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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r 29. 2017

퇴사 후 전 직장동료 결혼식에 가야하나?

chapter2 

    앞으로 회사 지인 결혼식에 갈 일은 거의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퇴사 일주일 만에 서울로 향했다. 퇴사를 하니 신분이 전 직장동료로 바뀌었다. 20대 중반을 갓 넘긴 신랑은 턱시도를 입어도 어려 보였고 얼굴도 잘 생겼다. 어리다는 건 역시 좋다. 결혼 나이는 이르지만 신부와 대학 신입생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있으니 연애 경력은 동기들 중 가장 길었다. 전복갈비탕이 나온 식사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무 음식이나 잔뜩 차려 놓은 뷔페보다 훨씬 나은 듯 했다. 

  


    반가운 얼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지방으로 발령받은 회사 동기들까지 첫 번째 동기 결혼식을 위해 모였다. 퇴사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먼 동기들은 놀라워했고 근황을 물었다. 퇴사한 동기가 많아 무덤덤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일주일도 안됐는데 특별한 근황이 있을 리가 없다.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첫 주제는 결혼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집 문제로 연결됐다. 재테크를 아무리 잘 했어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에야 돈을 많이 모았을 리 없는 사회초년생들이다. 3~4년 허리띠 졸라서 모아야 겨우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을까? 한참 부족하겠지만 은행님의 도움 아닌 도움을 받으면 어떻게 방 한 칸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이지만 슬픈 재테크를 하는 동기가 가장 많은 돈을 모은 걸로 결론이 났다. 지방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기인데 시내에 나가도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기숙사 생활을 하니 따로 돈 나갈 곳도 없고 만나던 여자친구와는 헤어졌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종종 공장에 나가는 탓에 서울에 올라올 일도 많지 않아 주말 근무 수당까지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누가 회사원 아니랄까봐 오늘만은 하지 말자고 했지만 대화의 70%가 회사 이야기다. 업무이야기, 상사 이야기를 3자 입장에서 듣는 느낌은 새로웠다. 일주일 전만 해도 저 대화 속에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 제발 다른 이야기 좀 하자


    누가 더 힘든지 겨루는 사이에 결혼한 동기에게 문자가 왔다. 와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단체 문자였다.   


    2~3시간을 카페에서 보내고 동기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친한 동기들을 제외하면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싱숭생숭해졌다.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아 경조사 참석 기준을 정했기 때문이다.  


 전 직장동료의 결혼식의 경우, 퇴사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만나는 친한 지인들의 결혼식만 참석할 계획이다. 개인에 따라 기준은 세우기 나름이지만 매달 지출하는 경조사비를 생각하면 분명 기준을 정할 필요는 있다. 


    조사는 연락을 받으면 갈 수 있는 거리의 경우 모두 참석하는 것으로 정했다. 반면 결혼식은 서로의 근황을 알고 있고 사적인 자리에서 따로 만날 정도의 사이로 조사보다는 까다로운 기준이다. 결혼식은 좋은 자리인 만큼 꼭 내가 아니라도 축하해줄 사람이 있지만 조사는 위로해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결혼식을 핑계로 오랜만의 휴식을 가졌으니 이제 다시 달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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