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Sep 15. 2021

회사에서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회사에서 혼자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고 식당에서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기 시작할 무렵, 회사 일이 바빠져 점심을 거르는 일이 아졌다. 그래도 점심은 챙겨 먹자, 라며 신랑이 챙겨준 컵밥으로 자리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게 된 게 하루, 이틀, 일주일.. 어느새 팀원들에게 '점심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하고 혼자 자리에서 점심을 먹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바쁜 시기가 끝나고 점심시간에 조금 여유가 생 후에도 나는 계속 컵밥을 싸와서 혼자 밥을 먹었다. 외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식당으로 이동하고, 식사를 기다리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이 빠듯하다. 하지만 자리에서 밥을 먹으면 적어도 15-20분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 잠깐의 여유가 생각보다 달콤했다.


그리고 이제는 사무실의 내 자리가 아닌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도시락을 먹는다. 그곳에는 이미 혼자 혹은 동료와 같이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여럿 있, 나는 주로 창가 자리 앉아 점심을 먹는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에서 혼자 점심을 먹는 것이 익숙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10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점심시간은 항상 팀 사람들 혹은 친한 동료들과 먹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혼자 회사 휴게실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을 보면 '왜 팀에서 안 챙겨주지? 설마 왕따를 당하나?' '가서 말이라도 걸까' 등 속으로 갖가지 오지랖을 부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는 사람에게 점심시간이란, 회사에 있는 시간 중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라는 것을 이젠 알게 되었다.

나 또한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정말 피곤할 때면 빨리 밥을 먹고 잠시 낮잠을 자기도 한다.


가끔 혼자 먹는 밥이 외롭거나 보글보글 끓는 찌개류나 MSG가 가득한 식당밥이 먹고 싶어지면 점심 약속을 잡는다. 다를 떨며 먹는 점심도 맛있지만, 아무래도 한동안은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점심시간을 즐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를 선택할 때 쉽게 간과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