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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Oct 08. 2017

명절후유증 + 연휴후유증 = 퇴사각

명절 후폭풍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유래 없이 긴 10일간의 2017년 추석 연휴가 끝나간다.

명절마다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일단 해외여행은 포기했다.

명절 전후로 가기엔 기간은 짧고 비행기표는 비쌌다. 

10일 정도는 가줘야 비행기표 값이 덜 아까울 것 같았다.


 명절에 뭘 했는지 되돌아본다. 


먹었다.


 생산적인 활동은?

 운동하고 먹었다.


 그나마 운동은 하고 먹어서 다행이네.


 공부했다.


 대체 왜 공부를 할 생각을 한 거지?

놀아도 부족했을 시간에 별다방에 가서 하루 4시간 이상 공부를 했다. 

한 잔을 더 주문하고 8시간 가까이 있던 날도 있었다.


 그 날의 나에게 찾아가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오고 싶다.


 야구 경기 시청


 평소에는 하이라이트 밖에 안 보면서 대체 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를 봤지? 난 롯데 팬인데 대체 SK VS NC 경기를 왜 본거야. 그러고 보니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경기도 봤다. 

류현진 선수는 스타팅 멤버에도 없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한 것인가.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명절후유증, 연휴후유증을 최소로 만들 수 있을까.

명절후유증과 연휴후유증을 따로 적은 이유는 뉴스 기사도 특별히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 듯했기 때문이다.


 먼저 명절후유증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는 것 같아 연휴후유증으로 검색을 해봤다. 

월요병을 예방하려면 일요일에 출근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이상한 이야기는 없지만 답은 없었다. 쉬는 동안 평소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면 마지막 날 정도는 일찍 잠드는 걸 추천한다는 정도?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연휴 시작하면서 회사 일을 머릿속에서 지웠는데 스멀스멀 기억이 떠오른다.

잊으려 해도 이제는 현실로 돌아오라고 나를 잡아당기는 듯하다. 


 퇴사각인가. 


 '각' 이란 단어는 은어로 무언가를 하기 적절하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뜻한다.

10~20대 친구들이 유독 많이 사용하는데,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30대인 나도 써보기로 했다.

 경기도 본가에 마지막 날까지 머무르면 정말 출근을 하지 않게 될까 봐 일단 서울 자취방으로 이동했다.

하루 동안 다시 직장인 모드로 돌아가야 하는데 스위치를 본가에 두고 온 거 같다. 

내일까지는 돌아와야 하는데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휴 동안 한 일이 하나 더 떠올랐다. 


새로 카카오 브런치에 올릴 글 고민하기


 머리를 쥐어짜도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구를 봤던 것 같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는 올해 연봉이 3,300만 달러라고 한다. 1달러에 천 원으로 계산해도 330억이다. 


 1년을 52주로 계산하면 매주 6억 이상을 버는 야구선수의 가장 큰 고민은 포스트시즌에만 가면 탈탈 털린다는 점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본 그날의 경기도 홈런 4개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개 홈런이 모두 1점 짜리라 승리하긴 했지만 큰 무대에 약한 새가슴 에이스라는 놀림을 피하지 못할 듯하다. 


 물론 나는 새가슴이 아니라 벼룩의 가슴이어도 좋으니 330억이란 돈이 내 통장에 있는 걸 한 번이라도 느껴보고 싶다. 330억이 있으면 회사에 가지 않을 테다. 


 엎드려서 낮잠을 조금 자는 한이 있더라도 연휴의 마지막 날은 뉴스 기사에서 본 대로 일찍 일어날 예정이다. 

어떻게든 하루를 길게 만들지 않으면 후회스러울 것 같다. 


 일찍 일어나서 카페에서 차가운 도시 남자인 척 분위기를 잡다가 앞으로 고생할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행사를 진행 중인 마사지 샵에서 3만 원을 내고 아로마 마사지를 받을 거다. 


 1시간 동안은 세상 근심 걱정을 모두 날릴 수 있고 앞으로 고생할 나에게 미리 편안함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이런 식으로 쓰는 돈을 '시발 비용'이라고 한다. N사 시사상식사전에도 나오는 단어로 간단히 설명하면 시발이라는 욕이 나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사용하지 않았을 돈을 말한다. 


 아직까지는 이 비용이 매달 들어오는 급여보다는 적으니 일단 쓰고 보자. 명품에는 관심이 없어(돈이 없어) 비싼 가방 하나 조차 없이 사는데 이 정도는 나를 위해 해줘도 되지 않을까.


 마지막 코스는 여유롭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차례다. 명절에 먹었던 전을 떠올려보니 동그랑땡, 꼬치전, 동태전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기름을 먹기 위해 안달이었다. 전을 부치면서 과할 정도로 기름을 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기름을 빨아들이며 몸에 윤기를 냈고 내 뱃속에서 기름을 뿜어냈다.


 그동안 무리했을 위를 보호하기 위해 부담이 적으면서 맛있는 음식인 초밥을 먹을까 한다. 연휴의 마지막 날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고 나면 명절 후유증, 연휴후유증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겠지.


 회사 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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