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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Aug 06. 2017

회사 인근에서 자취하기

chapter 1 : 일

 입사 후 처음에는 집에서 출퇴근했다. 왕복으로 꼬박 3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신입사원 환영회를 포함해서 회식의 나날이 이어졌다. 경기도로 가는 광역버스는 꽤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지만 안타깝게도 집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했다. 술자리가 2차 이상 넘어가면 택시를 타야 했다. 평소라면 30~40분 정도야 걸어서도 갔겠지만 술이 들어간 몸은 천근만근이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잠들면 금방 출근할 시간이 된다.


 광역버스에 앉아서 가기 위해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은 6시 10분이다. 이 시간을 넘기면 꼼짝없이 서울까지 서서 가야 한다. 한 번도 앉지 못하고 1시간 30분 걸려서 회사에 도착하면 피곤이 몰려온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초년생이 돈을 모으려면 가능한 한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게 낫겠지만 잃는 것이 너무 많았다. 평일에는 항상 피곤함에 찌들어 있었고 주말이 되면 피로를 풀기 위해 늦잠을 잤다. 출퇴근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려고 영어, 중국어 공부도 해보았으나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길바닥에 금같은 시간을 버리는 느낌이 들어 회사 인근에 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취를 위한 조건을 정리해보았다. 


 1. 회사 앞이 아닐 것

 2. 차비가 들지 않을 것

 3. 월세가 저렴할 것


 회사 앞에서의 자취는 추천하지 않는다. 대학교 바로 근처에서 자취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된다. 대학시절 공강 시간이면 친구 자취방에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술을 마시다 시간이 늦으면 집에 가지 않고 그냥 친구집에서 신세를 진적도 많았다. 시험기간에는 집에서 캐리어에 쌀, 밑반찬 등을 잔뜩 담아 숙박비 대신 제공하고 친구 자취방에 1~2주씩 머물렀다. 


 회사 앞 자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식을 하고 시간이 늦으면 자고 가겠다는 사람이 생긴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나오라는 연락도 종종 받게 된다. 또한 회사가 가까우면 일과 생활의 분리가 어렵다. 주말 출근에 부담이 덜하니 평일에 남은 일을 주말에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차비가 들면 안 된다. 한 달간 출퇴근을 해본 결과 차비가 20만원 가까이 나왔다. 광역버스는 기본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왕복 오천원이고 마을버스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면 대략 오천원이 더 추가 된다. 자취를 하면 월세를 내야하는데 여기에 차비까지 내는 건 부담이 크다.


 월세가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보니 풀옵션에 좋은 방을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그리고 관리비 5만원 정도였다. 사회초년생 월급에서 55만원이 기본적으로 빠져나가면 저축이 어렵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편리하게도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서 내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자전거 또는 도보로 이동 가능한 범위와 방의 금액대를 설정했다. 풀옵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잠만 잘 수 있는 정도로 눈높이를 낮췄다. 한참을 검색하던 중 쉐어하우스 입주자를 모집하는 건을 찾았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처음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내용과 함께 새로 도배된 깔끔한 방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방 사진보다 눈에 들어왔던 건 금액이었다.


 아무리 쉐어하우스고 혼자 사는 거보다 불편함이 많다고 하지만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3만원(관리비 포함)은 주변 시세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 관리비도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공과금을 내는 수고도 필요 없었다. 바로 전화를 하고 방문을 했다. 아직 인테리어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아 바닥이 지저분 했지만 그래도 눈으로 보니 확신이 생겼다. 우선 좀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고 집에 가는 길에 고민을 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방을 나눴는지 한 쪽 벽이 방음이 되지 않는 단점과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했다. 월 23만원이면 집에서 출퇴근 하는 차비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쉐어하우스이지만 관리인이 따로 있어 집안일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방이 10개가 넘고 샤워실, 세탁실, 화장실이 별도로 있기에 당번을 정해서 집안일을 하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복비를 아끼기 위해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직접 집주인과 계약을 했다. 보증금이 크지 않아 직접 거래를 해도 문제가 없을거라 판단했다. 


 막상 입주하고 나니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너무 교류가 없어서 어색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공동구역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도 정말 편리했다. 입주 1년이 되어가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에어컨이 없어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처음 입주할 때는 가을이라 괜찮았는데 여름에는 선풍기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노트북과 책을 들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자취방에서는 잠만 자는 생활을 했다. 더위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자서 아침마다 조금 피곤했지만 출퇴근과 비교하면 천국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래도 내년 여름 전에는 돈을 모아서 방을 옮겨야곘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시간 부자가 되기 위한 첫 단계로 자취방을 구했다.


구매시간 : 출퇴근 왕복 3시간 - 왕복 30분 = 하루 2시간 30분

구매비용 : 월세 23만 원 - 월 차비 20만 원 = 월 3만 원


 월 3만 원 + 생활비가 조금 더 들기는 하지만 매일 2시간 3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가장 큰 소득이다. 한 달에 22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월 55시간, 연간 660시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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