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갖고 싶다
2019년 12월 월급을 받아 드디어 순자산 1억 모으기 목표를 달성했다. 2020년으로 넘기고 싶지 않았던 목표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냥 1억을 모으고 싶었다.
가끔 읽는 재테크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처음 천만 원 모으기가 어렵지 이후 이천, 삼천 늘려가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는 내용이었다.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잘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돌이켜보면 괜히 어설프게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한 게 손해였다. 어설픈 재테크 공부로 고위험 상품에 손을 댓다가 손실도 꽤 보았다. 차라리 예적금만 했으면 1억 모으기 계획은 훨씬 더 빨리 달성했을 거다. 하지만 평생 예적금만 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 보면 미래의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수업료였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지나간 시간과 돈은 어쩔 수 없는 것.
1억을 모으기 위해 올 한 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한 달 전기요금이 1,100원 나올 만큼 절약도 해봤고 난방 대신 전기장판으로 버틴 날도 많았다. 옷을 한 벌도 사지 않겠다는 목표도 달성을 며칠 앞두고 있다. 정말 양말 한 켤레 사지 않고 1년을 보냈더니 낡은 옷과 입지 않는 옷들이 꽤 정리가 됐다. 밑창이 떨어지려는 신발도 두 켤레나 있어서 2020년이 되면 신발부터 구매 예정이다.
1억은 굉장히 큰돈이다. 한 달에 생활비로 100만 원을 쓴다면 이자를 제외하고도 8년 4개월이나 생존 가능한 금액이다. 이자 수익을 더하거나 한 달 생활비를 좀 더 줄인다면 생존 가능 기간은 더 늘어난다.
한 달 생활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정하기 어려워서 내 생활비 기준으로 잡았다. 올 한 해 가계부를 적어 보니 식비, 차비, 공과금, 보험료, 휴대폰요금, 경조사비 등을 포함한 총생활비가 월평균 100만 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1억은 큰돈이 아니다. 10억, 20억 그리고 강남에는 30억이 넘는 아파트도 있다. 10억이 넘는 아파트 가격을 볼 때마다 내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1억을 모았지만 달성하는 순간에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1억은 상상도 못 할 금액이었는데 덤덤한 느낌이다. 1억이 있다지만 대부분은 5평 원룸 전세에 들어있어 그럴 수도 있다.
2020년 목표는 투룸 빌라 전세를 위한 돈을 좀 더 모으는 거다. 지금 살고 원룸은 5평이라 집에 오래 있으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가끔은 집보다 집 앞 스타벅스가 마음이 편할 때도 있다. 아파트는 아직 꿈도 못 꾸고 투룸 빌라를 알아보니 2억 정도 선에서 매물이 있었다.
투룸 빌라 전세를 2억이라 가정하면 아래와 같은 공식이 나온다.
2억(전세금) - 1억(자산) - ? (추가 저축액) = 대출 예상금액
내가 가지지 못한 10억, 20억짜리 아파트를 보며 낙심하기보다는 일단 한단계씩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