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돌이 May 08. 2017

랜섬웨어에 날아간 퇴사 계획

부제 : 플랜 B 없이 대기업 퇴사한 문돌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걸렸다. 백신으로 치료하면 끝나는 바이러스 정도라면 간단히 처리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순식간에 컴퓨터에 있는 파일의 확장자가 알 수 없는 형태로 바뀌고 돈을 내면 파일을 풀어주겠다는 악마 같은 팝업창만 뜨고 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내 컴퓨터에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중요한 내용은 모두 백업을 해두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최근에 정리를 끝낸 퇴사 후 계획에 대한 파일은 아직 컴퓨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원인을 곰곰해 생각해보니 최근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면서 자꾸 오류가 발생해서 백신 프로그램을 끄고 작업을 했기 때문인 듯하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았으나 비용을 주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미 잠긴 파일을 복구하려면 약 50만 원의 돈이 필요했다. 심지어 비용을 지불한다고 100% 복수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백업을 하지 않은 파일 중 일부는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건졌지만 퇴사 일기를 위해 정리한 글쓰기 파일은 복원하지 못해 피해가 막심하다. 블로그에 올려둔 원본이 있어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수정 작업과 살 붙이기 과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결국 포맷으로 끝났다. 윈도우를 다시 설치하고 그나마 건진 파일들을 다시 백업했다. 말이 사투지 일방적으로 당하고 패배의 눈물을 흘렸다. 


 컴퓨터에 모든 자료를 두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에 클라우드 기반 드라이브를 이용하기로 했다. 카카오 브런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문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에는 워드 프로그램과 연동되는 드라이브가 더 적합하다. 

 인터넷이 되는 환경이라면 어디서든 동기화된 자료를 볼 수 있으니 바이러스 걱정이 없는 가장 안전한 수단이다. 해킹에 대한 위협까지 100% 막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눈 앞에서 모든 파일을 날리는 경험보다는 낫다.


 날아간 퇴사 계획을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아 하루를 그냥 보냈다. 심신을 가라앉히고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꼬박 하루를 정리하고 복구한 초안 파일을 바탕으로 다시 정리를 해나갔다.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데도 처음과는 다른 아이디어와 기억들이 글에 입혀졌다. 글이 아니더라도 퇴사 계획에 대한 큰 틀은 몇 달을 고민한 만큼 머릿속에 들어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썼다가 날아간 내용을 복구하는 과정은 쓴 열매를 먹는 것 같았지만 다시 읽어보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강제로 퇴고의 과정을 거친 셈이다. 가지고 있는 자료의 소중함과 컴퓨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큰 경험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 퇴사 후 개발자 전직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