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돌이 Nov 25. 2018

회사 다니며 공부도 하느라 고생이 많은 샐러던트

언젠간 도움이 되겠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쯤 직장인들 사이에서 샐러던트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서양 판타지에서 불을 뿜는 괴물로 나오는 샐러맨더가 먼저 떠올랐던 나의 지적 수준이란..


 샐러던트는 직장인을 말하는 샐러리맨과 학생인 스튜던트를 합친 합성어로 당시 자기 계발의 대명사 같은 단어였다. 힘든 시기에 엄청난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를 하고도 샐러던트라는 단어 때문에 출근 전에 영어 수업을 들었고 독학으로 중국어 공부를 했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죽는 건가
출처: https://pixabay.com/

 이후 약발이 다 떨어졌는지 샐러던트라는 단어는 조금씩 노출빈도가 줄어들었고 그 자리는 다른 신조어들이 대체했다. 그렇게 잊히는 단어가 되는 건가 싶었는데 2018년 다시 샐러던트라는 단어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52시간 근무제도의 영향으로 저녁에 할 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52시간 근무제는 여전히 논쟁 속에 있다. 의외로 잘 정착해서 시행되는 회사가 있는 반면에 예전에는 야근 수당이라도 받았는데 지금은 공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많이 들린다. 기본급보다 수당의 비중이 높은 생산직은 갑자기 줄어든 지갑에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사회 분위기가 워라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도 있지만 동전의 양면 같은 모습에도 어쨌든 이전보다는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나 또한 꽤 오랜 기간 샐러던트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고 개발자로 일을 하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비전공인 부분을 지적받곤 했다. 스스로도 기본이 부족한 부분은 알지만 일종의 팩트 폭력을 당하다 보니 울컥하는 마음으로 방통대 컴퓨터과학과에 편입을 하게 되었다.


 야간 석사를 하기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고 그렇다고 학부 오프라인 수업을 들을 수도 없기에 선택한 방통대다.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돼서 언제든 활용 가능하고 시험만 오프라인으로 치르면 끝이었다.


 동료들은 이미 취업을 했으니 이제 경력으로 이직이 가능하니 필요 없지 않아?라고 했지만 이왕 전공지식을 익히기로 한 이상 확실한 목표가 있는 게 좋았고 혹시 모를 해외 근무를 대비해서 컴퓨터공학 학사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매 학기 성적 장학금을 받겠다는 무모한 목표를 세웠지만 바로 접었다. 방통대도 학부의 경우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어 전액의 장학금이 나왔기 때문이다. 성적은 아니지만 장학금은 나오니 무사히 졸업하는 걸로 목표를 수정하며 큰 짐을 덜었다.


출처: https://pixabay.com/


  방통대 편입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학기의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다. 시험은 오프라인으로 봐야 하기에 시험장으로 이동하니 정말 다양한 나이 때의 사람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화를 들어보니 순수하게 자기 계발이 목적인 분들도 있고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학위에 대한 갈망으로 공부하는 분 등 모두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일을 하고 있지만 대졸 학위가 처우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많이 보았다.


 이런 열기는 학원가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승진에 필요한 영어 성적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유명 영어학원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붙잡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


 몇 년 전 주말 아침 9시에 시작하는 영어 강의를 신청한 적이 있는데 200명은 족히 들어갈 강의실이 꽉 차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도 난다.

출처: https://pixabay.com/


 본업과 다르게 저녁과 주말을 활용해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샐러던트의 범주에 들어간다.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 이슈인 부동산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인중개사 시험부터 경매 관련 교육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사업 아이템을 찾아 발품을 찾기도 하고 회사 몰래 부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 한 편으로는 이제 좀 여유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불안해하는 나를 느낀다. 그럴 때마다 인도 어학연수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조급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차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소떼가 도로에 등장한다. 기사는 이런 건 흔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차를 멈추고 소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출처: https://pixabay.com/

 직장생활도 힘든데 거기다 공부까지 하라는 샐러던트는 가끔은 너무 무거운 단어지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일요일 저녁에도 펜을 들게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외국계 회사에서 국내 회사로 이직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