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는 무리인 직장인의 2주 태국
태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기당했던 이야기에 이어 무에타이 이야기를 해본다.
https://brunch.co.kr/@moondol/158
무에타이 수련은 태국2주살기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다. 2주나 머무르는 김에 태국을 대표하는 무언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살면서 격투기는커녕 주먹다짐조차 해본 적 없는 착한(?) 인생을 살았기에 누군가를 때릴 생각을 하니 걱정도 들었다.
누굴 다치게 하면 어떡하지?
누군가 다칠까를 걱정했던 나의 고민은 정말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내 몸은 트레이너가 들고 있는 미트와 몸에 두른 보호대보다도 연약했다.
출국 전 방콕에 있는 무에타이 체육관을 검색했다. 방콕에 있는 무에타이 체육관은 다른 도시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가격도 더 비쌌다. 합리적인 가격의 체육관을 찾아 예약 메일을 보냈다.
https://goo.gl/maps/RycZGYFjFps
방콕 내에 여러 지점을 가지고 있는 체육관으로 구글링을 해서 후기까지 확인을 했다. 실제 방문을 해보니 예약을 할 필요는 없었다.
가격은 홈페이지와 동일했다. 한 번 수업에 499바트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1바트 33원 기준) 16,467원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1주일 무제한 수업료는 1,699바트이다. 한국돈으로 56,067원이다. 유적지 방문으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 하루를 제외한 6일 동안 무에타이를 배웠으니 회당 만 원이 안 된다.
유적지인 아유타야 방문 때문에 시간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시내에 머물렀어도 출석은 불가능했을 거다.
양 쪽다리의 발목부터 무릎 아래까지 피멍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굴 때려본 적이 없으니 내 피부가 이렇게 약할 거라고 상상도 못 하였다. 맞아서 생긴 피멍이 아니라 순수하게 트레이너의 미트와 보호장구를 때린 결과물이다.
약간은 혐오스럽기까지 해서 차마 사진을 남겨두지도 못했다. 더 충격적인 건 트레이너의 헝그리 정신이었다. 오른쪽 다리가 아파서 들 수 없다고 말했더니
그럼 이제 왼발로 수련을 하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왼발로 발차기를 하다 왼쪽 다리도 피멍투성이가 됐다.
하루 수련은 90분을 기준으로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가볍게 러닝을 한다. 그리고 나면 줄넘기를 약 5분 간 하고 팔 굽혀 펴기, 복근 운동, 플랭크와 같은 코어 운동까지 기초 체력단련이 이어진다.
몸을 풀고 나면 트레이너가 무에타이 기본자세들을 알려주고 한 명씩 자세 교정도 해준다. 평균 5~10명이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는데 트레이너가 3명 정도 투입됐다. 태국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 구성을 고려하면 괜찮은 비용이었다.
자세를 배우고 나면 트레이너와 1대 1로 스파링을 한다. 말이 스파링이지 3분 동안 트레이너의 지시대로 펀치와 킥을 반복하는 시간이다. 3분이 한 라운드이고 참석 인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3라운드를 기준으로 한다.
평일 아침에 운동하러 갔다가 혼자 수련을 한 날이 있었는데 이날은 거의 쉬지 않고 4라운드를 했다가 아침을 모두 게워낼 뻔했다.
오후 3시에 수업을 들으러 갔더니 트레이너들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불도 꺼져 있어서 의아했는데 나의 등장에 트레이너가 "저 놈은 왜 맨날 와"라는 표정으로 일어나서 세수를 했다.
운동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탈의실이나 샤워실도 훌륭했다. 체육관 한 달 비용이 거의 한국돈으로 20만 원으로 비싼 편임에도 태국 현지인의 비중이 더 높았다.
비싼 수업료를 냈기에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하루하루 운동하는 게 즐거워서 아픈 것도 참아가며 했다.
가장 마지막 시간에 운동을 하고 나오니 트레이너도 체육관 불을 끄고 정리 중이다.
체육관 바로 아래층은 꽤 규모가 있는 펍이었다. 함께 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미국 사람 말로는 금요일 저녁에 근방에서 가장 핫한 술집이라고 했지만 한 번도 가볼 기회는 없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무언가를 해보자'라는 버킷리스트의 시작은 힘들었지만 보람이 넘쳤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다음 편에는 현지인처럼 시내를 어슬렁거리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자세한 여행후기나 팁은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리고 있어요.
글쓴이 : 문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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