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돌이 Jan 18. 2016

퇴사결심 후 해야 할 3가지

#문돌이 #퇴사결심 #100일

    여러 면담의 벽을 넘고 나니 퇴사일이 나왔다. 날짜를 계산해보니 정확히 20일 뒤다. 퇴사 결심은 이미 끝난 지 오래지만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많다. 20일이면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주말을 제외하고 각종 퇴사 기념 회식, 인수인계를 위한 시간을 제외하면 촉박했다.


    퇴사일을 확정하고 가장  우선순위에 둔 일은 3가지이다. 퇴사를 고민하며 정리했던 노트를 뒤져 정리한 내용이다.


1. 카드 신규 발급 및 정리

2. 회사 복지포인트 사용

3. 지출 통제

    먼저 신규로 카드를 한 장  발급받았다. 회사를 나오고 소득이 0이 되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PP카드가  포함된 프리미엄 카드라면 더더욱 힘들다. PP는 Priority pass의 약자로 전 세계 수 백개의 공항에 있는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카드를 말한다. 따로 PP카드만 발급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비용을 따졌을 때 신용카드를 통한 발급이 경제적이다.


    백수가 되는 주제에 여행을 위한 카드가 왜  필요하지?라고는 생각하지 말아달라. 퇴사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이 그동안 고생한 본인을 위한 보상과 휴식이다. 보상과 휴식을 위한 1순위 선택은 여행이고 목적지가 해외라면 지금이 적기이다. 세계 여행까지는 무리여도 기간을 두고 여러 나라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말이다.


    필자의 경우 당장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고 퇴사 이후의 일정에 따라 조정되겠지만 동남아 일주를 계획 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1년 정도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일단 규모를 줄였다. 긴 시간과 지금까지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서 여행을 갔을 때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남아 일주의 경우 아직 성장 잠재력이 높은 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10개국 방문이라는 계획과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를  체험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배낭 하나 메고 동남아를 일주하는데 공항에서의 라운지 이용은 체력 보충에 큰 도움이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비행기 이착륙 시간을 새벽으로 조정했다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공항 바닥에서의 노숙이 아니라 편안한 소파에서 잠을 청하고 간단히 식사도 해결 가능하다.


    카드를 하나 만들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카드를 한 자리에 모았다. 이제 정리할 시간이다. 직장인 된 기념으로 만든 카드부터 임직원 전용 카드, 회사 월급 통장을 만들며 딸려온 하이브리드 카드, 지인의 부탁으로 만든 카드까지 다양하다. 사회 초년생 주제에 과분한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사용한 카드는 임직원 카드  하나뿐이다. 카드 돌려막기를 할 생각이 없다면 과감히 정리한다. 번거롭지만 내친김에 해지를 위한 전화를 돌리고 카드도 가위로 미련 없이 잘라버리자. 퇴사 당일 해지할 임직원 카드를 제외하고 모든 정리를 마쳤다.


    남아 있는 신용카드가 하나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재직 중의 소비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잔고를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회사 복지 포인트를 정리해야 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복리후생 차원으로 지급한 포인트가 있다면 규정에 따라 100원도 남기지 않고 사용하자. 1월 1일부터 퇴사일까지 포인트를 계산해서 필요한 물건을 사면 된다.


    꼭 사야 할 물건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현금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름은 포인트지만 결국 회사에서 일한 대가로 받은 보너스의 일종이다. 퇴사 후에는 모임에 나가 회비 2~3만 원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질 텐데 포인트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매하지 말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경로를 뒤져보자. 물건을 사서 되파는 건 최후의 수단이다. 제 값을 받기도  힘들뿐더러 구매자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포인트를 바로 현금으로 전환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백화점 상품권이나 문화 상품권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시 팔았을 때 할인율이 적은 상품권으로 구매하자. 현금이 급하면 팔아도 되고 나중에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구매도 가능하니 1석 2조다.

    마지막으로 씀씀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지출은 소득에 비례한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께 받은 용돈의 범위 내에서 지출을 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만큼만 사용을 했다. 취업을 하고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지출이 버는 돈에 비례해서 커진다. 정확한 금액을 가늠할 수는 없더라도 쇼핑과 커피, 간식 값만 계산해보면 대략적인 금액이 나온다.


    더 이상 옷 하나를 사기 위해 인터넷으로 최저가 판매처를 찾지 않고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면 쉽게 브랜드 커피에 손이 간다. 업무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커피전문점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들이키며 부족한 당을 채운다.


    퇴사 후 월급이 없는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휴대폰으로 작성해온 가계부를 살펴보니 커피, 간식 값 항목이  월평균 10만 원이 넘었다. 거기다 비즈니스 캐주얼로 품위 유지를 하기 위해 매달 지출한 슬랙스, 셔츠, 재킷 값도 만만치 않다. 도를 닦는 심정으로 눈 앞에  아른거리는 커피와 간식을 참고 쇼핑을 위한 장바구니를 비우자.


    '퇴사하면 남는 게  시간인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퇴사 후에 정말 하고자 했던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퇴사 결심 후 퇴사하는 날까지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바로 이직을 해서 월급 제로의 시기가 없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퇴사를 결심한 순간을 떠올리면서 '퇴사 전까지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지워나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