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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y 08. 2017

글로 남기는 퇴사의 흔적

부제 : 플랜 B 없이 대기업 퇴사한 문돌이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라는 대기업에 입사를 했다. 스스로도 뿌듯한 기분이었지만 무엇보다 기뻐하시던 부모님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입사 초기에는 모든 게 즐거웠다. 동기들과 함께 그룹 연수를 받으며 소속감을 느꼈고, 이어지는 계열사, 직무 교육 모두 재미있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니 해를 넘기고 첫 성과급도 받았다. 

  

 20대의 끝자락, 분명 젊은 나이지만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나이다. 학창 시절에는 생각도 못했던 30대가 현실이 되었고 주변에는 결혼하는 지인들이 늘어났다.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고민이 시작됐다. 


“이렇게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고 억대의 대출을 낀 집을 얻는 건가?”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이다. 지금에 와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삶이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가 되었고, 결혼도 만만치 않다. 낮은 금리로 많은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이 높아야 하는데 원하는 금액을 순순히 대출해주는 은행은 없다. 


 “안정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계 여행을 다녀왔어요”


라고 TV에서 인터뷰하는 모습보다 평범한 삶이 더욱 어렵게 다가왔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좀 더 쉬워 보이는 길을 선택했다. 새로운 길을 딱 정하지는 않았다. 어려워 보이는 평범함을 벗어나 쉽고 즐거운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당연히 생각처럼 쉬울 리 없겠지만 이대로 30대를 넘기면 그 어려운 평범함조차 이루지 못하고 지나갈 것 같았다. 


 평범한 삶도 이루지 못할 바에야 건너뛰고 비범하게 살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몇 달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 후 현재까지 비범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집과 도서관을 오가던 때에도 세상은 흘러갔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지금까지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퇴사한문돌이’ 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이다. 


노트북에 문서 파일을 만들고 첫 타이핑을 친 건 퇴사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일정을 기록하던 플래너에 매일 간단히 일기를 적어둔 덕분에 빠른 시작이 가능했다.    



 100일 동안 100개의 글을 써서 책으로 엮어 보자는 거창한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42개의 글로 축소했다. 매일 한 주제의 글을 쓰기에는 집, 도서관, 카페를 반복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퇴사 후 보내는 소중한 시간들을 정리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퇴사를 조금 더 일찍 경험한 선배(?)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이왕 시간을 내서 글을 쓰니 무언가 결과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책을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팔리는 책 VS 쓰고 싶은 책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쓰고 출판을 통해 잘 팔리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책을 읽어줄 독자의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1년에 퇴사하는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닌데 이 이야기가 읽힐까?라는 고민을 하면서도 일단 매주 글을 써내려 갔다. 백수가 되면 시간이 남아 돌 줄 알았다. 매일 글 한 편 정도는 뚝딱 나올 줄 알았으나 오산이었다. 운동, 독서, 강연 참석, 외국어 공부, 블로그 운영만 해도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쯤 되니 퇴사의 흔적을 남기겠다는 아이디어 하나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져버렸다.



 그래도 글로 남기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퇴사를 선택한 그 날의 결정이 충동이 아니었음을 재확인하고 있고, 앞으로의 계획 또한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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