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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2주 살기로 찾은 여유

한 달 살기는 무리인 직장인의 2주 태국

by 문돌이

태국 2주 여행이 아닌 2주 살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유명 관광지 인증샷만을 위한 여행을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때문이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지만 더 많은 스팟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한 돈을 모아 여행을 떠날 때는 적은 돈으로 최대한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야간 기차도 자주 이용헀다. 대학 졸업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만 지금 그 당시의 유럽여행을 떠올려보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 말고는 별 감흥이 없다.


사진을 보면 어렴풋이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당시에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해외에 머물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2주 살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었다. 2주간 한 국가에 머무르며 그중에서도 도시 간 이동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기로 정했다. 일정도 여유롭게 짰다. 회사일로 바빠서 미리 사준 여행책도 공항 가는 길에 처음 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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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 도착해서는 호스텔의 조식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함도 있었지만 조식에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항상 3~4 종류씩 나왔다. 하루는 접시에 있는 과일을 혼자 거의 다 먹었더니 다음날에는 과일을 2배로 챙겨주었다. 조식은 아침 8시부터 가능하다고 적혀있지만 8시 정각에 내려가면 아직 한창 준비 중이다.

사와디 캅(안녕하세요)


8시에 칼같이 식당으로 와서 인사하는 나를 보며 관리인은 조금 서둘러서 준비를 해주었다. 그녀의 사과에 무안해진 나는 다음날부터는 8시 30분~9시 정도에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었다.


천천히 밥을 먹고 있다 보면 외국인들이 느지막이 아침을 먹으러 내려온다. 인사를 하고 주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 게스트하우스를 잡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와 반나절 정도 시내 구경을 같이 하기로 했다. 쇼핑으로 유명한 아속 역의 쇼핑센터로 함께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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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보단 아울렛 같은 느낌의 터미널 21 쇼핑몰은 층마다 다른 국가의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 다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의 축소판이다.


쇼핑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산책하듯 금방 모든 층 구경을 끝냈다. 사실 터미널 21 방문의 주목적은 깔끔하면서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 푸드코드에서 식사를 하기 위함이다.


방콕의 푸드코드는 한국과 이용방법이 좀 다르다. 개별 매장이 아닌 카운터에서 결제를 한다는 점은 같지만 방콕에서는 별도의 카드에 원하는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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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곁들인 커리라이스와 샐러드 세트를 주문하고 낸 비용은 단돈 55바트이다. 1바트를 33원으로 계산하면 1,815원이다.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한 끼에 1,815원 실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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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밥을 조금 남겼다. 신선한 샐러드와 소스가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 친구도 싱가포르에서는 상상도 못 할 가격이라며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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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쳤으니 후식을 먹을 차례다. 태국에 2주 사는 동안 망고는 정말 원 없이 먹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가격이다. 딱히 아무 맛도 안나는 냉동 망고와는 차원이 다르다. 망고 스무디의 가격도 단돈 30바트(1바트 33원 환산 시 990원)라 식사와 디저트까지 저렴하게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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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도 시킬 겸 여행책에 나오는 '반캄티앙'에 들렀다. 태국 북부 란나 왕조 양식으로 지은 집으로 치앙마이에 있던 건물을 방콕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내부에는 태국 북부의 문화나 풍습을 알 수 있는 각종 전시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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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조사 시에 입장료가 100바트라고 했는데 입구에 입장권 판매소가 없었다. 일단 내부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동안에도 직원조차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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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돈을 내라고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친구와 천천히 구경을 했지만 결국 무료 관람을 한 셈이 돼버렸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 싱가포르 친구는 방콕 대표 유적지인 왕궁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다음날 태국 친구와 함께 왕궁 및 사원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어 따로 움직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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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각자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서 다시 만났고 맥주 한 잔 하러 야외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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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유명한 맥주 브랜드는 싱하, 창, 라오 3가지다.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마신 맥주는 시장 점유율 2위의 창 비어이다. 전체적으로 깊은 맛보다는 청량감이 느껴지는 게 한국 맥주와 비슷하다.


더운 날씨에 금방 한 병을 비우고 추가 주문을 하려다가 비싼 가격에 꾹 참고 숙소로 향했다. 한 병에 한국 돈 4천 원 정도로 태국에서 주류는 비싼 편이다. 전체적인 물가에 외국술뿐만 아니라 태국 현지 술도 마음껏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무리한 관광보다는 여유 있는 일정으로 휴식을 병행하니 금방 힐링되는 느낌이다. 뭐든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내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태국 2주 살기다.




글쓴이 : 문돌이

연락처 : moondol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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