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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r 31. 2016

퇴사 후 피자집 아르바이트

#문돌이 #대기업 퇴사결심 #퇴사를 둘러싼 100일 간의 이야기

 도서관이 소음으로 들썩거린다. 대학생 시험 기간인 건 알고 있었는데 중고등학교와도 겹쳤나 보다. 일반 열람실에서 성인전용 열람실로 자리를 옮겨도 시끄러움이 가시지 않아 귀마개를 꼈다. 귀마개를 끼니 대놓고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데 소음 때문에 웅웅 거리는 느낌이 들어 짐을 싸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에도 손님이 많았지만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라 도서관보다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시끌벅적한 도서관에서 탈출)


 1일 단기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이라 망정이지 공부할 곳을 찾아 여기저기 떠도는 신세가 될 뻔했다. 아르바이트할 장소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피자집이다. 친구분들과의 정기 모임에 참석하는 여사님(어머니)의 대타 역할이다.  


 보수가 없으니 아르바이트라고 하기는 애매할 지도 모른다. 가난한 대학생 시절에는 일한 시급을 계산해서 용돈을 받기도 했지만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그냥 도와드리고 있다. 나이를 먹고도 부모님 집에 얹혀 있기에 밥 값 한다는 생각으로 종종 일을 한다. 


 직장을 구하고 바로 독립을 하려 했던 계획을 방해한 건 천장을 모르고 치솟는 전세 값이었다. 사회 초년생 신분에서 월세까지 내기엔 부담스러워 대출을 받더라도 전세를 구하려 했는데 괜찮은 방을 찾았다 싶으면 8천 만원 이상이었다. 오피스텔은 1.2억 정도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었다. 


 왕복 2시간 30분 통근 생활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지옥철의 무서움을 알기에 집에서 5시 30분에 출발했다. 일찍 출근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짐을 풀고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누른 뒤 헬스장으로 향했다. 비몽사몽 런닝머신을 타다 보니 지금 뛰고 있는지 걷고 있는지도 헷갈린다. 운동을 하면 개운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점점 건강이 나빠졌다. 트레이너가 매일 오지 말라고 했을 정도니 상태가 심각하긴 했나 보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가게에 손님들이 몰려든다. 피자가게 알바 경험도 벌써 8년 차다. 물론 한 달에 1~2번만 일해서 실제로 일한 날은 많지 않지만 웬만한 피자는 레시피 없이 뚝딱뚝딱 만들어 낸다. 손님이 많이 몰려와도 당황하지 않고 응대하는 여유도 생겼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고 나면 정리할 시간이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끝내는 것 까지가 일일 아르바이트생의 역할이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니 필요할 때 돕는 건 당연하지만 필자가 배우는 것도 많다. 창업 및 운영 전반에 대한 경험은 나중에 은퇴 후 치킨집을 차리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아이템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아직 세상에 없는 아이템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만약 치킨, 피자, 커피 같은 흔한 아이템이라면 경쟁사와 차별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아이템을 정했다면 프랜차이즈, 직접 운영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보유한 능력이 있다면 직접 운영을 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좋겠지만 전문적인 기술이 없다면 따로 배우거나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 은퇴를 미리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면 대부분 프랜차이즈로 창업을 하게 된다. 


 아이템과 운영방식을 정했다면 이제 좋은 을 찾을 차례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면 본사에서 상권 분석 지원을 해준다. 상권은 보통 창업자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찾는데 여러 항목을 고려한다. 상권의 유동인구 분석이 기본이고, 해당 프랜차이즈 다른 지점, 같은 업종 경쟁사, 대체재 업종의 경쟁사를 두고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대체재란 음식으로 예를 들자면 피자와 치킨,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이 있다. 어느 한쪽의 수요가 올라가면 다른 한쪽의 수요는 감소하는 관계다. 


 직접 운영을 하는 경우 더욱 신중하게 장소를 잡아야 한다. 프랜차이즈에 비해 보유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창업 후 6개월도 안 되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충분한 조사를 해야 한다. 


 한 번 폐업을 하면 손실이 엄청나다. 월세, 인건비, 관리비 같은 운영비용뿐만 아니라 창업을 위해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 프랜차이즈라면 가맹비가 추가되고 상가에 형성되어 있는 권리금까지 날릴 수 있다. 불투명한 미래와 노후 걱정과 관련된 스트레스는 금전적으로는 들어 나지 않는 손실이다. 



 국내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20년 가까이 여러 사업을 하며 한 번의 실패밖에 경험하지 않은 부모님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몇 년째 창업 1 단계인 아이템 선정에서 막혀있다. 군 복무를 하며 잠시 접었고 직장에 들어가면서 또 한 번 접었던 목표다. 퇴사한 지금, 창업에 대한 욕심이 다시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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