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평소 관심 있던 책을 발견했다. '모베러웍스' 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웹 사이트에서 의류, 잡화, 각종 굿즈를 판매하고 뉴발란스나 신한카드와 같이 큰 회사와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는 활동도 한다. 창의성이 부족한 나는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지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었다(사실 지금도 100% 이해하진 못했다)
아내와 데이트로 가끔 힙한 편집샵을 구경한다. 유명한 곳은 손님이 너무 많아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살금살금 다녀야 할 정도다. 나에게 편집샵은 다양하고 예쁘고 이상한 물건이 많은 장소다. 아기자기하고 신기하게 생긴 비싼 물건을 파는 곳이기도 하다. 다이어리 꾸미기(다꾸)가 유행이라 각양각색의 스티커도 파는 가게이다. 집에 짐이 늘어나는 걸 싫어하다 보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집 마련을 해서 더 이상 이사를 걱정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모베러웍스는 '재미있게 오래 일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할지' 고민한다. 가능한 한 빨리 '아삽(As Soon As Possible)'이 아니라 가능한 천천히(As Slow As Possible) 일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본 적이 거의 없는 나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었다. 너무 많은 일을 하기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만 노력해왔다. 주어진 일은 항상 넘쳤기 때문에 일을 마치고 회사를 나서는 순간 노동 스위치를 끄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집에 와서는 회사일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도 난다.
결국에는 일에서 재미를 찾는 걸 포기하고 가능한 한 빨리 많은 돈을 모아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들자라는 결론을 냈다. 가뜩이나 힘들던 회사 생활이 더 팍팍해졌지만 기대를 하지 않으니 더 실망하지는 않아도 됐다. 번아웃 상태로 무기력하게 시간과 돈을 바꾸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할 것인지'보다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지'에 주로 몰두했다. 83p
지금도 내가 일을 해야 하는 1순위는 돈 때문이다. 자아실현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흥미를 느끼는 분야도 일로 하면 즐겁지 않다는 걸 경험해서인지 아직도 일이 재미있다는 개념은 잘 와닿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즐거운 일을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다.
다행히 지금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기회가 생긴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스스로 선택한 일이지만 재미있지만은 않다는 거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글이 약간 횡설수설하다는 게 느껴진다. 전문 작가나 리뷰어는 아니지만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나조차 이해가 잘 되지 않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이 나의 편협적인 생각의 틀을 깨고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의미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