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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l 06. 2021

승마 모임, 어릴 적 소원을 이루다 1

1st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유독 좋아했다. 인형을 골라도 말 인형, 만화도 유니콘이 나오는 만화를 좋아했고 승마를 배워보고 싶다고 부모님을 그렇게도 졸랐단다.

하지만 지인이 승마를 하다가 낙마하여 다리를 다치는 것을 보신 부모님에게는, 승마가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그래서 어린 날의 나는 어린이대공원에서 말 등에 타고 한 바퀴 도는 승마체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성인이 되어가고 조금씩 돈을 벌기 시작하며, 다시 승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족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신청을 해볼까 말까 수없이 고민을 하다가 포기하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 플랫폼에서 승마 모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반 승마장 비용의 반값으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그날 당장 모임 참석을 누르고 주말을 기다렸다.



승마장은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두어 시간, 차로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차가 없는 나는, 버스와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가야 했다. 그래도 설렜다. 너무도 배워보고 싶던 승마였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승마장은 평소에 상상했던 크고 깔끔한 승마장이 아니었다. 작은 말 농장이라고 해야 하나. 건조한 날씨에 먼지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누군가 물을 뿌리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 미 몇 사람이 말을 타고 있었다.


입구에서 서성거리던 나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모임에 온 것이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소망이던 승마를 배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깔끔하고 멋진 승마장, 늠름한 교관 선생님, 그리고 전문적인 레슨을 상상했던 나의 기대는 도착한 지 마 안 되어 와장창 깨졌다.

허름해 보이는 마구간, 나무에 안장만 걸쳐 대충 만든 자세 연습용 의자, 바닥에 물만 뿌리는 교관님, 그리고 말을 달리기에는 턱 없이 좁아 보이는 공간.


여기 온 게 잘한 결정일까? 잘못 찾아온 건가? 왜 나는 자세 연습만 하라고 하고 봐주지도 않지? 돈만 버린 거 아닌가?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이 가중되고 있던 그때, 교관님이 손짓을 하며 외쳤다.

 "자, 이제 말을 타봅시다"


그 후로 5시간 동안 교관님의 집중 케어를 받으며 말을 대하는 자세, 주의할 점, 승마 용어, 기본자세 등을 배웠고 점점 재미 붙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초급단계를 벗어나 교관님이 봐줄 필요가 없어 주변에서 모니터링만 하고 계셨고, 왕초보인 내가 자세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중급 수준인 다른 사람들이 외곽 승마 코스에서 달리는 동안,  롯이 나의 연습 공간이 된 승마장에서 여유롭게 승마를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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