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돌이 Sep 30. 2018

왜 외국계 회사에서 국내 회사로 이직했어요?

문과 개발자 생존기

 필자가 취업준비를 하던 때나 지금이나 취업준비생이라면 한 번쯤은 외국계 회사에 대한 로망을 꿈꾼다.

외국계 회사와 국내 회사를 비교한 내용은 아래 브런치 글에 자세히 적어두었다.


https://brunch.co.kr/@moondol/181


 외국계 회사를 나와 다시 국내 회사로 이직한 뒤 단골손님처럼 받는 질문이 있다.


왜 외국계 회사에서 국내 회사로 이직했어요?

 외국계 회사의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문화 그리고 자유로운 휴가 사용 등의 장점 때문일 거다. 외국계 회사라고 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는 했다. 그럼에도 다시 국내 회사로 옮긴 대표적인 이유 3가지를 소개한다.


1. 워라밸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52시간을 도입하는데 이직한 회사도 이를 현재까지는 확실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전 직장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야근이 별로 없다는 거였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6시 30분을 넘기는 일이 드물었다. IT 업종 특성상 밤샘 작업이나 주말 작업이 가끔 생기는데 대체 휴가로 모두 보상을 받았다. 동종 업계 기업에 비해 연봉은 낮은 편이이었지만 시급으로는 상위권에 속했다. 경영진도 회사의 강점으로 워라밸을 항상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회사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경영진과의 대화 시간에 질문을 해보았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워라밸을 말씀하셨는데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면 이제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너무 당돌하게 임원에게 질문을 던진 듯한 생각도 들지만 외국계 회사다 보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내 질문을 들은 임원분은 경영진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좋은 질문이었다는 칭찬(?)을 해주었다. 가뜩이나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많은 상황에서 회사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2. 회사 전망과 고용안정

 내가 다닌 외국계 회사는 몇 년 간 적자를 경험했다. 성과급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연봉도 동결되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입사 후에는 회사 사정이 좋아져서 다시 흑자를 내고 있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국내 철수와 매각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국내 대기업이라면 매각을 해도 상당한 금액의 위로금과 고용보장이 약속되는 경우가 있지만 외국계 회사는 아닌 케이스도 많이 봐왔기에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조건 한 회사에 평생 다녀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안정적인 환경을 원했다.



3. 높은 급여

 이직을 하면서 급여가 많이 올랐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약 22~25% 정도의 상승이 예상된다. 1년이 지나면 정확한 비율을 알 수 있을 거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는 건 어렵다. 사용하는 시스템 사용법부터 유관부서 담당자와 협의하는 일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익숙함을 포기한 대가에 비하면 상승폭이 큰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 예정이라 만족하고 있다. 드라마 미생의 대사 중 '직장인이 때에 맞는 승진과 연봉이 아니면 무엇으로 보상을 받는가'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대사는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맥락은 이해가 되리라고 본다. 승진과 연봉이 전부라고 생각해버리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고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지만 이왕 평일 5일을 회사에 투자한다면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외국계 회사에서 다시 국내 회사로 이직한 3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직을 하면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장점만큼이나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편한 복장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해도 되는 업무 환경을 포기했다. 자유롭게 휴가를 써서 2주씩 여행을 다니던 삶도 이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외국인 임원에게 편하게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하는 수평적인 문화도 없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미 선택을 했다면 후회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나간 일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앞으로 나가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명절 후유증은 이제 그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