려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고민은 매달 받는 마약이다. 없으면 못 살겠고 있어도 충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끊기도 힘드니 말이 월급이지 마약이 아니겠나. 바쁜 와중에도 각종 모임에 참여하고 애인과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것은 월급이 있기 때문이다.


 일을 안 해도 걱정이 없는 집안이 아니라면(굳이 수저 색을 논하지는 않겠다) 월급이란 이름의 마약이 가진 힘은 절대적이다. 생활방식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퇴사 후 통장 잔액은 0으로 수렴하기 위해 애를 쓴다. 백만 단위 바뀌는 건 일도 아니다.  


 “일하는 이유가 뭐지?”


  일이란 건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의미가 없다면 개인의 수명과 돈을 바꾸는 교환 행위일 뿐이다. 직장인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의미도 찾지 못한 일을 평생 한다면 슬프지 않은가. 꼭 이직의 형태로 퇴사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도 좋고 마음속 에만 담아 두었던 꿈도 좋다. 플랜 B가 없어도 퇴사를 결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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