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는 성격을 가진 직군은 주기적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야근에 대해 소소하게라도 보상을 받는 것과 못 받은 것에는 심리적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같은 산업군의 동일한 포지션으로 자리를 옮긴다 해도 회사에 따라 복지 정책은 천지차이가 나는데, 회사가 다 비슷하겠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가졌다가는 땅 치고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 항상 느끼지만 이직을 할 때 '당연히 그렇겠지'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 짧으면 1-2년, 길면 평생 다닐 회사인데, 아는 정보망을 총동원해서 씹고 뜯고 맛본 후 결정을 해야 그나마 덜 후회하는 게 이직이다.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 직원은 회사로부터 일정의 보상을 받게 된다. 이는 주로 세 가지의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야근비지급.
야근한 만큼 돈으로 보상하는 방법이다.
야근비는 일반적으로 시급 기준으로 산정한다. '야근 한시간당 시급의 1-1.5배 지급' 또는 '주말 출근의 경우 시간당 시급의 2배 지급' 등 야근한 시간에 따라 계산이 되며, 오늘 야근을 함으로써 내가 얼마를 추가적으로 벌었는지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한 시간 기준으로 야근비를 산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애매하게 30-40분 야근했을 때가 가장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야근을 좀 더 해서 한 시간을 채울지 혹은 1분이라도 회사에서 더 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올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난 주로 조금 더 일하고 돈을 받는 쪽을 선택했던 것 같다.
어차피 할 일은 항상 있으니까.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직원들에게 야근 시간을 일일이 돈으로 보상했다가는허리가 휘어질 회사가 여럿 나올 것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한다. 시간에는 시간으로 보상한다는, 대체휴가 제도다.
야근을 하게 되면 돈 대신 대체휴가를 지급받는데, 한 시간별로 계산을 해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4시간 혹은 8시간 단위로 계산하여 그에 상응하는 반차나 휴가를 지급하는 곳이 더 많은 것 같다.
지문인식으로 출퇴근을 관리하던 전 직장은52시간제 도입과 함께 대체휴가 제도를 시스템화 시켰다. 기존에는 직원이 '저 야근했습니다' 하면 믿고 승인을 해줬는데 이제는 지문이 찍힌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바탕으로 근퇴관리를 한다.
야근 보상을 신청할 때더 이상 상사의 눈치를 보며 승인을 요청할 필요 없다는 것에 사람들은 기뻐했고, 한편으로는 불필요하게 회사에 남아있으면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재무팀의 경우에는, 대체휴가가 쌓여가는데막상 그 대체휴가를 쓸 수 있는 여력이 안되어 그냥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참 아이러니다.
세 번째 방법은 야근식대와 택시비 지급이다.
야근하면서 저녁밥도 내돈 내산 하면 서러우니, 야근식대를 지급하고 직원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주로 8시 이후 퇴근 시 식대지원 및 10시 이후 퇴근 시 택시비 지원 등 조건이 붙는다.
지금의 회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간혹 일이 많아서 야근하다 보면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그냥 굶는 경우도 많다. 집에 가는 길에 밥을 먹거나 빵을 사가도 되지만, 법인카드를 쓰면 청구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그냥 야근식대를 포기한다.
그런데 얼마 전 텅 빈 사무실에서 일주일 내내 야근하다가 집에 가던 길이었다. 배도 고프고 서러워 야근식대 한도를 꽉꽉 채워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