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는 무리인 직장인의 2주 태국
일에 치여 여행 준비를 1도 하지 않은 상태로 여행을 떠났다.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미아가 될까 두려워 공항 가는 길부터 여행책을 읽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나라에 가려니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았다.
가격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어쩔 수 없이 에어아시아를 선택했다. 비행기도 낡았고 지연되는 일이 많아 웬만하면 피하는 항공사였다.
에어아시아를 타고 방콕에 가면 돈므앙 공항에서 내린다.
돈므앙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인터넷 사용을 위한 유심칩 구매이다. 수하물이 없어 빠르게 출구 쪽으로 이동을 하니 유심을 사라는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출발 전 인터넷에서 어디서 사든 큰 차이가 없다는 글을 읽어 그냥 인상이 좋은 직원을 따라갔다. 그렇게 여행 시작부터 사기를 당했다.
태국 너 나한테 왜 그래?
해외여행이 처음도 아니건만 비행기에서 내린 지 10분 만에 사기를 당했다.
내가 원했던 유심은 일주일 동안 무제한으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었다. 직원은 7일 무제한 유심이 199바트(1바트 33원 기준 6,567원)으로 다른 매장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유심은 직원이 알아서 교체를 해주었고 그동안 다시 한번 무제한 유심이 맞는지 물었다.
Yes!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유심을 교체해주었고 휴대폰을 돌려받은 나는 공항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유심을 교체하고 나면 태국어로 문자가 여러 개 오는데 어차피 무제한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뒤 데이터 잔량을 알려주는 문자를 받고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시행착오 끝에 태국 통신사 앱을 다운로드하여 유심의 상태를 확인하니 일주일 무제한 데이터 상품이 아니라 일주일에 2기가만 사용 가능한 유심이었다. 심지어 2일 전에 선 개통을 한 상태라 5일 2기가짜리 중고상품을 산거다.
데이터를 아껴가며 5일을 사용한 후 같은 요금제를 충전하는 데 든 비용은 단 52바트였다. 낮 최고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가는 태국의 날씨보다 속았다는 분함에 머리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당했다는 생각에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인도에서 경험한 각종 사기, 절도, 가격 뻥튀기 사례를 떠올렸다.
그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기를 당한 덕분(?)에 태국 유심칩에 대해 거의 마스터했다. 여행자용 유심은 일반 유심보다는 가격이 좀 비싸다. 단기 여행 시 이것저것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한국에서 미리 유심을 구매하자. 공항에 머무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태국 공항에서 유심을 구입해야 한다면 렌트, 유심 판매 등 잡다한 일을 같이 하는 매장이 아니라 통신사 매장으로 가면 사기당할 확률이 낮다. 가장 저렴하게 유심을 구매하고 싶다면 한국에서 미리 49바트짜리 유심칩 사진을 저장해서 직원에게 보여주고 원하는 금액을 추가로 충전해달라고 하자. 49바트 유심은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기에 직원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참고로 태국에서 충전을 할 때는 '탑업(top up)'이라고 말한다.
49바트 유심이 있다면 거기에 원하는 금액을 충전해서 원하는 요금제에 가입하면 된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줄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쉽다.
다행스럽게도 태국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즐거웠기에 '사기'라는 강렬한 첫인상을 금방 씻어 낼 수 있었다.
다음 편에는 1주일 동안 무에타이를 배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자세한 여행후기나 팁은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리고 있어요.
글쓴이 : 문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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