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플랜 B 없이 대기업 퇴사한 문돌이
필자는 대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일개 사원이기에 열심히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수습 딱지를 떼고 나서는 회사의 손익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 들을 고민하곤 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음 할 일은 회사의 기안서를 뒤질 차례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실체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필자가 떠올린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이미 과거에 드랍된 케이스였다.
기안서과 결과보고서를 읽어보면 아이디어가 어느 부분에서 막혔는지 찾을 수 있다. 구구절절 쓰여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월급 이상의 퍼포먼스를 요구하는데 투입보다도 미미한 효과를 가진 아이디어가 채택될 리가 없다.
기획서가 통과되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기획서에 기재된 유관부서 담당자를 불러 모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다들 본인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진행 단계를 가늠할 수 없는 담당자들이 있었다. 노트북에 알 수 없는 코드를 작성하며 화면을 구현하는 개발자들이었다. 진행사항에 대해 일단위, 주 단위로 보고를 하는 모습은 봤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완성이 된 건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기획단에서 작성한 문서대로 시스템 상에 장표가 구현되고 요청한 기능들이 실시간으로 추가되는 모습은 아주 신선했다.
처음 개발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다.
IT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 전 S사에 지원서를 넣었다. 문돌이(非 이공계를 지칭)가 IT 전문 교육을 받고 일을 하는 좋은 기회였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 코딩 열풍이 분다는 신문 기사만큼이나 많은 지원자가 몰렸는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처음 해당 전형이 시작됐을 때는 가장 낮은 컷을 가지고 있던 분야인데, 지금은 가장 높은 컷을 자랑한다.
다음 기회를 노리자니 남은 기간이 너무 길어서 인터넷을 뒤졌다. 다행히 별도의 비용 없이 국비지원으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대부분 일반 사설 학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고민하던 중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오픈하는 교육이 있어 바로 지원했다.
컴퓨터로 다룰 수 있는 거라고는 엑셀 피벗테이블이 고작이라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는 않는다. 해외여행을 가서 만난 외국인 개발자들의 삶이 부럽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도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뒤따랐다.
20대의 끝자락에서 6개월이나 투자해야 하는 긴 과정인 것을 떠나서, 김칫국은 금물이고 일단 서류와 인터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부를 하기 위해 서류를 내고 인터뷰까지 봐야 한다는 현실에 잠깐 한숨이 나왔지만 600만 원이나 되는 교육비를 면제받기 위한 과정임을 감안하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류 마감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인터뷰가 있을 거란 연락을 받았다. 인터뷰는 딱 2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만 준비했다.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줄 계획이다.
1. 자기소개
2. 비전공자로서 왜 개발이라는 분야에 지원을 했는지?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지만 면접자 입장에서는 항상 떨리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