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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May 08. 2017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퇴사 후 통장 잔액

부제 : 플랜 B 없이 대기업 퇴사한 문돌이

 퇴사를 한 뒤에는 본인의 재무상태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매월 꼬박꼬박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던 시기에는 지출이 과해도 다음 달만 되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퇴사 후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운 일이다.


 아직 미혼이고 독립을 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가정을 꾸리고 있다면 스트레스의 끝판왕을 경험할 수 있다. 


 필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축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적금 : 만기일이 각기 다른 통장 3개를 합쳐서 월 120만 원

펀드 : 소득공제 장기펀드 3개를 합쳐 월 50만 원

청약 : 주택청약 월 10만 원

보험 : 종합보험 + 실비보험 월 14만 원

합계 : 120 + 50 + 10  + 14  = 194만 원

 

 여기에 휴대폰 비용을 합치면 숨만 쉬어도 200만 원이 빠져나가는 생활을 퇴사하는 날까지 지속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나머지 돈으로 생활이 되나요?


 질문에 답을 하자면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다. 경조사가 없고 야근이 많은 달에는 생활비가 남아 비상금 CMA 통장에 추가로 저축을 했다. 하지만 월 2회 이상 경조사에 가게 되면 무조건 예산이 초과되었기에 비상금을 털어야 했다. 


 참여할 행사가 많은 달에는 생활비를 많이 초과하기도 했지만 성과급이나 명절 상여금 등을 미리 비상금으로 돌려놨기에 커버가 가능했다. 술보다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 때문에 아낀 비용도 상당하다. 


 퇴사를 하고 나니 당장 월 194만 원을 감당할 수가 없다. 외부 활동을 줄이더라도 기본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 조정이 필요했다. 


적금 : 해지하지 않고 곧 만기 되는 통장으로 적금 돌려막기 시전, 부족한 부분은 퇴직금으로 충당

펀드 :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5년 동안 해지하면 손해가 크니 일단 납입만 정지

청약 : 월 2만 원으로 감액


 급한 불을 끄고 앞으로의 자산 관리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재테크 박람회에 참석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년 참석하는 박람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의 강연은 반드시 들어야 했다. 10년 간 4,2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고 30대의 젊은 나이에 은퇴 후 세계를 돌아다니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강연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초반에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기대 이상의 딸바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투자 철학은 간결하지만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다. 남들이 위기에 떠는 시기에 구매해서 모두가 낙관할 때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해야만 가능한 방법이다.


 투자 비중을 높이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치킨 한 마리, 아이스 카페라떼 한 잔 사 먹을 돈을 아끼는 걸 선호하기에 안목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경청했다.    

  

 재테크 박람회에서 상당한 정보를 얻었다.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우선 보유한 자산을 나열한다. 지갑에 있는 현금부터 수시입출금 통장에 들어있는 돈, 그리고 예적금과 펀드, 주식까지 정렬을 마쳤다. 다음으로 월 소비 금액을 계산한다.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어 정리가 어렵지는 않았다. 월 말에 정산을 하면서 한 번도 잔액이 맞은 적은 없지만 오차가 크지 않기에 넘어간다.

 

 퇴사 후 소비패턴을 분석해보니 역시 소비가 많이 줄었다. 술자리와 기타 약속이 줄어드니 식비 항목의 지출이 70% 감소했다. 커피 값도 10만 원 정도 줄어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퇴사 기념 여행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절약 프로젝트는 잘 진행 중이다. 



 매일 가는 도서관도 도시락을 챙겨서 나간다. 도서관까지 도보로 왕복하니 차비도 들지 않는다. 버스로 6 정거장 정도 거리인데 천천히 가면 25분 정도 걸리니 운동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절약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빨리 퇴사하게 된 덕분에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 


 

 퇴사를 결심했지만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관리할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이전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했다가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퇴사가 악몽으로 변하게 된다. 


 현재의 소비패턴을 정확히 진단하고 퇴사 후 생활에 필요한 금액을 정확히 고려해야 채워지지는 않고 빠져나가기만 하는 통장을 보면서도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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