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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r 23. 2017

우리가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

chapter1

"저 회사 그만두려구요"

"요즘 같은 때에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부럽네요."


 퇴사 소식을 전하면서 두번 째로 많이 들은 말이다. 부동의 1위는 역시 '나가서 뭐하려고' 였다. 사실 퇴사 결심을 하는데 요즘 같은 때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즐겁게 살기도 짧은 일생을 단지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아래 3가지 기준을 두고 바둑용어로 치면 장고에 들어갔다.  


1. 나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

2. 일과 여가의 균형을 누리며 산다.

3. 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회사에 들어가면 일을 통해 실력과 경력을 쌓아 나간다. 매년 작년의 당신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목표는 왜 항상 120% 달성 인거죠?"

"회사는 네 월급 3배 이상의 퍼포먼스를 원해"

"월급은 물가상승률만큼도 안 오르는데요?"


 어려운 상황이라도 목표가 마이너스로는 잡히는 일은 없다. 마이너스가 확정적인 상황에서도 제로를 만들기 위한 주간, 월간, 연간 계획을 세우고 타이트하게 쥐어 짠다. 한 두해 정도는 모르겠지만 회사는 일일신 우일신 하지 않는 직원에게 순순히 월급을 주지 않는다.


"나는 매일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아"


    일을 하면서 성과가 지속되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베스트다.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어내고 승진을 하면 또 다른 동기부여도 된다. 반대라면 어떨까?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을 하는데 그 마저도 적응이 되나 싶으면 부가적인 일이 쌓인다. 출근과 동시에 자신을 내려놓고 미친 듯이 밤까지 일을 했더니 배터리가 나가듯 방전됐다. 퇴근과 동시에 다시 차오르지만 배터리에는 수명이 있다. 휴대폰도 처음 구매 시에는 오래가지만  1년만 지나면 별로 만지지도 않았는데 배터리를 변경하라는 신호가 울린다. 일명 '소모되는 인간 배터리'라고 한다.


"밤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느낌이야"


   오늘도 집에 가기는 틀렸다. 미리 사무실에 갔다 놓은 속옷과 와이셔츠도  동난 지 오래다. 공들여 작성한 결재 서류가 상사의 손짓 한 번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흩날려도 담배 한 모금으로 위안 삼고 계속 회사에 다녀야 하는지 의문이다. 엄하지만 부족한 내용에 대한 피드백과 명확한 지침은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인가 보다. 잘 버티면 앞으로 월급을 120번 정도는 받겠지만 10년의 수명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 많은 직장인이 흥미는 없지만 생계를 위해 기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여가 시간마저 승진 가산점을 받기 위한 어학 공부에 매진한다. 승진을 하지 못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벼랑으로 한 발자국 다가간다. 운 좋게 승진을 하면 이전에 매일 8시간 하던 업무를 10시간씩 할 수 있다.


    3번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돈은 분명 중요한 요소고 많으면 좋겠지만 인생을 사는데 있어 중요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1번과 2번 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상이라도 충분해야 한다는 기준이었다.


 "3가지 조건 중 최소 2개는 충족해야 회사 생활 하는거 아니야?"


 성장은 당연하고 여가와 보상 중 저울질을 할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충족 기준을 1가지로 바꾼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남은 하나도 확신을 느끼지 못한 시점에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후 자존감만 낮아지는 것 같아요"


    퇴사 후 끊긴 소득과 불안정한 미래에 자존감이 낮아지는 사람들이 많다. 한 달을 버티면 월급이 나오는 울타리가 없으니 불안정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걱정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퇴사를 종용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퇴사를 결심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일요일 저녁에 예능 한 편을 보고 잠시 쉬었다가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나면 월요일이 다가옴을 느끼고 두려워진다. 


"개콘을 보고 있지만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사라졌던 퇴사 고민이 다시 시작되는 시기다. 고민을 안고 잠을 청하고 다음날부터 월요병을 안고 새로운 한 주를 보낸다.


    정형화된 행동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딛는 방법 중 하나가 퇴사다. 퇴사 후에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면 바로 실천에 옮겨라. 이직을 준비하든,  그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세계여행을 가든 바로 결행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처음에는 편할지 몰라도 금방 초조해진다. 초초함이 깊어지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진다. 퇴사를 결심했다면 이후에 할 일을 미리 정리하고 당장 시작하길 바란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당신이 과거에 받던 월급을 일당으로 환산하자. 하루를 보내고 일당보다는 가치 있는 하루를 보냈다면 성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을 응원하고,

퇴사를 준비 중인 분들의 결심에 박수를 보내며,

퇴사를 결행한 모험가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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