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플랜 B 없이 대기업 퇴사한 문돌이
IT국비지원 교육 면접날이 밝았다. 퇴사 후 처음 가는 면접이라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이 된다.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담당자의 말에 고민이 깊어졌다. 차라리 정장이면 마음 편하게 입을 텐데 말이다.
복장 관련 코멘트는 단 한마디 '깔끔하게'
IT 개발자 교육이니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에 티를 입고 갈까?라는 망상을 하면서 전 회사에서 입던 비즈니스 캐주얼 수준의 옷을 챙겨 입었다. 하늘색 계열 셔츠, 면바지에 캐주얼한 갈색 구두를 신기로 했다.
면접 일정을 통보하는 게 아니라 지원자가 여러 일정 중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 글로벌 기업인 G사의 설문 링크를 타고 들어가 아무 일정이 없는 시간을 선택했다.
역에 내려 5분 정도 걸어가니 면접 장소가 보인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간단히 용무를 말하고 올라가니 담당자들이 안내를 해준다.
면접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시험지를 나눠준다. 현재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로 면접 결과와는 관련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반 편성을 위한 시험이었는데, 2개 반을 문과, 이과로 나눈 것을 보아 정말 테스트는 별 의미가 없었다.
지원자 출석을 부르는데 전원 참석이다.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아 조금 긴장도 됐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것을 어쩌겠나. 대본과 예상 질문을 만들어서 달달 외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으니 긴장만 하지 않으면 된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예상 범위 내에서만 질문이 나왔다.
간단한 자기소개
지원동기
진출분야, 목표
준비해 간 3가지 질문이 마치 족보인 듯 하나씩 면접관의 입에서 나오자 긴장이 확 풀렸다. 특히 세 번째 질문을 받을 때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20대라는 중요한 시기에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긴 여정이기에 끝까지 열외 없이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면접이 끝나고 대기실로 오니 결과가 늦어도 이틀 안에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런 빠른 결정은 감사할 따름이다. 일반 대기업 면접을 보면 최종 면접 후 3~4주는 지나야 결과가 나와서 답답했었다.
결과 발표를 앞두고는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인데, 이번 면접은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다. 면접을 마치고 바로 근처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연락한 백수 친구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준 고마운 친구다. 일을 안 하는 시기에는 돈을 아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밥 값도 내줬다.
좋은 소식과 함께 다음에 밥 한 끼 살게!
매일 방문하는 스터디 카페에서 3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인문학과 IT 이야기가 뒤섞인 책으로 면접 멘트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다. 급하게 면접을 준비하느라 필요한 부분만 읽은 것이 아쉬워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고 나왔다.
개발자로서 인생의 목표가 무언지 묻는 질문에 답변한 내용으로 마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힘든 일이라고 하지만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도전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이 들어서도 코딩을 놓지 않는 할아버지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