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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Sep 02. 2018

에어컨 없는 월세방에 사는 청년A

문과 개발자 생존기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저녁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초과근무 수당 없는 야근이 많았던 직장인들은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생산직처럼 기본급이 적은 대신 수당이 많은 경우에는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세대별로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일수록 저녁이 있는 삶을 더 반기고 있다.

워라밸의 시대를 바라보는 차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한몫을 한다. 일주일에 1억 씩 오른다는 강남의 아파트 값을 보면서 사회초년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한 달에 100만 원을 저축하면 1년 뒤 원금 1,200만 원이 생기는데 강남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에 1억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10년 동안 있는 돈 없는 돈 아껴가면서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던 우리의 부모님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상황이다. 서울, 수도권이나 세종, 대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미분양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온다.


 이 뉴스를 보고 집 값이 저렴한 외곽에 집을 사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단편적으로 말하는 건 정말 슬픈 대답이다.

회사가 서울이지만 외곽에서 하루에 왕복 4시간을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고 답변하는 것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본가에서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려 자취를 하고 있는 내가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다. 왕복 3시간 정도는 다닐만한 거고 자취해서 쓰는 돈 생각하면 몇 년만 몸이 고생하면 저축도 많이 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고 몸이 너무 피곤하다고 답변을 하면 복에 겹다는 말도 들었다. 처음에는 생각이 다른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반복해서 같은 말을 듣고 나서는 한 번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다. 두 가지 측면에서 내 독립은 가치가 있었다.



 1. 비용적인 측면

 본가에서 출퇴근하던 때의 가계부와 현재의 가계부를 비교해봤다. 가장 먼저 계산할 건 월세이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출퇴근하는 차비는 편도로 약 2,500원이다. 마을버스 + 광역버스 + 시내버스 비용이다. 왕복 5,000원을 잡고 22일을 출근하면 약 11만 원이 된다. 이걸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회식이 있는 날에는 광역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야 했기에 택시비가 월평균 4~5만 원 정도는 나왔다. 


 내 월세는 관리비 포함 23만 원이다. 서울에 23만 원짜리 방이 어디 있어라고 항상 생각했는데 에어컨도 없는 작은 방에 2년 가까이 살고 있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방에서 익어가면 동안 올해는 꼭 이사를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느새 내년으로 계획이 미뤄졌다.


 통근 시 차비를 약 15만 원으로 계산하면 주거비용 23만 원과 비교 시 8만 원 차이가 난다. 여기에 식비 정도를 더해주면 비용 부분은 거의 계산이 끝난다. 냉장고를 열어 내 식량 섭취 상황을 확인해봤다. 금액 산정이 쉽지 않아 가계부 앱까지 꼼꼼하게 점검을 했다.


최근 식료품 주문내역

닭가슴살 1박스(20개) : 약 3만 원

햇반 현미밥 1박스(36개) : 약 3만 원

전통시장 : 토마토, 바나나, 버섯 : 약 3만 원

편의점 도시락: 약 1만 원 


 매월 편차가 있지만 평균 10만 원 정도로가 나왔다. 회식이 있으면 그다음 날에는 식사를 잘 못해서 그런지 외식 비용이 생각보다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합산을 해보면 월 18만 원 정도를 더 사용하는 걸로 계산이 됐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20만 원으로 잡아보자.



2.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부자는 될 수 없다고 이미 단정을 지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돈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본가에서 독립 후 출퇴근 시간은 왕복 20분이 됐다.


 본가 출퇴근 (왕복 3시간) - 자취방 출퇴근(왕복 20분) = 2시간 40분


 하루 2시간 40분을 근무일 22일로 계산을 해보면 58.7시간이 나온다. 한 달에 초과되는 20만 원을 시간으로 나눠보면 시간당 3,407원이다.


 통근시간에 자기계발을 한다는 가정은 하지 않았다. 통근 시간에 서서 잠을 잘 정도로 자기계발이 어렵다는 걸 직접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내가 사용하는 1시간은 3,407원보다는 가치가 있었다. 최저시급이라도 되면 고민을 해볼 텐데 고민의 여지도 없었다.



 물론 이 생활패턴이 일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에어컨 없이 잠만 자는 방에서 생활하는 건 꽤 큰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2년 넘게 식단 관리를 하고 있어서 주식이 닭가슴살, 현미밥, 야채 그리고 바나나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식단 관리를 해도 정작 운동은 별로 안 해서 몸짱이 아닌 건 아쉽다.


 점점 심각해지는 소득격차로 인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현재를 추구하는 욜로(YOLO)족이 증가하고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삶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젊은 층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마음 편하게 지낼 보금자리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오늘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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