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산다는 것
폭탄을 맞은 듯한 아프로 헤어 스타일의 저자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유명 신문사 기자였지만 자진퇴사를 하고 무직으로 지낸다고 했어요. 미니멀리스트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후 짐 정리를 여러 번 했는데요. 덕분에 34평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도 2인 가구 짐을 2.5톤 트럭에 다 넣을 수 있었습니다.
문득 저자가 책을 여러 권 썼다는 게 생각나서 도서관에 들렀는데요. 다른 책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가장 대표작 격인 '퇴사하겠습니다'를 빌려왔습니다.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책날개의 문구부터 인상적이었어요.
책 내용과 관련은 없지만, 표지에 낙서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요. 아래 사진과 같이 심한 낙서가 있었습니다. 읽다 보니 몇 페이지에 낙서가 또 있군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네요.
목차는 생각보다 간결합니다. 책 자체도 203페이지 분량으로 길지 않지만 목차조차 미니멀로 정한 건가 싶었습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의 확립 41p'
저자가 퇴사 후 직면한 상황 6가지에 대해 제 현 상태를 대입해 봤습니다.
1. 낡고 좁은 집에서도 편하다
현재 저는 34평 아파트에 월세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옮겼기 때문에 방 2개 다가구주택에서 지내던 때보다 저렴한 월세를 내고 있어요. 몇 년 뒤에는 20평 대로 다시 이사를 갈 예정인데요. 짐을 늘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쾌적한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 돈이 없어도 거뜬하다
저자는 하루 600엔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좋아하는 요리를 하면서 식비를 절약하고 있군요. 하루 600엔이면 현재 환율로 6,000원이 안 되는 금액인데요. 지난달 식비를 계산해 보니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생활을 정돈할 수 있다
여전히 일은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지는 않기 때문에 내 주변의 일을 정리하는 게 수월합니다. 은행 업무도 붐비지 않는 시간에 갈 수 있고요. 주말에는 사람이 많은 장소도 평일에 방문하면 훨씬 쾌적합니다.
4. 이웃과의 교류
저자와 달리 저는 이웃과 교류를 하고 있지는 않네요. 대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네이버카페에 가입하고, 가끔은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가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5. 싫은 사람과 억지로 사귈 필요도 없고
정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원활한 회사생활을 위해 싫은 사람에게도 웃지 않아도 되고요. 상사에게 혼날 일도 없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행복하네요.
6. 돈을 번다
저자는 집세 플러스알파 정도로 행복하고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저축한 금액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합니다. 돈을 정말 쓰지 않는 습관은 기본이겠고, 저자가 그동안 벌어둔 금액과 퇴직금도 적지 않나 봅니다. 글쓰는 일도 하고 있고요. 반면에 저는 퇴사를 하기 전 회사 밖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조금씩 진행했습니다. 아예 돈을 벌지 않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시는 분만 알지만 퇴사 후에는 IT개발 강의를 했습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서비스 확장시기가 겹치면서 과분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 사이 AI는 개발자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IT기업도 신입 개발자 채용을 줄이거나 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AI분야가 아닌 이상 지금 하는 일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되겠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것만큼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요. - 193p
회사 생활은 어렵습니다. 남의 돈을 받는 게 쉬울 리가 없지요. 그럼에도 회사는 먹고사는데 필요한 돈을 주고, 신입 때는 일도 가르쳐줍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혼나고 구박도 받지만 그럼에도 월급은 나오지요. 퇴사 후 홀로서기가 가능했던 것도 대부분 회사에서 일하며 배운 경험 때문입니다.
한국도 취업빙하기의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그렇기에 퇴사를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과연 나는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너무 꼰대 아저씨 같은 이야기였을까요? 하지만 10년 이상의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도 재취업에 애를 먹었던 지인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능력에는 커리어만 있지는 않습니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충분한 돈을 모으는 일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요. 낫토와 계란말이를 먹으며 10억을 모은 '절대퇴사맨'처럼요. 지옥 같은 블랙기업에서 탈출하기 위해 처절하게 돈을 모으고 투자를 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퇴사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10억을 모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어요.
저자는 퇴사를 했지만 회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사원이었다는 게 중요하고 멋진 일이었다고 말해요.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았던 문장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닙니다. - 19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