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처음이라..
출근하려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전등을 켰다. 아니 정확히는 시도를 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
의아한 건 이불 밑에 깔아 둔 전기장판은 아직 뜨끈뜨끈한 열을 내뿜고 있다는 점이었다. 잠자는 사이 정전이 발생했다면 분명 추워서 잠을 설쳐야 했건만 그 어느 날보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었다. 부스럭 자리에서 일어나 누전차단기(두꺼비집)를 확인해보니 전등을 담당하는 스위치가 내려가 있었다.
혹시라도 큰일이 날까 봐 전등 스위치를 끄고 나서 누전차단기의 전원을 다시 올려봤지만 바로 다시 전원이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
일단 해는 밝았으니 조금 춥지만 창문을 열고 출근 준비를 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괜찮아지겠지.. 는 무슨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 사는 집을 계약할 당시 살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동산 사장님에게 이야기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주인은 내가 사는 원룸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아무리 살펴봐도 주인이 한 명이었고 부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공백으로 되어 있었다. 대출 없이 건물을 샀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은 사실이었다. 건물주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부동산 사장님이 관리를 해주는 듯했다.
친절한 사장님은 전기기사님을 불러준다고 했지만 출근해야 하는 내가 낮에 집에 있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부동산에 우리 집 비밀번호를 남겨두고 혹시 몰라 귀중품은 챙겨서 출근을 했다.
혼자 살다 보니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처가 안 되는 점은 항상 불편하다. 휴가를 쓰면 간단한 일이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나에게 있어 간단한 일은 아니다.
당장 불이 안 들어오면 생활이 어렵기에 부동산에서 콘센트를 사용하는 전구를 빌려왔다. 나중에 다른 집을 계약할 때도 가능하다면 또 이 부동산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구를 켜니 나름 운치 있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공부를 할 상황은 아니라 그냥 분위기만 즐기다 일찍 잠을 청했다.
한 번에 원인을 찾지 못해 전기 기사님은 두 번이나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두 번째 방문 이후 퇴근을 해서 집에 가보니 전선을 교체했는지 바닥에 고무패킹 같은 게 떨어져 있었고 가구가 옮겨진 흔적도 있었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빌린 전등도 회수된 상태였다.
전세로 살고 있어 집안의 소모품은 내가 교체를 해왔지만 내가 따로 기사님을 불러서 누전차단기를 고치는 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무난하게 해결을 했다.
이렇게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지만 서울에서 마이 스위트홈을 갖는 건 아직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다. 사실 현재는 불가능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너무 슬프니까 미래의 일인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